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돈벌이는 다른 것이다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불리는 거죠”_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의 극중 대사
오랜만에 라오상하이(중국찻집) 후배를 찾아갔다. 많이 야위어 있기에 뭔 일 있냐고 하니 M2E(Move to Earn) 앱 덕분에 하루에 상당한 시간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일전에 듣긴 했다. 후배는 M2E에 투자도 제법 했는데 그 앱으로 실질적인 수입도 창출되는 것 같았다. 건강도 챙기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며 다시 나에게 적극 추천을 한다. 솔깃하다. 매일 운동은 하고 있으니 휴대폰만 들고 있으면 나의 위치에 따른 GPS와 모션 동작을 감응해 포인트는 쌓아줄 것이고, 그 포인트를 현금화하니 그리 나쁜 조건도 아니다. 다만 앱상에서 유료로 신발 아이템을 구입해야 하니 그것을 좀 망설였던 것이다. 결국 하기로 했다. 몇 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던 경험이 있는 후배는 돈벌이에 관한 이해와 통찰력이 나와 많이 다른 것 같다. 후배의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참을 넋 놓고 듣게 된다. 오프라인 매장 사업은 들어간 비용들을 제하면 거의 현상 유지를 할 정도이고 실질적인 수익은 사업 외 소득에서 올린다고 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아무래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 대체 대만에 수입처를 하나 더 확보했는데 그나마 잘한 선택이란다. 그날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확실한 건 노동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부자는 투자와 금융을 통해야만 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노동은 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안정은 가져다주거든요." 십수 년간 사업적 위기를 잘 헤쳐온 후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로는 의외였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다. 부자 되는 것이 월급을 따박따박 모아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월급으로 종잣돈을 모으더라도 그 돈으로 어딘가 투자를 하고 그 투자로 노동 이외의 소득이 창출될 때 부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다. 그런데 투자의 속성이 반드시 버는 것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다 잃을 수도 있는 것이 투자다. 인간의 심리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커서 위험을 극도로 싫어한다. 나이 50대가 되면 인생의 성적표가 어느 정도 나오는 시기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 가질 수 있었던 재산 규모 등등하지만 그 성적표에 만족을 못 하고 자칫 무리수를 두게 되면 인생의 노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나는 투자에 대해 한결같이 지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투자금 전부를 잃더라도 내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한다. 둘째, 그 투자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잃을 수 있는 손실을 비교해 보고는 얻었을 때와 잃었을 때의 심리 상태를 점검해 둔다. 이를테면 어떤 투자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억 원이고 반대로 잃을 수 있는 손실액도 1억 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1억 원이 더 들어온다면 내 생활은 얼마나 달라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1억 원을 손실 보았다면 어떨까? 상당히 아프고 쓰라릴 것 같다. 그럴 바엔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안 하는 게 맞다는 주의다. 투자를 한다는 것도 나의 행복을 위한 건데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여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