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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Dec 07. 2019

빨간 머리앤의 숨결을 따라서

당신을 마음속에 새긴채 살아갑니다. 마음을 담아 사랑을 전합니다.

이젠 다시 볼수 없는 캐나다 포스트의 디자인은 캐나다의 시골 어딘가에서 발견했다. 지금 바뀐 디자인은 너무 요란해서 싫었는데 이렇게 밋밋한 우체국은 너무 낡아 초라한 모습에 괜시리 우울해졌다.

 팀홀튼 특유의 냄새가 학교 안에서 지나갈때마다 나면 코를 막았다. 그 묵직한 기름냄새가 별로라 팀홀튼을 피해 다녔다. 그런데 내가 캐나다에 없는 동안 팀홀튼은 디카페인도 나와서 값싼 커피를 자주 마실수 있었다. 그리고 깡마르고 식욕이 없는 내 친구를 따라 같이 밥을 먹다보니 아점은 팀홀튼 샌드위치로 마무리하곤 했다. 나름 버터를 엑스트라로 넣은 베이글에 steeped tea는 억지로 생존을 위해 먹기 시작했지만 돌이켜보면 제일 많이 생각나는 팀홀튼 조합이다.  캐나다까지는 너무 머니까 steepped tea medium size one and an half sugar one and an half milk 의 조합 티백이라도 나오면 그순간을 추억하기 좋을 것 같다.

 무모한 도전들을 하다 보면 얼마나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미 한번 시작을 했으니 되돌아갈 수 없어서 이미 마음먹은 것은 꾸역 꾸역 하게 되고, 그렇게 비효율의 끝을 깨달은 이후엔 나름의 삶의 지혜를 얻곤 한다. 무엇이든 굳이 몸소 깨닫지 않아도 머리로 이해되어서 몸이 피곤하지 않는 삶을 외치고 있지만 이 또한 몸따로 마음따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캐나다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지긋지긋하게 답답하고, 춥고, 혹독했던 캐나다 유학생활을 오기와 독기로 마쳤다. 사실 영어를 해야하는 압박감으로 부터 해방이었던 유학도 how to를 찾다가 단순히 현지인 친구들과 같이 뮤지컬 배우면 답답해서라도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일거란 무모한 생각이 나를 예술학교로 이끌게 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캐나다구스를 사려다가 pei 버전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 이후 pei가 캐나다 끝에 있는 지방의 이름임을 알게 되었고, 빨간 머리앤을 읽지 않은채 빨간 머리앤이 살았던 청정지역이라고 건너 들은 적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보고 싶었고, 캐나다에 있는동안 쿠바를 가고 싶었던 목표는 사라지고, 은연중에 단순히 예쁠것 같다란 pei로 향하고 있었다. 간절히 꼭 해봐야지했던 마음보다, 단순히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은연중에 생각한 것들은 늘 나를 그 자리에 데려다 놓곤 한다. 그래서 나는 새해가 오면 무의식의 의식화 작업을 한다. 다이어리 첫장에는 그냥 큰 의미 두지 않고 단순히 하고 싶고 재밌어 보이는 일들의 위시리스트를 적곤 하는데 일년 후엔 웬만하면 그런 리스트들이 다 이루거나 채움으로 체크할때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유학생활에서 만났던 캐나다 베프와 남미 자메이카에 가서 치과 치료나 싸게 하고 호텔에서 실컷 먹고 놀자던 플랜은 좀 더 싸 보이는 캐나다 국내 여행지로 바뀌었고 버짓을 더 줄이려 자동차를 선택하다보니 하루종일 8-10시간 드라이빙을 하는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드라이브도 참 좋지만, 다시 오게 될 일은 없겠지만 혹시 오게 되더라도 직항으로 핼리팩스까지 간 후 하루 3시간 이상의 드라이브 하지말고 천천히 여유롭게 느긋하게 관광지를 몸소 느끼는 여행이 더 맞고 옳은 방법이라고 말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비행기 대신 자동차 렌트를 했고, 미리 예약을 했다. 하지만 회사일에 정신이 없어서 쫓기듯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했기에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국에 도착하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날 뭐가 필요하지 싶어 깨달았다. 철저히 나의 잘못으로 캐나다 도착하자마자 렌트카를 급하게 빌려야했고 친구는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크레딧 보증금이 충분치 않아 여행을 출발하지 못할뻔 했다.

