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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19. 2021

068. Not My Business.

Not My Business.
 마디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업무협의를 하면서 제일 답답할 때가 이럴 때이다. 하나의 공통된 아젠다를 만들어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이슈를 주도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상위부서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답답한 놈이 우물 판다고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해당 이슈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대학시절 은사님이 자주 들려주신 말씀이 있었다. “너희들이 세상에 나가게 되면 ‘세상에 협조란 없다. 방해하지 않는 게 최대한의 협조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386세대로 뜨거운 열정과 의리로 뭉쳐있던 우리들에게  엉뚱한 말씀을 하신다 싶었는데 철이 들수록  어른의 지혜가 느껴졌다. 어쩌면  말씀은 남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일이 있거든 먼저 스스로 해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다 누군가 도와주면 고마운 일이고 아니면 애당초 도움은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적어도 행동에는 옮길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에는 냉정하리만치 무관심하다. 그것을 전제로 나의 계획을 세워야  차질이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뚜벅이처럼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만난 어느 스님의 이야기다. 일찍 출가해 이른 나이에 고된 행자생활까지 마친 스님은 어떤 인연으로 산속의 굿당을 하나 인수하여 자신의 절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참선도 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좋았지만 신도도 없는 절에 젊은 중만 하나 앉아 있으려니  살림이 말이 아니었다. 수중의 돈마저 거의 떨어질 즈음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그제야 절에는 신도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방법은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야   같아서 산을 내려와 시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거기서  했을까? 스님은  그곳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절을 하기로 마음을 내었다. 그는 시장통의 처음부터 끝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걸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계속하다 보니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던 시장 사람들이 서서히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절에도 신도들이 조금씩 찾아오면서  살림도 안정을 찾아갔다고 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시 그분이   있는 게  외에 뭐가 있었을까도 싶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남의 도움을 기대하기 전에 내가 처한 위치에서 일단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는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다. 방해받지 않는 것만 해도 최대한의 협조를 받고 있는 거라 여기는 사람의 실행력은 남다를  같다.  3월부터 시행될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회사의 특정 이슈를 보험협회나 금융지주, 관련 부서 등에 제기했을  서로  상황을  앉게 될까 봐 거리를 두더니 이쪽에서  사안을 주도해서 진행하기 시작하니 그제야 하나  지원의 의사를 밝힌다. 역시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또한 모두와 연관된 일은 누군가가 주도해서 먼저 시작하면 지원받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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