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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Oct 11. 2023

유레카

싫증쟁이가 지식에 접근하는 법

1. 유레카! 나에게 맞는 독서방법

오늘 아침 어제 산 책을 읽다 퍼뜩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나는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순서대로 읽는 것을 답답해 한다는 것이다. 책은 보통 목차별 순서가 있고 읽어가는 방식도 첫 페이지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책 읽는 바른 방법이라고 은연중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읽어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책 한 권을 끝냈다는 뿌듯한 성취감 같은 것도 느낀다. 하지만 독서가 무슨 노동도 아니고 굳이 그래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수학책의 경우 일차 함수를 모르면 이차함수, 삼차함수를 풀 수 없긴 하다. 하지만 시중에 출간된 대부분의 책은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다. 1장을 안 읽으면 3장을 이해 못하는 경우 보다는 1장과 3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나는 3장에 더 끌리는데 굳이 흥미도 없는 1장 부터 차근차근 읽어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영화보기가 힘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여기저기 마구 뛰어다니는데 한 자리에서 기승전결에 맞춘 영화를 끝까지 본다는 게 어려운 것이다. 반면 흥미로운 영화도 있긴 했다. ‘메멘토’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퍼즐을 맞추듯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재구성해야 해서 몰입감을 주었다. 내 성향이 정히 이렇다면 앞으로의 책을 읽는 방식에 변화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첫째, 모자이크식 독서법 적용

책을 잡더라도 흥미있는 장이나 아니면 랜덤으로 아무곳이나 펼쳐 읽기 시작한다. 끌리면 계속 읽고 재미없으면 다시 다른 페이지를 펼쳐 읽는다. 이렇게 모자이크 조각을 맞추듯 읽다가 전체를 쭈욱 개관하는 식이 나에게 맞는 독서 방식 같다.


둘째,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책을 통해 내가 취할 것만 취하면 되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재미있으면 읽지 말라고 해도 끝까지 읽게 된다. 글을 끌리게 쓰는 것은 작가의 역할이다. 독자가 작가에 맞출 이유는 없다. 세상에 읽을 책은 차고 넘친다. 읽기 힘든 책을 인내하며 읽기에는 내 시간이 아깝다.


셋째, 내용 모두를 알 필요는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을 열심히 읽더라도 내용 전체를 외울 사람은 없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책은 도구이고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러니 알고 싶고 끌리는 부분을 읽고 싶은 만큼 읽어도 독서의 목적은 달성된 걸로 여기자.


2. 그리고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기자

책을 읽는 목적은 그것으로 내가 좀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 모든 지식을 안다고 해도 나에게 변화가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철학자 최진석은 이를 두고 ‘성현들의 찌꺼기’라는 표현을 썼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한 편 쓰는 것이다. 이것도 책을 꼭 다 읽고 쓸 필요도 없다. 읽다가 꽂힌다 싶으면 책을 덮고 글을 쓰면 된다. 나의 목적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알게 되고 그것으로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면 된 것이다. 나는 그 수단으로 그 책에 대한 서평 같은 것을 적는 것이다.


서평을 적을 때는 굳이 책의 내용을 베껴 쓸 이유는 없다. 읽고 내가 느낀 것을 적는다. 본깨적이라고 있다. 책을 읽고는 독후감을 쓰는 방법인데 책에서 본 것을 적고, 깨달은 것을 적고, 이것을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 적는 방식이다. 이것도 본 것과 깨달은 것은 이해되지만 어디에 적용할 지는 너무 나간 것 같다. 언제 어떻게 응용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3. 책을 집필할 때도 가능할까?

이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보통 책을 쓴다고 하면 주제를 잡고 목차를 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장을 구성하고 그 장 안에 들어갈 각 꼭지들을 나열하는 식이다. 이 방식이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순서나 체계, 구조에 적응하고 따라가는 것을 힘들어 하니 조금 비틀어 진행해 보면 어떨까. 주제가 정해지면 쓰고 싶은 꼭지부터 쭉 나열해 본다. 그리고 이 꼭지들 중 유사한 것들을 묶어 장을 설정하고 그것에 편입시키는 방법이다. 즉, 책의 주제를 잡는다 > 쓰고 싶은 꼭지들을 쭉 나열한다(50-60개만 되어도 책 한 권 분량은 된다) > 유사한 꼭지별로 묶어 하나의 장에 편입시킨다.   


4. 시험공부는 어떨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미리 주제를 던져주고 그에 대해 집에서 찾고 탐구해와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식이었다. 덕분에 백과 사전을 찾고 여기저기 자료를 많이 찾아야 했다. 그런데 그과정이 무척 재미났었다. 그 후 중고등학교 주입식 교육은 공부를 진저리나게 했지만 적어도 공부라면 국민학교 그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험공부도 가능할까?


시험공부는 누가 많이 암기해서 더 쏟아내느냐의 경쟁이이다. 그렇다면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암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양이 많이지면 스트레스다. 독일의 카드식 공부법이 있다. 독서카드 같은 것에 주제를 적고 그에 맞는 내용들을 적어놓고 이리저리 편집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김정운 교수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카드로 적을 것도 없다. 에버노트나 노션, 스크리브너, 다이널리스트 등 다양한 노트 앱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의 카드에 제목을 적는다. 예를들어 민법상 의사무능력에 관한 내용을 공부한다고 치면 제목으로 의사무능력자라고 적고 그 내용을 카드에 정리해 둔다. 문구로 세세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고 키워드만 나열하는 정도로 정리해 반복으로 상기되는 수준을 점검해서 시험에 대비하면 어떨까. 아이디어 차원의 방법이지만 싫증을 빨리내는 나에게는 시도해 볼만한 방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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