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출장지인 창원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20여년의 기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무소장인 후배가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후배는 함께 근무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의 실행력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여러 직원들 앞에서 낯간지러운 이야기였다. 한편으론 돌아오는 길에 나의 실행력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뭐든 시작은 잘 했던 것 같다. 문제는 지속성인데 늘 작심삼일, 용두사미였다. 하지만 실행력은 무언가를시작하는 능력뿐 아니라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어쩌면 실행력은 다음과 같은 공식이 아니었을까.
실행력=시작하는 힘 X 지속하는 힘
위의 공식에 의하면 둘 중 하나가 제로(0)에 수렴하면 실행력은 없는 게 된다. 그러니 시작은 그럭저럭 하지만 작심삼일, 용두사미였던 지난 날의 나의 실행력은 별볼일 없었던 것이다. 그후 실행력에 대해 여
기저기서 주워듣고 스스로 적용해 보면서 지속하는 힘을 보완하고 보니 이전보단 많이 나아졌다. 요즘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가볍게 시작해서 그럭저럭 결과는 만들어 내는 편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실행력에 대해 정리해 본다.
처음 그 느낌을 잡아야 한다.
불현듯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참으로 소중하고 순수한 지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감정들은 금새 사그라들고 만다. 이내 안 되는 이유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지나고 나면 처음부터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낚아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그런 생각이 일어나면 노트를 펴서 대강의 계획이라도 끄적거려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쓰고는 일이 되어갈 프로세스를 그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시작하지 않더라도 첫 발은 내디딘 것이다.
열심히 한다거나 잘 하겠다는 생각을 버린다.
이건 무척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경험상 시작이 요란한 것 치고 오래 가는 게 드물었다. 어떤 일이든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처음의 자신감은 점점 쪼그라든다. 시작이 요란하면 마치 100%가 아니면 의미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잘 하겠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여느 자격시험도 60-70%이상이면 합격이다. 일의 완성도에도 여백을 두는 게 필요하다. 일례로 글쓰기 동아리를 시작할 때 단 한 줄이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걸 목표로 했을 뿐인데 벌써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냥 하는데까지 한다는 가벼운 마음이 시작하기에 좋은 태도이다. 나의 경우 굳은 결심을 한다거나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프로세스를 일정에 툭 던진다.
툭 던진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로 바쁘지만 새로운 일의 한 과정을 달력에 반영해 둔다. 전체 일정을 모두 반영할 필요도 없다. 진행과정이 10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졌다면 한 두 과정만 달력에 던져도 된다. 전체 일정을 다 잡으려면 머리도 아프거니와 그때가 되면 꼭 다른 일들이 생겨 못할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정으로도 족하다. 한 예로 이번 11월 출장지는 강원,경남,부산이다. 개별 사무소의 일정들을 감안해서 출장 스케줄을 잡으면 어느 세월에 다 돌지 모른다. 그래서 한 지역을 일주일에 끝내는 일정만 세우고 다른 지역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더니 별 무리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안 그러면 일정계획 세우느라 끙끙 앓았을 것이다. 다년간 경험치에서 나온 꿀팁이다.
30% 정도의 플랜만 있으면 일단 시작한다.
일을 시작하는데는 많은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 대략 30% 정도만 세워지면 시작해도 된다. 늘 경계하는 것은 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은 마치 일을 다 한 것 같은 착각도 일어난다. 그런데 30%정도의 계획이란 어떤 수준일까? 나는 첫 발을 걸칠 수준 정도로 본다. 하고 싶은게 생겼다(10%), 진행 프로세스를 끄적이고 타당성을 탐색한다(10%), 시작할 날짜를 달력에 반영하고 그 날이 오면 한다(10%+실행). 생각보다 30%의 계획은 어렵지 않다. 나머지는 일이 스스로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없이 접는다.
가끔 시작하고 보면 처음과 달리 이게 아니다 싶은 게 있다. 그럼 빨리 손을 떼는 게 낫다. 괜히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잡고 있으면 일은 일대로 진행되지 않고 과도한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새로운 할 거리는 항상 세상에 늘려 있다.
해보기 전에 될지 안 될지 어찌 알겠는가. 되는 사람은 되는 이유를 찾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이유를 찾는 법이다. 하지만 둘 다 옳다. 사전에 미리 정해진 것은 없는 법이니까. 안 되었다고 실패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정도이고 다음에 제대로 갖추어서 또 시도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 그것 가지고 실패라고 할 게 아닌 것 같다. 다음은 지속하는 힘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