말도 안되게 기나긴 여정의 시작은 퀘백이었다. 전날부터 굶주린 배를 잡고 다음날 눈뜨자마자 살기위해 팀홀튼을 먹었다. 친구의 사려깊은 마음덕에 나를 위한 보금자리를 예쁘게 준비해줬는데 회사일에 쫓기느라 두어시간도 자지 못하는 강행군을 하다보니 피곤에 쩔어 골아 떨어졌다. 동선이 맞아 퀘백을 올때 갈때 두번 들렀는데 도도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올드퀘백이 예뻤다. 도깨비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퀘백을 애정하진 않았을텐데 문화 컨텐츠의 힘은 도시의 막대한 관광수입을 일으키는 힘이다. 허나 여전히 나는 겨울이 오지 않을 수 있다면 몬트리올을 캐나다 도시중에서 가장 좋아할 것이다.

그냥 기름 넣고 노래 틀고 수다떨고 달리고 달린다. 때론 일차선 때론 이차선 가끔 가다가 느리게 가는 차가 있으면 영어욕을 시전하고 과속 카메라에 걸리지 않게 정규 속도를 유지하면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린다. 휴게소에 들러 팀홀튼 팀빗과 기름을 채우고 또 하품을 하고 때론 가쉽과 토론을 뒤섞으며 이야기한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최고의 일대일 영어강습을 받았다. 사실 출발전에 많은 걱정을 했다. 줄어든 내 영어실력에 혹은 나랑 일주일이나 같이 있는데 말이 덜 통해서 답답해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여행이 즐겁지 않으면 어쩌지 우려했다. 그리고 나같으면 충분히 짜증났을 언어장벽에도 늘 들어주고 설명해주고 대신 도와주는 친구덕에 감사하고 내가 너무 행운아라고 여행의 막바지에 진심을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오히려 자신은 전혀 생각치도 못한 포인트였는데 이런 것까지 걱정해주는 내 마음에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중간에 가다 단풍이 조금 들어있는 풍경들을 볼때면 캐나다의 길고 혹독한 추위가 없다면 이란 생각을 했다. 춥지만 않으면 이 땅들도 다 발전이 되었을까 생각했다.

캐나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지리시간에 배웠던 곳들을 데려갔다. 하나같이 다 국립공원이었다. 제일 기대했던 pei는 날씨가 우리의 고된 일정만큼 혹독한 빗방울이 내리쳤다. 악천우에도 굴하지 않고 여지껏 온게 아까워서라도 빨간 머리앤의 생가와 그녀가 맘껏 뛰놀며 사랑받기위해 애썼던 바닷가와 등대를 실컷 마음에 담아두었다.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져나갈것 같은 쎈 바람이었지만 참 별로 볼게 없는 등대에 바다였지만 여행중 명소들 peggy’s cove보다 더 뭉클함을 전해준 곳이 pei였다.

랍스터를 실컷 먹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싼건 여기나 뉴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뉴욕에서도 세인트앤드류에서도 pei에서도 일주일동안 세번의 랍스터를 먹고 나니 더이상의 갑각류는 싫었다. 다들 맛집을 찾아갔는데 세인트앤드류의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마요네즈 한껏 버무린 현지 펍에서의 런치메뉴였던 랍스터 샌드위치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날의 분위기, 랍스터와 빵의 식감과 풍미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여행을 다시 재조합한다면 세인트 앤드류에서 2-3일 아무것도 안하고 글만 줄기차게 쓰고 책을 읽고 운전 연습을 하다가 밤에 우연히 만나는 야생동물들을 보고 야식으로 주유소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그런 생활을 하고 세인트 존스일정을 스킵해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세인트존스는 디트로이트처럼 사람들이 다 우울하게 죽은 도시라 더이상 캐나다의 광물자원의 수요가 미국에서 없으니 더했다. 나도 덩달아 우울함을 경계했다.

pei에서 생산한 버터는 괜히 더 pure하고 맛있어야만 했다. 최근에 프랑스의 비싼 버터를 넣은 빵을 먹어본 적 있는데 그때 버터가 이리도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비는 우리의 볼따구를 사정없이 때려댔지만 pei에 도착하기 위해 미련하게 3박 4일을 허리가 끊어져라 앉아서 운전한 우리의 최종 목적지 달성을 자축을 막지 못했다. 괜히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목청껏 소리도 치고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도 했다. 그땐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고 얼마나 뭉클하고 가치있었던 순간이었는지 되내이다보면 지금은 누구보다 그 특별한 감정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왜 특별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순 없는 아이러니속에 나를 마주한다.

