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생활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여기에 큰 딸은 춘천서 생활하고 있어 가족이 완전체로 모이기가 쉽지 않다. 가족도 이렇게 점점 분리되는구나 싶다. 지난 주말 작가세움 모임에서 오랜만에 가족이 완전체를 가지는 상황이라 좀 일찍 일어난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정 선생이 무척 중요한 행사라며 본인은 5년에 한 번 정도 가족 완전체가 된다고 하셨다.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있는 탓이다.
일요일 오전 아내와 함께 한 시간 정도를 걸었다. 슈퍼워크라는 앱을 깔아 매일 걷기를 하기에 공통된 활동이 하나 생긴 탓이다. 가까운 홍제천을 걷자기에 그냥 시내를 걷자고 했다. 지인 분이 주변의 변한 모습이나 흥미로운 볼 거리를 즐기는 시내 걷기의 재미를 알려주셔서 나도 실천하고 있다. 일부러 걷기 위해 자연을 찾을 필요도 없고, 걷다 지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기에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이렇듯 아이들의 독립과 함께 점점 아내와 지낼 시간이 늘 것 같다. 내 가족의 완전체는 이제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가능한 모임이 되었다. 늘 곁에 있을 가족같지만 결국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는 한시적 관계이다. 가족도 이러한데 사회에서 만나는 시절인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니 모든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해야 겠다.
부산에 내려가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한다. 지역 출장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가에 거처를 둔 탓이다. 내가 독립한 걸로 치면 두 분의 입장에선 34년 만에 함께 살게 된 아들이다. 함께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외식도 하며 병원 스케줄에 맞춰 모시고 다니니 두 분도 좋으시겠지만 나도 보람이 크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은퇴를 했고, 좋은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인간관계의 괴로움에 대해 붓다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회자정리(會者定離: 헤어지기 싫은 사람인데 헤어져야만 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다시 보기 싫은 사람인데 또 만나야 하는 괴로움). 이리보면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로운 게 인간관계인가 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관계에 집착하지 않음이다. 비록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