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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Aug 31. 2015

잘 커줘서 고마워

KBS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브라운관을 누비는 톱스타가 되기까지

 일요일 아침마다 <반올림>을 보기위해 일찍 일어났던 기억이 있다. 그때보다 더 어릴적엔 만화영화(티몬과 품바, 헤라클래스, 등)를 본다고 일요일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잠을 깨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면 예전엔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재미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요즘은 포털이나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등의 매체의 다양화로 그 당시에 시간을 체크해가며 본방사수를 하는 재미의 요소가 옮겨간 것 같다.

 눈뜨고 이불 속에서 20분동안 버즈피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루의 시작을 개운하게 할 수 있다며 20분의 잠보다 버즈피드를 택한 캐나다 친구들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보면 몬캐스트, 피키캐스트등의 재미와 모두가 쉽게 소화하고 소비할 수 있는 웹사이트(앱)들이 스멀스멀 우리의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반올림의 흥행은 참 내게 특별한 인상을 가져다 주었다. 내 나이 또래의 학교생활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담은, 일요일 아침에 방영하는, 우리 세대가 주 타겟층인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공감대가 문화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반올림만한 드라마는 더이상 아침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서울 학생들은 이런 고민을 할 수 있겠구나.' 혹은 '남녀공학 학생들은 이런 재미가 있구나.'를 대신 헤아려주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아주 우연히 학교 수업을 듣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화장실을 가는데 어디서 옥림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지하에 까랑까랑한 특유의 옥림이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 들었고 주위를 살폈다. 스윽하고 스쳐지나가는 인형같은 아이 옥림이가 내 옆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배우 고아라를 본 게 놀라웠다기보다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던 친구같은 옥림이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마치 어렸을 적 우리가 열광했던 김영만 아저씨를 다시 보게 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리라. 물론 내가 그녀를 직접 보았을때는 눈동자가 밝은 갈색에 오밀조밀 어떻게 저 작은 얼굴에 큼직큼직한 눈, 코, 입이 다 들어갈까 싶을만큼 연예인 포스를 풍기고 있었지만 차림새나 그녀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어울려다니는 모습에선 조금도 연예인이라고 먼저 의식하는 태도는 볼 수 없었다. 진짜 끝장나게 인형같아서 감탄사만 절로 나왔다. "반가웠어, 옥림아."

 그리고 그녀는 얼마 후 응답하라 시리즈를 들고 고아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인기몰이를 했었다. 배우 고아라보다 반올림 옥림이가 주는 애틋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그녀가 뛰어넘어야 할 산도 아니고 장애물도 아니라고 본다. 그냥 아주 가끔 반올림을 그리워하는 과거의 애청자들위해 sns에 반올림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인 사진 한 장이면 충분히 감사할 것같다.

아직도 생각이 나는 게 당시 드라마에서 옥림이는 막 그다지 예쁘지 않은 캐릭터였다. 저렇게 예쁘고 올망똘망한 비주얼이 예쁘지 않다고 하는데도 그냥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녀의 연기력이 기깔났음이 틀림없다.

당시 주위 친구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아인선배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리는 배우 유아인으로 거듭났다. 참 풋풋한데 지금이나 예전이나 유아인은 언제나 완성된 외모를 자랑한다. 반올림 출신 아역배우들중에서 가장 '배우'의 반열에 확실하게 올라 서 있는 사람이 유아인이 아닐까? 남자이름이든, 여자이름이든 유아인이라는 이름은 참 부르기도 듣기도 좋은, 아름다운 이름임은 확실하다.

겟잇뷰티 언니 김정민도 과거엔 옥림이 베스트 프렌드였다. 바람잡이 역할도 하고 옥림이 옆에서 쌤도 내고 딱딱거리면서 '너 아이비리그도 모르는 애가. 무식하게!' 이런 대사를 뱉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와 고백하건데 당시에 나도 아이비리그란 단어를 몰랐었다. 그리고 '내가 무식한가?' 씩씩 거리면서 아이비리그란 단어를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방송인과 패널로써의 김정민도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열심히 산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그녀를 다시 연기하는 브라운관에서 보아도 반가울 것 같다.

어머, 이게 누구야. 옥림이 언니 햇님이잖아. 당시 오햇님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한참 반올림의 인기가 좋았던 중간에 극 중에 유학을 갔느니하면서 뒷부분엔 안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진짜 오햇님이 이렇게 오연서라는 스타가 될 줄 몰랐다. '옥림이도 아직도 안 떳는데 어떻게 오햇님이 뜨겠어?'란 생각을 몇 년전에 슬쩍 했었는데 그 생각을 보란듯이 뒤집어 엎었던 오연서. 여자 형제로써 둘이 옷가지고도 싸우고 둘다 소리지르면서 엄청 싸운 장면밖에 기억에 없다. 그리고 당시 옥림이의 아빠는 요즘 <아빠를 부탁해>에서 진짜 딸과 함께 나오는 강석우였다.

http://entertain.naver.com/read?oid=213&aid=0000727109

“‘반올림’ 욱이는 잊어라” 서현석,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터뷰)

그리고 우리의 욱이! 모든 내 친구들이 다 아인선배, 아인오빠, 유아인 짱을 외칠때 나만 줄곧 "욱이가 짱이거든."을 꿋꿋히 외쳤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반올림에서 꽤 비중있게 나왔던 캐릭터중에 누구는 서태지 아내이자 엄마로 살고 있고 김정민은 방송인, 고아라와 오연서, 유아인은 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탄탄대로를 달려가고 있지만 옥림이를 구구절절하게 좋아했던 반올림 욱이는 아직까지 뜨지 못했다. 그랬다. 반올림이 끝나고 캐나다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은 접했으나 그 후 감감 무소식이었던 그가 여전히 배우의 꿈을 그리고 있었다.


 반올림의 후광을 받아 이제는 욱이만 뜨면 된다.

배우 서현석의 필모그래피를 차근히 채워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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