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참 좋은 인연들이 있다. 문예창작 대학원을 함께 수학한 동기들이다. 보통 대학원을 졸업하면 그 만남이 소원해지지만 우리는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고 있는데 매일 글쓰기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어서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3년 넘게 이어지는 모임의 성과는 상당하다. 단 한 줄이라도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글쓰기 습관이 들여졌고 회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다거나 작가 등단이나 독립출판사 대표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나의 제안으로 자신의 책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간 모인 글들이 아까우니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한다는 일명 ‘작가세움 프로젝트’였다. 회원들 중 출간에 뜻을 둔 분들이 참여했고 나의 역할은 기한 내 집필진도 관리를 통해 각자의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졸업여행을 겸해 제주에서 만나 각자의 출간을 축하하는 조촐한 행사도 가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회원들의 성과는 계속 이어졌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책을 출간했지만 이름난 출판사의 출간 제의로 시중 서점에 책이 진열되기도 했고 출간을 계기로 각종 단체나 문화센터에서 요청이 들어와 강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생겼다. 우리의 모임 이름도 새로 정했다. 날마다 글을 쓰는 쟁이들이라는 뜻의 “날글쟁이”로 말이다. 어제는 올해 진행된 작가세움 마지막 모임이었다. 그간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마지막은 오프모임으로 만났다. 회원들은 원고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출간의 방식만 정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직장을 은퇴하면 사회적 관계도 단절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배움과 성장을 매개로 한 모임이 있다면 그럴 일은 없다. 올해를 돌아보면 벌써 10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알차고 재미있게 보낸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는 이런 배움과 성장의 커뮤니티 역할이 컸다. “그게 돈이 돼?” 많은 사람들은 하고말고의 기준을 돈으로 삼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돈은 왜 버는가?” 나는 글쓰기를 통한 몰입감, 배움, 글을 매개로 만난 인연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좋다. 여기에 작은 성취를 하나씩 쌓아가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겹쳐지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역시 글쓰기와 배움은 가성비 높은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