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 보는 리더형 : 잘되고 오래가는 아이돌엔 비결이 있다.
캐나다에서의 삶이 익숙해져 있을 때쯤 한국에 들어왔다 보니 가장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더가 결과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이었다. 성과가 잘 나오면 리더탓이었다. 그 그룹의 하모니가 잘 맞는다고 칭찬을 들으면 그것은 리더가 잘 이끌어서라고 주변 사람들은 생각했고 그 시선에 힘입어 리더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 리더는 자신의 팀원들이나 하청업체 사람들에게도 더 나이스 하고 매너 있게 대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과를 내는 과정에 있어서 모두가 즐겁기에 결과는 덤으로 가져가게 되는 것이었다.
단기간 내에 빠른 성장을 한 그룹의 리더는 자신들의 성과를 가지고 남들이 알아주길 바랬으며 이를 강조하기 위해 많은 홍보를 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리더의 자질이 아니다. 시장의 논리와 더불어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들이 알아서 평가하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자를 닦달하기 바빴다. 애초에 컨펌을 내리고 중간에 일이 진행되려고 하면 리더라는 힘을 남용하여 일을 엉망진창으로 한 자신의 책임은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체계가 없이 진행되는 일에 있어서 이런 리더의 행동은 더 자주 드러나는 것 같다. "못하면 남탓, 잘되면 내 탓"은 차라리 나아 보였다. "못하면 내 밑에 사람 탓, 잘되면 당연히 내 탓."의 자세를 고수하는 리더를 볼 때면 리더를 따라야 하는 팀원들의 입장에선 참 한심하고 회의감이 들어 전체 물이 고여 썩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연습생에서 가수로 데뷔하기까지, 그리고 데뷔 후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알릴 때까지 10억 정도의 돈이 든다고 가정했을 때 10억짜리 프로젝트에 있어서 '사람'들의 합이 중요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는 꽤나 중요하다. 그래서 데뷔 때부터 리더에게는 다른 멤버에 비해 인터뷰를 이끌어나가고 인사를 하는 등의 스포트라이트가 주워지는데 이는 즉 그룹의 대표이기 때문에 '잘 이끌라.'라는 리더로써의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처럼 보였다. H.O.T 세대는 아니지만 친척 언니의 입김과 취향에 따라 젝스키스 멤버 정도는 외웠던, 나름 1세대 아이돌부터 현재의 아이돌까지 그 계보를 얼추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은 잘되는 아이돌 그룹엔 비결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팀의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며 규율을 만드는 아이돌 리더보다 더 오래, 길게 가는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리더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꾸려왔다는 것이다. 팬들과 팬이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참 좋아 보인다. 강압적이지 않게 서로를 존중하고 리더라서 먼저 양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멤버들의 지지가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들고 그 바람직한 에너지는 팬들에게까지 엔도르핀이 돌아간다.
얼굴만 봐도 딱 순둥이에 큰 불화설 없이 오랜 시간 팀을 이끌어온 샤이니의 리더 온유는 진짜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리더십을 발휘하는 듯 보였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리더라서 먼저 내려놓고 배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원들간의 조화가 이뤄지고 팀이 오래가다 보면 그런 소프트한 리더십의 진가는 빛을 발하게 된다.
신화 에릭 <최장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신화의 에릭은 리더로서 그 존재감을 발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그는 거액의 돈보다 팀을 택했고 그 결과 그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자로써의 입지와 가수 생활을 누구보다 오래~길~게 하고 있다. 멤버의 솔로 활동 시 그는 피처링을 해주고 망가지는 데에 있어서도 스스럼없다. 한참 잘 나갈 때, 사람이 더 잘 나가기 위해 돈과 명예를 택하는 것은 어쩌면 욕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팀을 이렇게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데에 있어서 그의 공은 저평가되었다고 말할 만큼 믿음직한 리더라 말할 수 있다. 신화의 다른 멤버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는 같은 그룹이라 함께 울어주고 함께 야단맞고 같은 편에 서 주는 것만으로도 거친 연예계 생활에 얼마나 멋들어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까? 모두 함께의 시너지를 그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평소에 리더로써의 책임감을 남용하지 않고 그가 먼저 멤버들의 개성은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다른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용납되고 숨통이 트인 채로 오래갈 수 있다.
비스트 윤두준, 그의 트위터만 봐도 비스트라는 그룹에서 얼마나 든든한 가장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항상 겸손하고 말 참 예쁘게 한다는 생각이 모든 언행에서 뚝뚝 묻어나는 게 그냥 지나가던 네티즌도 팬으로 만드는 그의 매력 아닐까. 처음에 이 팀이 데뷔했을 때 회의적이던 대중들의 시선이 있었다. 다른 기획사에서 연습생들이 모여 새로운 그룹을 만들었다는 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요즘은 워낙 연습생이 회사를 옮겨 데뷔하는 것이 크게 이슈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당연시되지만 그때만 해도 아직 연예인 티가 나지 않는 그들의 조금 모자란 스타일링도 비아냥거리에 한 몫했다. 비스트는 딱히 피지컬에 있어서 키가 큰 그룹도 아니었다. 하지만 리더의 마음가짐과 항상 남을 배려하고 예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그의 용기와 예의바름이 팀원들을 교화(?)시키고 팬들과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그룹 '비스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룹이 어느 정도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식샤를 맛있게 하면서 개인의 경쟁력도 높여갔다.