가기전에 빨간머리앤 책을 읽고 가야지 했는데 옷도 전날 겨우 싸고 운전면허증을 안가지고 올만큼 성의없는 여행에 책은 사치였다. 그리고 빨간 머리앤 얼굴은 작가 백영옥의 책에서 봤기에 대어충 성격은 짐작할수 있었지만 pei가 주는 특유의 무디한 분위기는 나를 집어삼킬듯 압도하고 있었다.

pei에 가기전 보다 pei찍고 돌아올때 듬성 듬성 확연히 단풍이 많이 물든 것을 보았다. 흐드러지게 물든 단풍들은 비록 볼수 없었지만 이렇게 듬성 듬성 물들어가는 단풍들을 보고 있노라면 초록빛속에 그려진 단풍들이 더 큰 가치를 띄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먼저 찾아온 단풍이 주는 값진 가치에 대해 찬찬히 사색했다. 별 생각 없이 철저히 큰 소득 없는 생각들을 하다 보면 그렇게 마음 정리가 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창조하지 않아도,  그렇게 의미없는 생각과 시간들의 합집합은 또 다른 삶의 결론을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20대에 접어들고 답을 쫓아가며 살아왔던 내 자신에게 인생의 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끔 그리도 어렵게 찾은 결론과 명제를 잠시 잊고 지낼때도 있지만, 스프링 좋은 탄성처럼 다시 내 자신으로 돌아오면 그것으로도 된것이라 나를 다독이곤 한다.

생각보다 빨리 랍스타가 물려버렸다. 나름 맛집을 찾아간 것인데도 겨우 반개를 먹은 걸보니 심지어 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도 한계가 빨리 찾아왔다. 전날 먹었던 랍스타 샌드위치가 왜 그리도 맛있었나 생각해보면 식빵과 버터 그리고 마요네즈라는 지방과 탄수화물의 조화때문이었다. pei에선 감자가 그리 맛있다고 극찬을 하는 걸 들어서, 기대했는데 기대에 충족하는 신선한 맛이긴 했다. pei에서 생산한 감자를 가지고 감자칩을 만들면 어떨까? 공장을 돌리는데 캐나다는 인건비랑 세금 대다보면 수익 구조가 열악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그러면 프랜차이즈화 하는 작은 가게부터 시작해서 이를 캐나다 그리고 미국으로 넓혀나가는 것이 답인가 생각에 생각을 물었다. 팀홀튼이 캐나다 사회에서 단가가 낮지만 박리다매 형식으로 엄청 팔고 있다. 생각해보면 인건비 다 내더라도 그만큼 팔리면 장사는 되는건데 수익율은 한참 낮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 브랜드라는 호칭에 맞게 좋은 취지의 대회나 행사들에 후원도 많이 해야한다. 한번은 캐나다 사람들의 팀홀튼 사랑이 궁금해져서 스타벅스 코리아 연매출과 캐나다 팀홀튼 연매출을 비교해봤는데 8배인가 말도 안되는 사이즈로 스타벅스 코리아가 현저히 높았다. 물론 1인당 객단가가 1/3비율이니 그럴만도 했다. 태국엔 유독 일본 브랜드가 어느 동남아보다 많이 진출해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외국의 것을 받아들이는데에 있어서 그만큼 수요도 확실하다. 레이지보이가 태국의 청담동같은데 매장이 있는 걸보니 더 체감이 갔다. 하이쏘가 기존의 권력을 놓치 않으니 가능한 구조이고, 일본인들의 자본력 역시 무시 못하는 소비의 큰 손일 수 있다. 특히 입고 먹고 하는 생활 밀착형제품들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딘앤델루카처럼 딘앤델루카를 있게 만든 본점은 망해서 파산신청이 들어가더라도 딘앤델루카 태국지점은 불티나게 잘 팔린다. 아직까지 고가의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잘 팔린다. 팀홀튼도 스타벅스가 자꾸 캐나다 내에서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예전만큼 수익이 막 오르고 있지 않다고 세계화에 힘쓴다고 들었다. 두바이에도 꽤 보였었는데 한국에도 얼른 steeped tea와 함께 들어와주라주. 온라인으로 티백이라도 판매해주라주.

