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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Aug 15. 2023

돈에 관한 어떤 대화(2/2)



"돈은 남을 잘 되게 하면 따라오는 것 같아요." 멋진 말이다. 내가 벌고 싶은 돈은 남이 가지고 있다. 최소한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내가 돈을 번다. 다른 사람이 나의 도움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면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후배의 생각은 참으로 선한 생각이었다. 지금 내가 진행하려는 5060세대들의 콘텐츠 제작을 도와주고 그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마켓을 마련한다는 아이디어도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것 같다.


"돈은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했다는 게 아니라 내가 시도했던 일의 성공 여부가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마음을 내게 했다는 것이 성공이라고 보는 거죠." 우와, 밑줄을 쫙 긋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돈이 되겠니?"로 일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선보였을 때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마음이 들게 했다는 것은 자신의 일이 성공했다는 증거이다. 후배는 정말 일을  한다는 것과 돈을 번다는 것을 분리해서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같았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직장인의 돈 씀씀이는 소비 위주로 가게 된다. 한 달이 지나면 또다시 통장에 월급이란 이름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하는 사람들은 원가와 비용, 수익을 계산한다. 그래야 사업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잘 안된다. 오랜 직장 생활로 그런 마인드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아온 걸 보면 쓰는 만큼 벌고는 있었나 보다.


'다 쓰고 죽어라'라는 책이 있다. 미국의 재무설계가 스테판 M 폴란의 책이다. 그는 폐암 오진 판정을 계기로 돈과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이다. 그는 얼마나 벌 것인가 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나는 돈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 가족의 기본 생활비라는 게 있을 것이고 지인들과의 교제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쓰는 자기 계발비를 들 수도 있는데 수강료, 책값, 헬스, 여행 등의 경비가 이에 속한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갈 것이고, 활동반경도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 돈 쓸 일도 줄어든다. 기껏해야 병원비가 큰 지출일 테지. 여기에 사생관이 관여한다. 어차피 한 번 죽는 인생이다. 산소호흡기 줄줄 달고 식도로 직접 음식물을 공급받아 연명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사전 연명치료 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둔 이유기도 하다. 그런 상황이면 가족들과 의료진에게 나를 포기해 달라는 요청이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아직 체력이나 정신도 멀쩡하며 의욕도 남아있다.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이렇게 살고 싶다. 그래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68세라니 헐 ^^; 이제 지나친 것은 삼가야 한다. 과로, 과식, 과음 등. 적당한 운동도 병행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지적, 영적 성장도 멈추지 말자.


사람과의 관계는 상대에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적당한 거리감이 서로에게 필요하다.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되 혼자의 시간도 수시로 즐기자. 그리고 자연스러운 나의 노화를 수용하며 굳이 젊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한 달에 30만 원으로도 살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사업으로 다져진 후배의 돈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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