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란 선택과 같은 뜻이지만 주로 조직의 실행 방향을 결정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올해 교장 선생으로 발령 난 지 6개월이 지난 후배를 만났다. 이른 나이에 승진을 해서 많은 축하를 받았던 사람이다. 이 후배가 한 가지 의사결정을 해야 할 건으로 머리가 좀 아픈가 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조직의 장이라는 위치는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늘 묵직한 짐을 하나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무뎌지는 노하우가 생기겠지만 아직은 의욕이 넘치는 1년 차라 더욱 그럴 것이다. 은퇴를 하고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더는 그런 의사결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있다. 후배에게 조언이랍시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듣고 보면 참 싱거운 말인데 그래도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프로세스이다.
*1단계: 그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가정하기
*2단계: 그 상황을 내가 수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3단계: 수용할 수 있으면 하는 것으로 아니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안 하는 것으로 결정하기
*4단계: 그리고 하기로 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또는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하기
이것은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절차이다. 사실 선택이 망설여지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좋은 것은 취하고 싶고 만일 잘 못되었을 때의 책임은 피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갈등이다. 예전에 나의 생활터전을 서울로 옮길 때가 생각난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연고도 없는 서울 땅에서 살 생각을 하니 좀 막막해서 이 절차를 적용해 보았다.
1단계: 내가 서울로 이동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뭐지? 적응하기 어려워 다시 내려오는 것이다.
2-3단계: 나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수용이 되겠다. 그래 서울로 가자.
4단계: 리스크를 줄일 방법은 없나? 일단 내가 1년 정도 혼자서 생활을 해보자.
결론은 서울서 혼자 산지 6개월 만에 가족 전체가 이사를 해 올라왔다. 인생은 이렇듯 크고 작은 선택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