몇년간 내 분신처럼 여기던 디즈니 공주 인형 시리즈들을 얼마전 중고나라에 떠나보냈다. 어차피 만지지도 않았고 내 눈요깃감으로(!) 뭔가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숨어있는 여성미가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평소에 귀찮아서 잘 입지도 않는 치마도 그것도 원피스로 맨날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한 디즈니 공주들을 보면서 대리만족 하였다. 그 기준으로 치면 이 빨간 머리앤도 데려오는 것이 맞았다. 과거의 나라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 장식장에 딱 디즈니 친구들과 맞는 사이즈라 오순도순 있을 수 있었다. 게다가 어찌나 사라는 계시인지 가격에 30프로 할인까지 하고 있어서 한참을 바라만 보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다. 정말 내안의 큰 자아가 충돌하고 있었다. 사람을 닮은 모양새를 한 인형들을 집에 두면 안된다고 어른들이 그러셔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옛날엔 그런가보다 흘겨들었던 말들 중에서 요즘은 어른들 말 틀린것 하나 없다고 생각이 들어 이 가치있게 아껴주었던 디즈니가 좋은 금액에 팔리자 쿨하게 보내주었다.

참 센스있는 tictac의 사이즈, 모자라지 않고 부담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알맞은 식후 디저트였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 치킨 한조각만 시켰다. 잠도 한동안 너무 많이 못잤고, 정말 매일같이 두세시간에 한번씩 깨서 업무하고 다시 잠들고를 이주째 하노라면 허벅지를 찌르고 눈물을 질질 흘리며 여행을 해야했다. 그리고 감자튀김 조금 나온다길래 별 생각 없이 치킨을 받았는데, 역시 캐나다의 양은 너무 간과했다. 그리고 동네 맛집 처럼 보이는 치킨집이었는데 치킨은 한국 치킨이 최고다. 어디가서 치킨 좋아한다고 니네 말하지 말라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한국에서 맘스터치를 맛본 내 친구는 fair enough라 받아쳤다.

운전하다 예쁜 곳이 있으면 차를 세워 사진을 찍었다. 사람도 없고, 강아지 고양이 한마리도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은 인적드문 동네에 그림같이 예쁜 풍경들은 사람의 떼를 묻지 않음으로 얼마나 지구가 아름다울 수 있는지 되세겨 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대단한 것을 보았다 하면 나는 이곳 peggy's cove 페기스 코브를 꼽고 싶다. 이 주위에 예쁜 해변가가 많았고 어딜가나 절경이었지만 이만큼 대단한 스케일의 예쁜 바다빛과 해뜰때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특별한 색감은 굉장했다. 자연을 보고 정말 대단한 자연들을 봐도 크게 감탄하지 않는다. 그런데 peggy's cove는 정말 인상적인 풍경중 하나였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로 유명한 국립공원에서 (지명도 모른다) 그냥 친구가 데려다 준 곳에 갔을 뿐이다. 이미 엄청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추웠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 가지고 있는 모든 옷들을 다 꺼내어도 춥다. 그래서 더더욱 멍때리고 따뜻한 커피만 충전하기 바빴다. 한걸음 떼는 것도 무기력함에 이미 몸을 맡겼으니 쳐내야하는 일정중 하나의 기나긴 인내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그 걷는것마저 싫어 20분 걸으면 된다는 거리를 1분만에 4불을 내면 열차가 있다고 해서 친구를 졸라 그걸 탔다. 아까보다 훨씬 덜 추워진 것도 있고, 오랜만에 쌩쌩달리는 기차를 타며 바람을 한껏 맞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참 가치있게 쓴 4불이었다.

pei가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멀어서였다고 단정짓기엔 너무 그곳이 가치로웠다. 어딜가나 볼 수 있었던 흔한 들판의 등대일뿐이라도 그곳은 빨간 머리앤이 숨쉬고 있는 풍경의 연속이었다.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들판과 그녀의 감수성이 자라난 곳이었다. 아무리 우울하고 좌절감에 사무치게 되는 사건의 연속이더라도 그녀처럼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낸 후 그녀만의 색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나눠주는 앤의 모습이 좋아서 pei는 그런 앤이 숨쉬었던 공간이라 특별했던 것이다.

올때 갈때 퀘백을 들렀다. 돌아올때도 그 느낌 그대로를 받으려고 했는데 올드퀘백에 주차를 하다가 방심한 나머지 친구가 차를 벽에 박아서 보험이 안되는줄 알고 50만원은 그냥 깨졌다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 기분은 기분대로 상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보험 풀 커버리지로 들어놔서 괜찮다고 했는데 50만원을 아끼려고 이렇게 비행기도 못타고 자동차 타고 여행했는데 그 화를 삭히느라 몇시간동안 멍때리고 화난 상태가 왔다갔다하는 친구를 보고 그냥 가만히 옆에서 바라보고 기다려주었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장 발벗고 나가도 오히려 더 좋아질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다시 주차한 시간이 오버되어 주차비까지 벌금으로 더 물어야했었는데 완전 친구가 화를 컨트롤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나는 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풀커버리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여지껏 운전도 못하는 나를 데리고 풀로 운전을 하면서 너무 수고해준 내 친구에게 평생 더 잘해줘야겠단 다짐을 했다.


