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인턴 시점>은 제 첫 작품입니다. 의사로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심심해서'라고 대답할 거 같습니다. 병원에서의 일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서 오후 5시에 퇴근하면 체력이 꽤 남아있습니다. 자기 전까지의 시간을 대부분 게임을 하면서 보냈는데, 어느 순간 게임이 재미가 없어지더군요. 뭐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는 오래전부터 흥미가 있었거든요.
글을 써보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말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도 재밌지만, 정제된 언어로 나름의 기승전결을 만들어서 온전히 나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글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었습니다. 자려고 해도 자꾸 머릿속에 문장이 돌아다니고, 2년 전의 기억들이 자기도 써달라고 서로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잠시 불면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한 날에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왠지 잠이 깨더군요.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는 느낌도 대단했습니다. 독자의 평가가 좋을 때는 정말 뿌듯하더군요. 아무래도 흔한 주제가 아닌 의학을 다루다 보니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항상 고민을 하며 쓰게 됩니다. 은근히 예민한 주제인 데다가 쓸데없이 어려운 말이 많아서 비의료인 독자에게 제 글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모든 독자가 직업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의 인턴 근무를 회상하면서 다시 인턴이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의사로서의 마음가짐도 다시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몰랐는데 그 당시 만났던 환자들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계시더군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글은 제 나름의 추모가 되었고, 살아계신 분들에 대한 글은 일종의 안부 인사가 되었습니다. 다들 잘 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생각입니다. 인턴 이야기는 다 들려드렸으니, 그 전의 의대생 이야기 또는 지금 소속된 방사선 종양학과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동안 <전지적 인턴 시점>을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다음 작품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