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하니 시간이 여유롭다. 출장지인 지점은 오후에 방문 약속을 잡아 어제 늦게 도착한 강릉에서 오전의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강릉 출장을 오면 일부러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정해 모처럼 보는 바다경치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시내 근처의 조식을 주는 편안한 숙소로 잡고 밥때가 되면 인근의 다양한 식당 중 하나를 고른다. 요령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굳이 바다를 보고 싶으면 버스를 타도 20분이면 간다. 강릉처럼 바다가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바닷가 근처에 사는 걸 꺼린다. 그게 다 이유가 있다. 바닷가는 경치 보기에는 좋아도 사람이 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고 모기도 많으며 피서객으로 인한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겨울에는 내륙보다 더 춥고 소금기 있는 해풍은 전자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태풍이라도 올라치면 가장 근접에서 영향을 받는 곳이 바닷가이다. 바다경치도 처음 한 두 번이지 매일 보면 좋은 줄도 모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강릉 바닷가에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올해 여러 차례 출장을 오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정히 은퇴하고 강릉에서 살 생각이면 바닷가보다는 시내로 들어오길 추천한다. 일단 바다를 연한 곳보다는 주거비가 싸고 편의시설들이 몰려있다. 그리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시내에서 차로 10-20분이면 닿는 거리이다. 굳이 바닷가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강릉 지인들도 바닷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모두 시내에 거주하고 있다. 오히려 강릉 한 달 살이가 더 나은 선택 같다. 골머리 아픈 부동산 소유나 전세금 부담 없이 이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출장지인 지점 방문 전 오전에 해파랑 길 39코스를 일부 걸었다. 안목해변의 솔바람 다리에서 강문해변 초입까지의 거리이다. 오른쪽의 바다 경치를 즐기며 해안가에 늘어선 소나무 숲길을 걷는 호사를 맘껏 누렸다. 맥주 한 캔 들고 모래톱에 앉아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듣자니 세상 이리 살면 되지 뭘 더 원하겠나 싶다. 난 정말 혼자서도 잘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