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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의 인지 부조화

by 장용범

‘부조리’의 사전적 정의는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철학적 용어로는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로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라고 한다. 프랑스의 작가 카뮈의 대표적인 주제이기도 한 ‘부조리’는 오늘날 더욱 현실성이 있는 것 같다.


Living과 Life

요즘 핫한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생활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부분을 Living, 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Life라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Living이 충족되지 않으면 Life의 삶이 해결되지 않는다. 일단 뭘 하든 먹고는 살아야 행복한 삶도 추구되는 것이다. 이것도 부조리의 한 영역이다. 아닌 줄 알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요즘 젊은 직원들은 참 똑똑하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되어도 조직 분위기 돌아가는 걸 단박에 알아챈다. 그리고 개인주의 성향도 강해 직장과 개인의 시간을 확실하게 구분 짓고 직장의 일이 개인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자연스레 Living과 Life를 구분 지어 생활하는 것 같다.

인지 부조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배고픈 여우가 길을 가다가 포도나무의 위 쪽에 달린 포도송이를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뛰고 애를 써도 그 포도를 잡을 수 없게 되자 그냥 포기하며 가면서 하는 말이 “저 포도는 시다”라고 말한다. 인지 부조화의 한 예이다. 사람들은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우에게 최선은 나무 위의 포도를 먹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서로 모순이 없을 때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작은 심리적 스킬 하나를 세팅해 두면 어떨까 한다. 즉, 욕망의 높이를 손 내밀면 닿을만한 곳에 세팅하는 것이다. 여우의 입장에선 폴짝 뛰면 잡을 수 있는 포도를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결과보다 과정에 의의를 두는 방법도 있다. 비록 나라의 독립은 요원해 보이지만 기꺼이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직장 생활의 인지 부조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젊은 직원일수록 조직의 문제점이 잘 보이고 회사의 미래가 회의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가급적 개인이 책임질 일은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큰 조직일수록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닌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러하니 젊은 직원이 자신의 인지 부조화를 피하는 방법은 계장이 사장의 고민을 하지 말고 계장의 고민에 머물기를 권한다. 그리고 자신의 Living과 Life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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