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좀 이상했다. 당연히 너무 쉬울 것 같아서다. 그러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할뿐더러 아무 생각도 않는 명상이란 걸 접하게 되었다. 그제야 그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 중에도 많은 행동과 생각들을 하고 산다.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 몇 시지?’ ‘좀 더 누워있을까 아니야 일어나야 해’ 등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는 늘 피곤하다. 육체의 피로도 커겠지만 정신 피로도 만만치 않다. 쉰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다 보면 슬슬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 괜히 청소 빗자루를 잡기도 하고, 집을 나와 동네라도 어슬렁 거린다.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기가 어려운 법이다.
요즘 가급적 아무것도 안 하기를 실천 중이다. 카페에 가더라도 휴대폰을 꺼내지지 않고 거리 풍경이나 카페 분위기에 젖어본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물이 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으니 하는 행동 하나에만 집중하는 연습도 한다. 이것도 수행의 한 방법으로 유튜브에서 배운 것이다. 식사할 때는 재료의 식감이나 맛에 집중하고, 걸을 때는 걷는 자체에 집중해 본다. 대화할 때는 듣고 침묵하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대화 중 할 말이 없을 때는 어색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하지 않는다. 상대의 어떤 행동에 재차 곱씹으며 큰 의미를 두지도 않으려 한다. 그냥 다가오면 맞이하고 다하면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는 식이다. 별로 대단한 시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낸 시간들이 많은 날은 하루가 편했다.
강원지역 출장 중이다. 이틀에 걸쳐 춘천, 원주에 이어 오늘은 강릉이다. 전에는 이동 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색해서 음악이나 영상, 책이라도 접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창 밖 풍경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시간으로 보낸다.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올라온다. 그래도 더 이상 키우지 않고 ‘아,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구나’ 하고 지켜보기로 한다. 일종의 생활 속 명상을 시도하는 것이다. 수행이란 마음의 편안함을 유지하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와 아무 생각 안 하기는 돈 안 드는 꽤 괜찮은 힐링의 방법이다. 그러면서 새삼 알게 되는 게 있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고, 아무 생각 안 해도 내 일상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걸. 그 일이 닥치면 하는 것이고 지나가면 잊는다. 마치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