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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04. 2023

생(生) 그리고 노병사(老病死)

에피소드 1

“100층까지 올라가셨다가 계단으로 한 층 내려가시면 식사 장소입니다.” 지난 달이었나 보다. 아버님이 당숙들과 사촌 형들을 초대한 식사 자리를 가지고 싶어 하셨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해운대 100층 건물의 전망대 레스토랑을 건의드렸다. 비쌀 것 같지만 평일 런치 메뉴는 다른 뷔페와 비슷했고 전망대 관람 포함이라 가성비 면에서도 괜찮아 보였다. 아버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리고 비용은 굳이 당신이 대시겠다며 나에게는 행사 준비만 맡기셨다. 인원은 두 분을 포함해 14명으로 그리 많진 않았다. 장소 예약과 초대장 발송, 인원 확정 등 사전 준비를 무리 없이 진행했고 마침내 11월 당일이 되었다. 속속 도착하는 당숙들과 사촌 형님들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꼈다. 당숙이라는 촌수는 아버님의 사촌 형제들이다. 이제 친 형제분들은 모두 돌아가셨고 70대 사촌들만 남았다. 그중의 몇 분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아버님은 당신의 건강이 허락할 때 형제들을 보고 싶어 하셨다. 당신이 죽고 나서 장례식에 온다고 알 수나 있겠냐면서.   


할머님 살아계시고 집안의 제사를 지낼 적엔 그래도 일 년에 몇 번은 뵙던 분들이었다. 하지만 제사를 절에다 모시고 집안 행사가 줄어드니 왕래가 뜸해진 분들이다. 오랜만에 본 반가움에 서로들 얼싸안고 좋아하셨다. 식사 후엔 모두 100층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당일의 행사를 마쳤다. 돌아오는 길 아버님도 만족하셨는지 미소를 지으며 연신 내 등을 쓸어주신다. 참석하신 분들에게 카톡으로 기념사진과 함께 이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오늘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버님은 며칠 전부터 형제분들과 조카 볼 생각에 많이 설레하셨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당숙 어른과 형님들 뵈어 반가웠습니다. 저희는 아버님, 어머님 사시는 날까지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당숙 어른과 형님들 하시는 일에 늘 번창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2

본가 행사 다음날 처가와 관련된 일정이 잡혔다. 장모님을 요양원에서 모시고 나와 바깥 구경을 시켜드리는 일이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보조기를 밀고 다니시지만 아내와 함께 가끔 외출을 도와드리고 있다. 당신의 몸이 그러하니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그냥 벤치에 앉아 계신 게 다이다. 아직 큰 처남이 암으로 입원한 사실을 모르시니 형님을 찾을 때마다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알려드려야 할 텐데 사실을 알고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그것도 염려된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1박을 하기로 한 처형 댁으로 모셔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큰 처남이 입원한 병원에 잠시 들렀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나 보다. 다음 달 있을 큰 딸의 결혼식까지만 잘 버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생(生) 그리고 노병사(老病死)이다. 태어난 이상 늙고 병들어 죽는다. 모르는 건 시기일 뿐이다. 이틀에 걸쳐 본가와 처가의 어른들을 모신 일정을 지내보니 맑은 정신으로 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싶다. 분명한 건 지금은 괜찮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항상 일의 우선순위는 명심하도록 하자.


*1순위, 건강하기: 운동하고 음식을 절제하자.

*2순위, 영적 성장과 마음의 평화: 어떠한 환경에서도  평정심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마음챙기기. 붓다는 이를 두고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다.

*3순위,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기: 모든 인연은 한때의 시절 인연들이다. 사람은 함께 한 기억만 남길 뿐이다.

*4순위, 배우고 익혀 실제로 적용하기: 나이 들어 공부는 가장 가성비 높은 취미 활동이다.

*5순위, 지속적인 소득 만들기: 빈 지갑은 사람을 움츠려들게 한다. 하지만 1순위가 아닌 5순위이다. 꼬리가 머리를 흔들게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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