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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14. 2021

063. 우주에 대해 아는 수준

인간은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년 전 한 물리학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암흑이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한 마디로 인간이 아직 알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우주에서 인간이 알지 못하는 영역은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우주의 구성을 별이 0.4%, 우주 가스 3.6%, 나머지는 암흑에너지 74%, 암흑물질 22% 정도로 추정한다. 암흑이라고 붙은 영역이 거의 96% 수준이다. 그렇게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는 인간이 알게 되었다고 하는 수준이 우주의 4% 영역이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강의 끝무렵 궁금한 게 있어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러면 우주의 대부분인 74%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어떠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연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재차 물으니 그쪽에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으니 이쪽에서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도 연구할게 많은데 굳이 정보도 주지 않는 암흑에너지를 연구할 이유가 있겠냐는 얘기였다. 암흑물질도 최근에 그쪽에서 정보를 주기 시작했기에 연구가 진행되는 거라고 했다. 그의 표현이 재미있었다. 마치 우주를 하나의 대상으로 객관화시켜 그쪽에서 정보를 주니 나도 반응하는 것이지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대상에게는 나도 관심이 없다는 투로 들렸기 때문이다.


오래된 일이라 그 강의의 내용은 기억에 없지만 우리는 우주의 대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것과 그쪽에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이쪽에서도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그 표현이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알아가고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가 그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대상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그에 관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쿨하다는 게 과학적 태도인 것 같다. 그것 말고도 나에게 정보를 주면서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은 많으니 말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누군가를 알아가고 교류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나는 누군가를 알고 싶어 다가섰지만 정작 그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면 굳이 거기에 매달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우주의 암흑에너지가 74%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학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주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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