지금은 숙련된 아이돌이지만 한참 전 멤버가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성공가도의 빛을 내고 있을 때 백지연이 진행하는 한 토크쇼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평소에 자신의 사심을 거의 담지 않고 고고하고 도도한 자세로 인터뷰를 하는 편이었던 백지연도 토크쇼가 끝날 때쯤 이렇게 바르고 괜찮은 청년들은 처음 본다며 칭찬을 했었다. 씨엔블루 개개인이 빛날 수 있었던 건 처음에 그룹이 데뷔하기 전부터 '수건남'으로 인기를 모았던 정용화의 스포트라이트 덕택이었지만 한 사람에게 크게 쏠리지 않고 그 인기와 매력의 기회가 조화롭게 나눠가질 수 있는 데에는 리더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런닝맨 이 사랑한 게스트이자 최대 출연자인 씨엔블루 정용화도 자신이 곡을 쓰지만 여타 싱어송라이터 가수 멤버들에 비해 자신의 장기를 누가 알아달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참을 오래 씨엔블루라는 그룹을 보다 보면 그룹에 들어간 '파란'색처럼 피로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느낌에 매료되곤 한다. 누구 하나 카메라에서 튀지 않고 힘 조절을 굉장히 잘하고 있는 데에는 리더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속사 사장이 라디오스타에 나와 자신의 회사를 물려줘도 믿음직한 사람으로 정용화를 꼽은 데에는 그가 그간 쌓은 신뢰에 바름이었고 팀원들끼리 다투거나 잡음으로 쇼프로에 나와 남자들의 우정을 나타내는 소재가 되는 데에 있어서도 씨엔블루는 늘 예외였다.
에이핑크 초롱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개인의 인지도가 조금 낮지만 그래도 언제나 '롱리다'라는 별명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늘 온순하고 숫기 없는 듯 보이지만 리더로서 여자 멤버들을 달래고 팀을 굴러가게 하는데 제 몫을 다하는 것 같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들이 한데 모여있으면 속 시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 그 당시 최고 인기 가도를 달렸던 걸그룹 멤버와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는데 그때 하는 말이 숙소에서 아침에 스케줄 가느라고 차에 타는 것만 해도 자리싸움이며 시간싸움까지 서로 쌓아두고 있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여자들 셋만 모아도 뒷담화에 속 시끄럽기 마련이다. 한참 질투 많고 화려한 연예계에서 언제나 식욕과의 전쟁이라 예민하지 않은 게 이상할 법한 걸그룹 멤버들의 리더라니 어련할까. 부드럽게 살살 어르고 달래는 것만으로 부족한 리더 개인만의 온순한 한결같음이 그들을 한 배에 태우고 별 탈없이 만드는 요소인 셈이다. 인기싸움 순위 싸움 모든 게 혈투로 보이는 그 시장에서 꿋꿋이 교통정리 잘하는 리더로 에이핑크의 롱리다 초롱을 꼽고 싶다.
이젠 좀 잘 될만한데 끝까지 한 방 터지지 않는 레인보우는 굳이 터지지 않더라도 가늘고 길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사이좋기로 소문난 레인보우라고 한다. 일로 만난 관계에 있어서 자기들끼리 좋아서 제주도 여행을 가고 함께 어울려 다니고 둘이 뭉치고 셋이 뭉쳐서 응원해주는 바람직한 여자들의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만해도 여중, 여고를 나온 사람으로서 여자들에게 있어 리더 역할이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것임을 자명한 사실이다. 레인보우 재경이 오랜 기간 "사이가 좋다"는 평을 들으면서 그룹을 유지한다는 게 리더로써의 역할을 그만큼 똑 부러지게 잘해내고 있는 것 같다.
씨스타 효린이 센 언니인 줄만 알았다. 그냥 무지막지하게 지르고 상처 주는 스타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씨스타가 장수 아이돌로써 그리고 빵빵한 소속사 없이도 탑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효린의 배려가 있었다. 팀의 대표로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이 센 캐릭터를 유지하지만 씨스타의 리얼리티를 보면 목소리가 걸걸할 뿐이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던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소유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둘 다 세서 부딪힐 거라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주장하면 한 사람은 크게 잡음 나기 전에 포기하고, 막내지만 꽤 악바리 근성을 가진 다솜과 그중 나이가 제일 많은 보라를 언니대우인 듯 아닌 듯 존중해지면서 리더로써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여자들끼리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크게 트러블 없이 그녀만의 쿨함과 털털함으로 씨스타라는 걸그룹을 유지했고 누구보다 뛰어난 가창력이란 능력으로 개인의 가치와 그룹의 가치를 높이는데 한 몫했다.
잘 나가고 오래가는 아이돌 리더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희생하고 있었다. 아이돌이 무대 말고서 할 수 있는 리더 개인의 특별한 장기(온유:딱밤, 정용화:예능, 효린:가창력, 에릭:연기 등)가 연예계에서 캐릭터를 확실히 가지고 있을 때 그룹의 생명은 늘어나고 리더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룹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별다른 잡음 없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하는 힘,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역할이다. 리더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것도 확실하고 대부분 리더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조금 더 잘되는 경향이 많다. 상대적으로 잘 나가니까 따라주는 것보다 잘 나가는데도 으스대지 않고 강압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알아서 따라오는 "리더의 자세"를 보여준다. 한번 리더면 영원한 리더, 리더가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뀌지 않고 이끄는 사람의 의견을 잘 따라주는 멤버들의 합이 잘되는 아이돌의 장수 비결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리더에게 너무나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내적 성숙이 다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도 대중들로부터 그들의 인격과 자세는 한시도 빠짐없이 평가된다. 리더가 솔선수범한 탓도 있지만 팀원들도 잘 따라주었기에 그들의 합은 맞아떨어져갔고 아이돌 그룹으로써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자리매김을 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아이돌뿐 아니라 이런 부드러운 리더십, 솔선수범 정신, 시장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확실한 자신의 무기가 뒷받침되었을 때 단체가 잘 굴러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점이라 여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