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믿는다. 그러나 확인은 한다

by 장용범

업무를 하다 보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타 부서의 일인데 그쪽에서는 아직 처리 중에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이쪽 부서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경우이다. 여기에 미리 개입해버리면 자칫 부서 간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는 다소 민감한 사안을 말한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직원의 지나친 공명심으로 부서 간 괜한 오해를 일으킬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사무소장끼리 만나 이해하고 풀긴 했으나 찝찝함은 어쩔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보고자가 사건을 부풀려 보고 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그는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에겐 인정의 욕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진화심리학에서는 인정의 욕구가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했다. 아주 먼 옛날 자연계에서 약자인 인간은 무리 지어 생활을 했었고 사냥을 할 때도 공동으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냥할 때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고기 덩어리 하나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그 시절에 무리로부터 배척을 당한다는 야생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죽음과도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현대이다. 어쩌면 인간은 도시에 사는 원시인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무리 지어 생활하고 있고 그 속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승진을 한다거나 더 많은 보너스를 받는 등 여전히 개인의 삶에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다. 이는 사냥이 끝난 후 역할이 컸다고 인정받던 원시인이 더 큰 고기 덩어리를 차지한 것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인정의 욕구가 지나쳐 사실을 왜곡할 때이다. 조직을 관리할 때에는 이것을 잘 살펴야 한다. 자칫 실제적인 역할을 한 사람보다 말만 잘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적당한 시기에 끄집어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또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듣기 좋은 달콤한 말에 자꾸 끌리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직원 못지않게 그 상사도 인정의 욕구가 강한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가끔 직원들로부터 낯간지러운 칭찬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해 준다. “야, 그 말 듣기 좋은데. 더 해주라”. 이 한 마디로 대화의 상대와 서로 웃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경계이기도 한 것이다

그간 업무상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별의별 사람을 다 보았다. 차라리 직설적인 사람이라면 마음은 좀 언짢아도 흑백이 분명해서 판단에 큰 오류는 없다. 하지만 늘 듣기 좋은 말을 하지만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은폐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말만 믿고 일을 진행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게 된다.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은 듣기 좋은 말을 듣는 것보다 들어야 할 말을 듣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한 리더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여기에는 예전에 모셨던 상사가 들려준 말씀이 있다. ‘믿는다. 그러나 확인한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 그 많은 일들을 혼자서 다 처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믿고 맡겨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과도한 인정의 욕구로 사실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어제는 자칫 부서 간 업무 갈등으로 비화될 뻔했지만 그냥 조용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왜곡시켜 곤란한 상황을 만들었던 그 직원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평가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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