 진짜 친구는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기쁜 일이 있을때 마음을 다해 누구보다 더 많이 축하해줄 수 있어야한다. 그 좋은 일이 참 작은 스케일일지라도 진정 축하해주지 않는 친구에 나는 자비는 없다. 그냥 내가 조금 손해본다 생각해도 진심은 통하게 되어서 우정도 사람관계도 사랑도 다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대쪽같은 나의 성격에 손해본다 하더라도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기에 더 넓은 인맥을 깔끔히 포기한지 오래다. 잘할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잘해도 시간은 모자라다.

어둠의 도시처럼 느껴졌던 세인트존스는 친구가 진짜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우리에겐 별로였다. 여행의 막바지라 감흥이 시들해진것을 감안해도 별로이긴 했다. 그와중에 핸드폰을 쓰윽 꺼내들어 우리 교민이 멀리서 열심히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었다. 오지랖이 넓진 못해 힘내시라고 응원한다고 한마디 거들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았다. 한동안 향에 미쳐 힐링되는 향은 다 사모았는데 나는 단순히 성능이 좋은 향이 아니라 브랜딩이 잘 된 향 제품의 브랜드 스토리 텔링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진짜 돈이 많아도 크루즈 여행은 싫다. 뭔가 비행기도 비지니스를 타더라도 너무 장시간 타면 폐소공포증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크루즈는 더 답답하다. 그런데 이런 스케일은 덜 답답할까 싶다가도 분명 멀미에 금방 수영장이나 파티가 있어도 질려할게 뻔하다. 홀푸드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가장 최고의 음식, 캐나다가 낳은 최고의 음식 원픽 the greek got yougurt vanilla flavor는 metro에서도 구할수 있었다. 어딜가나 우선 남기더라도 사고 본다. 홍콩에서 이 똑같은 맛 똑같은 브랜드의 요거트를 먹은 적이 있는데 호주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호주도 요거트 맛있게 만들거라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캐나다에서 만든 이 브랜드의 캐나다 요거트가 나는 훨씬 고소한 풍미가 있어 좋아한다. 저 요거트와 무 맛인지 수박맛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맛없는 수박일지라도 수박이라면 나는 세상 가장 행복한 음식을 먹는 모드가 된다.

퀘백의 에어비앤비에서 흔한 놀이터에서 한참 멍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랑 다녔던 유명지보다 그냥 놀이터나 공원을 걸으며 들었던 음악과 찍었던 사진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 렌트카 트렁크 뒤에 걸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름을 채우고 화장실이 급하다고 어딘지도 모르는 동네로 우선 고속도로를 내린 기억, 눈만 뜨면 우선 팀홀튼을 찾아 베이글과 샌드위치를 돌려가며 물리도록 먹은 올드보이로 만들어준 조합들이 가장 많이 그리워 생각난다. 다신 그립지 않을 것 같았던 캐나다는 어느새 내 안에 파고 들었다. 캐나다를 다시 갈까 생각하면 딱히 그럴 일은 없어보이지만 캐나다 계좌를 닫고 다신 캐나다 올 일도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가 뉴욕 갈때마다 친구들과 학교가 너무 그리워 그 이후에도 캐나다를 두번이나 더 갔다왔다. 이번엔 워낙 곳곳을 보고 있어서 캐나다가 덜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캐나다가 그립다기보다 내가 매일같이 찾았던 우리 학교 앞의 온타리오 호수와 옥빌의 다운타운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역향수병이 걸릴때가 있다. 그 시절의 기억들로 지금의 내가 치유받기에 그곳은 내게 치열한 영어 싸움의 전쟁터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이 가득한 평온의 도시다. 무언가를 보기위한 여행보다 일상에 지친 나를 달래기 위해 여행한다는 편이 좀 더 나의 여행 가치관엔 맞는 설명인지도 모르겠다. 이 자리를 들어 낯간지럽지만 나의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문화와 인종은 물론이고 일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늘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사이인 나의 소중한 친구 Al에게 애틋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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