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등 사적 모임에서는 의사결정의 과정이 좀 번거롭다. 군대나 회사처럼 위계가 강한 조직은 상명하복의 기본이 깔려 있어 밑에서 조율이 안 되면 상위 부서나 상급자가 결정을 내리면 되지만 사적인 모임의 의사결정은 그러지 못하다. 이런 모임은 각자가 동등한 자격에서 발언을 하고 일일이 그 말을 듣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 사적 모임이라지만 비영리 단체도 마찬가지이다. 경험에서 본 주관적 관점이지만 두 조직의 의사결정에 대해 정리해 본다.
가장 큰 핵심은 회사가 결과 중심적이고 사적 모임은 과정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만일 회사의 리더십이 과정 중심으로 흐른다면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회사에서 최악의 리더는 의사결정을 안 해주는 리더이다. 이러면 일의 진척이 안 된다. 만일 어느 임원에게 A 안과 B 안을 들고 결정을 받으러 갔고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A 안이 좀 더 장점이 있어 보인다고 보고했다 치자. 그런데 그 임원이 밑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한 가지 안만 들고 오라고 한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이 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은 빠지겠다는 것이고 다만 루틴하게 올라온 보고서에 사인만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향후에 문제가 생기면 그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아래로 미룰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하지만 밑의 사람도 짱구가 아닌 이상 그 정도의 눈치는 챈다. 이런 조직일수록 말은 많지만 일의 진척이 없는 좀비 조직으로 변해간다. 구성원들은 몸담은 조직의 문제점은 알고 있으나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이니 이내 은퇴할 윗 사람들은 괜찮겠으나 아래로 갈수록 조직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사적 모임은 의사결정의 과정이 중요하다. 임원진이라고 선출은 되어 있지만 상징적 대표 성격이 강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렵다. 그리고 모임도 회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구성원들의 발언권이 균일하고 의견도 다양하게 흩어져 있다. 이런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조직운영에 참여했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그러니 의사결정의 과정을 오픈하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운영진들만 의사결정해서 조직을 이끌게 되면 나중에 밀실 결정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양상이 생긴다. 그럼에도 약간의 강제성은 필요한데 효과적인 방법은 객관식처럼 대안을 두세 개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결정 시한도 못 박아 일을 진척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논의만 하다가 날 새는 경우가 생긴다.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그리고 리더십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점점 발전해 가는 경향이 있다. 내가 아는 최고의 리더십은 목동의 리더십이다. 평상시에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하게끔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지만 위기가 닥치면 앞에 나서서 이끄는 리더십이다.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는데도 성향상 혼자 있고 싶지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자발적인 리더를 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본인도 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을 할 때이다. 또는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때도 스스로 리더 되기를 자청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땐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 형식적인 모양새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다고 손을 드는 게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