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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06. 2023

기록은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을까?’ 많은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한다. 산다는 것의 대부분이 누군가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끊임 없이 나를 키워 가는 것이기에 자기가 소멸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누구나 한 번 혹은 그 이상으로 느끼곤 한다. ~ 기록은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 기록이 쌓일수록 인간은 더 풍성하고 선명하게 존재할 수 있다._<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중에서

나에게 쓰기란 중요한 일상이다. 우연찮게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걸 보면 나에게 잘 맞는 활동인 것 같다.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는데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는 책이 눈에 띄었다.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다. 잠시 읽어보다 구입을 결정했다. 내가 책을 구입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호기심이고 다른 하나는 솔루션을 찾고자 할 때이다. 이번의 경우는 둘 다였다. 저자도 나처럼 블로그를 하는 사람인데 쓰기를 통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궁금했고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책을 읽어가다 한 구절에 눈이 머물렀다. ‘기록은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 기록이 쌓일수록 인간은 더 풍성하고 선명하게 존재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블로그 글쓰기를 이어온 동력인 것 같아서다. 생각은 내버려두면 흩어지게 마련이다. 아니면 엉킨 실타래처럼 해결 방안이 안 보일 때도 있다. 그럴때 글쓰기는 효과를 발휘한다. 흩어지는 생각들을 붙잡아 내 눈 앞에 나타내는 작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게다가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져 보이지 않는 생각이 전달되고 설령 내가 죽은 후에도 글은 남아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상상하면 이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업이 있을까 싶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양적인 축적은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 누군가 나에게 “블로그를 왜 하십니까?”라고 물으면 허무한 대답 같지만 “그냥 쓰고 싶어서”라고 할 것 같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호흡을 하는 게 아니다. 매번 숨을 쉬면서 나는 살기 위해 호흡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그냥 호흡을 하다보니 살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글쓰기도 있겠지만 지금 나의 글쓰기는 그냥 일상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요즘처럼 ‘블로그로 돈벌기’를 의식하며 글을 썼다면 지금처럼 이어오진 못했을 것이다. 늘 조회수를 의식해야 할 것이고 나의 글이라기 보다 읽는 사람의 취향에 맞춘 글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의 책에는 “쓸수록 인생이 바뀌는 블로그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사실이다. 나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은퇴 후에도 호기심 어린 흥미로운 인생을 이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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