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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호 Jun 01. 2020

온라인 시험이 가야 할 방향

삼성과 인하대의 온라인 시험

얼마 전 삼성의 GSAT(직무적성검사)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시행됐다. GSAT은 삼성 그룹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시험으로, 매년 10만 명 정도 응시한다. 사상 첫 온라인 시험을 앞두고 삼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당연히 부정행위 방지였다. 삼성이 만든 부정행위 방지 대책은 실로 대단하다. 


삼성에서 제시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시험은 컴퓨터로 응시하고, 응시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중계를 하도록 했다. 스마트폰에는 컴퓨터 화면과 함께 응시자의 얼굴과 손이 나와야 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스마트폰 너머의 감독관이 확인하게 했다. 삼성은 이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응시자에게 스마트폰 거치대 등이 포함된 응시 키트를 배송하고, 사전 소집하여 응시 방법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또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험의 안정성을 높였다.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응시자가 시험 중 컴퓨터로 캡처나 화면 이동 등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스마트폰 영상은 저장되어 녹화본을 통해 부정행위 여부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시험 방법에 대한 검증 역시 진행됐다. 회사 내부에서 모의시험을 진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시도하게 했다.


삼성은 첫 온라인 시험을 원활하게 마쳤다고 자평하고 있다. 부정행위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잡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삼성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이 부정행위 방지에 목숨 거는 이유는 시험의 공정성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공정성이 없는 시험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다른 온라인 시험도 있었다. 인하대 의대에서 3월과 4월에 온라인으로 시험을 진행했는데, 약 80%의 학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 사전에 모의하여 함께 시험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도덕성이 강조되는 직업인 의사가 될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는 조만간 징계를 결정할 것이라 한다.


확실히 범죄는 맞다. 철저히 계획된 범죄다. 다만 문제는 참여자의 숫자이다. 전체의 80%가 넘는 인원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 이는 개인의 일탈보다는 시스템의 오류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한두 명이 버그를 쓰는 게임에서는 버그 사용자를 욕하지만, 모두가 버그를 쓰는 게임에서는 게임 제작자를 욕한다. 시험을 만든 학교와 교수는 온라인 시험에 대해 무지했을 것이고, 학생들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대충 온라인 플랫폼에 시험을 올려두면 학생들이 정직하게 풀 것이라 믿었다.


반면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시험의 허점이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보였을 것이다. 허술한 온라인 플랫폼에, 감독도 없는 시험이라니? 의대생의 시험은 작은 시험이어도 비중이 크다. 유혹이 크다는 말이다. 가장 도덕성이 낮은 누군가가 부정행위를 모의했을 때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시험이 된 것이다.


부정행위가 밝혀진 것 역시 학생 덕분이었다. 모든 학생이 가만히 있었으면 학교 측에서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이후 학교 측의 대처도 현실 인식이 떨어진다.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학생들을 위협하며 자백을 강요했다. 내부고발자가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학생들은 자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학생들은 앞으로 짧으면 4년, 길면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동기들인데, 서로를 못 믿게 되어버렸다.


학교는 징계가 아닌 사과를 해야 한다. 최첨단을 달려야 할 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든 죄가 크다. 부정행위를 막을 자신이 없었다면 오프라인으로 안전을 확보하여 시험을 진행해야 했다. 과도하게 순수한 죄 역시 있다. 세상 살 만큼 산 교수들이 아무 근거 없이 학생들이 허점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학교는 자신의 안일함으로 시험의 공정성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과해야 한다. 앞서 시행한 모든 온라인 시험을 무효화하고 징계 없이 재시험으로 가야 한다.


삼성과 인하대의 온라인 시험을 보면, 두 가지 차이가 보인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차이와 기술력의 차이다. 사람은 감시자가 없고, 이득이 있다면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삼성은 그 사실을 알았고, 기술력을 동원하여 막아냈다. 인하대는 사람을 너무 믿었고,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도 없었다. 이 차이가 앞으로 온라인 시험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끊임없이 응시자를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험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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