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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호 Apr 20. 2020

인턴들의 입시 전쟁 1

레지던트 입시 설명회: 총론

인턴을 한국말로 하면 ‘수련의’라고 한다. 의사 면허를 땄으니 이제 대형 병원에서의 수련을 통해 의사다운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1년간의 인턴 근무다. 인턴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돈을 받는 ‘직원’ 임과 동시에, 병원의 여러 선배 의사에게 배우는 ‘학생’이기도 하다. 인턴이 그냥 일하면서 주워듣는 걸 교육이라 칭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각 과에서는 인턴에게 어떤 것을 교육할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에 치여 정형화된 교육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인턴이 학생이라면 그중에서도 무려 ‘고3’이라고 할 수 있다. 고3이 원하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노력하듯이, 인턴은 원하는 과의 레지던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고3의 입시전쟁처럼 인턴의 입시전쟁 역시 매우 치열하다. 실제 고3 입시와 그 과정도 비슷하다. 일종의 수시도 있고, 정시는 내신, 포트폴리오, 수능, 면접, 실기까지 모든 구성요소를 갖춰서 진행된다.   

 

인턴의 입시는 왜 전쟁처럼 치열할까? 대학교에 순위가 있듯이, 각 과에도 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순위는 대부분 레지던트 4년을 끝내고 전문의가 되었을 때의 기대 수입으로 정해진다. 어느 과가 돈을 잘 버는지에 대한 정보는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돈을 잘 벌 가능성이 높은 ‘인기과’와 그렇지 않은 ‘비인기과’로 나눠지게 된다. 예전에는 과 인기의 기준이 오로지 돈이었다면, 최근에는 레지던트 4년 과정 동안 받는 고통의 정도가 중요 기준으로 떠오르는 추세이다.


결국 최고 인기과는 편하게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기대 수익까지 높은 피부과, 재활의학과 등이 있으며, 정형외과 역시 직접 일을 해보기 전에는 인기가 상당하다. 하지만 최근의 정형외과는 일을 시작하면 인기가 줄어드는 과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수련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냥 인턴, 레지던트를 막 굴려도 악착같이 버텨냈다면, 지금은 못 참겠다고 포기하는 비율이 꽤 높다. 반면 비인기과는 비의료인에게 이름을 말했을 때, ‘그런 과가 있었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의 과들이다. 생각보다 더 인기가 없고, 전국의 지원자를 다 합해도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경우도 흔하다.


모든 인턴이 인기과의 레지던트가 되어 돈을 잘 벌면 좋겠지만, 인기과의 선발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결국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고, 각 병원에서는 지원한 인턴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 놓고 이를 바탕으로 레지던트를 선발한다. 일종의 ‘수시’ 과정은 ‘어레인지’라고 하며 대한 전공의협의회에서 없어져야 하는 문화로 지적하고 있으므로 추가 언급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레지던트 선발 정시 과정은 11월 중순에 시작된다. 11월 중순쯤 2~3일에 걸쳐 모든 3차 병원에서 동시에 지원서를 받는다. 본인이 수련한 병원과 관계없이 어느 병원의 어느 과든 지원할 수 있으며, 단 하나의 지원서만 낼 수 있다. 지원이 마감되는 날, 각 병원에서 각 과의 경쟁률을 공지하는데, 여기서 희비가 한 번 갈린다.


인기과의 경쟁이 심한 만큼, 다른 과에서는 딱 뽑는 만큼의 인원만 지원하거나 미달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는 이후 과정에서 인턴이 직접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인턴은 경쟁률이 1 이하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자유다. 앞으로 있을 시험이나 면접을 대비할 필요가 없으며, 면접 당일에 가서 인사만 잘하면 합격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쟁률이 1이 넘어가는 인턴은 그 날부터 고생 시작이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시험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다른 경쟁자의 정보도 수집해야 하고, 지원한 과의 분위기는 어떤 지 동태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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