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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26. 2021

075. 기존의 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다

한류 열풍이 거세다. 나는 여전히 한국의 가수들이 전 세계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글로벌 스타라 하면 당연히 영어권 가수들을 떠올리는 기성세대들에게 이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들은 심한 문화 사대주의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한류 스타들의 노래는 잘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가수들의 음악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는 나도 기성세대가 되었기 때문일 거다.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 한류 열풍을 보며 자부심도 느끼지만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JYP 대표인 박진영의 인터뷰를 보고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될 즈음 자신의 사업에 대한 정의를 달리 내렸는데 엔터테인먼트사를 가수의 앨범을 발매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가 아니라 스타를 키우고 만들어 내는 회사로 본 것이다. 당시 인터넷 환경은 음악의 소비 성향도 바꾸었는데 CD를 소유하는 개념에서 음악 파일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파일의 특성상 복제된 해적판이 시중에 넘쳐나는 위기상황도 겪게 되었다. 이것은 단속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 넓은 중국시장의 복제판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음원파일은 국영을 넘어서 오가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사업의 정의를 달리 하고 나서 직접 스타를 발굴하러 나섰다. 그는 글로벌 스타를 키울 목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들을 발굴했고 그들에게 춤과 노래, 연기뿐 아니라 외국어와 인성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투자했다. 이처럼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동안 철저한 준비를 거쳐 만들어진 스타들이 ‘비’와 ‘원더걸스’ 였다고 한다. 그리고 앨범의 성격도 바꾸었는데 음악이 2-3곡에 불과한 미니 앨범이란 것을 만들었다. 이것은 음악 CD를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킷에 인쇄된 가수들의 소장용 사진 이미지를 판매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보편화되자 CD 음반회사는  90%가 망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무척 신선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업의 방식이 확연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길이 가시밭길이면 도로포장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의 신발을 튼튼한 등산화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그게 더 현실적이다. 박진영 대표는 어떻게 그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지 음악을 잘 아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내가 속한 업의 성격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연결 짓는 유연한 사고가 핵심이었다고 여겨진다.

이 방식을 개인에게 적용해 보자. 먼저 내가 하고 있는 업의 성격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고 나는 그 속에서 어떤 기회들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최근 Tvn에서 방송하는 나영석 PD의 ‘윤 스테이’를 보자. 그는 강호동과 진행했던 KBS의 ‘1박 2일’ 이후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Tvn 종편으로 넘어갔다. 거기서 내놓은 첫 작품이 ‘꽃보다 할배’였다. 그 후 ‘꽃보다 누나’, ‘윤 식당’ 등을 연속하여 히트 반열에 올려 두었는데 그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먹고 마시고 자는 여행이라는 콘셉트이었다. 그는 최근 ‘윤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출연진들에게 이렇게 브리핑했다. 코로나로 여행이 제한되었으니 거꾸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옥에서 진행하는 ‘윤 스테이’를 기획하게 되었노라고. 분명 이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을 전망이다. 나영석 PD의 새로운 일을 벌이는 방식은 한결같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파악하고 거기서 조금 변형시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는 내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내가 익숙한 곳에는 이미 많은 것을 구축해 놓고 하나 더 추가하는 개념이다. 새로운 영역의 추구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박진영의 업에 대한 재정의는 결국 가수의 노래가 담긴 CD를 파는 것에서 노래 부르는 가수를 파는 것으로 바꾼 것이었다고 본다. 기존의 것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이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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