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어바웃 닥터를 마치며

by 이시호

2020년 8월, 의사들의 파업 사태가 있었다. 파업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일반인들은 의사에 대해 잘 모를뿐더러,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게 참 안타까웠다. 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이 궁금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술은 얼마나 먹고, 담배는 얼마나 피우는지,

학교는 잘 다니고, 직장 생활은 잘하는지,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지, 운동은 얼마나 하는지,

부모님 중에 아픈 사람은 없는지, 어릴 적에 크게 아팠던 적은 있는지,

그리고 아픈 데는 없는지, 모든 게 궁금하다.


궁금하기만 할 뿐인가, 별 짓을 다해서 궁금한 것을 알아내려고 힘쓴다.


눈동자에 빛을 비춰보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리게 해서 들여다 보기도 하고,

청진기로 가슴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배를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하고, 환자를 알몸으로 만들어 전신을 훑어보기도 하고,

주사기로 피를 뽑기도 하고, 기계에 누워 사진을 찍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면서도, 의사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의사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치료를 하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몸을 맡기는 건데, 어떻게 이 정도로 상대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모든 원인은 의사에게 있었다. 의사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면서도, 환자에게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이유로, 몰라도 된다는 이유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왔다. 몇 년 전부터 제도적 개선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미 환자의 머릿속에는 의사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가득 차 있다.


이런 의사의 업보는 국민들이 의사에 대해 불신을 갖게 했다. 그 결과 국민을 위한 파업이라는 명분에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이유 불문 의료 소송을 걸고 보는 문화도 생기고 있다. 의사에 대한 불신이 의사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피해는 대부분 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과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목격한 젊은 의사들은 피해를 보는 과들을 피하게 됐고,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썼다. 환자가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궁금해야 하는 이야기들이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때 알고 있으면 좋은 이야기들이고, 환자가 아니더라도 그냥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이 환자와 의사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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