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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r 18. 2018

클렌즈 주스에 대한 탐닉

클린한 몸을 위한 발버둥, 다이어트와 건강을 동시에 걱정하다.

 ::: 지치고 힘들땐 늘 기대었던 커피의존재 :::

 갑자기 커피를 끊었다. 한동안 너무 커피가 그리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커피의 맛이 그리웠던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커피 한모금이 주는 여유가 그리웠었던 게 컸었던 것 같았다. 정말 하루에 커피 한 잔이 아니면 너무도 힘들었는데 장거리 비행에 자느라고 한 3일을 연달아 커피를 못챙겨 먹을때가 있었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그리도 간절했던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나는 커피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두잔, 즉 4샷 이상은 넘어야 잠이 안왔는데, 커피는 내 평생 의존해야할 존재라 생각하고 불안함을 자초해왔다. 그렇게 과한 심장박동을 느끼고 3일을 안마셨는데 이리도 몸이 카페인으로 부터 연약해졌는데 얼마나 내성이 생겼을까싶어서 커피는 몸에 안좋은 것이라 인식하고 마시지 않았다.


::: 트렌드를 읽는 여행, 그리고 한국의 클렌즈 주스 시장에 대한 고찰 ::: 

 미국과 유럽을 뺀질나게 넘나들면서 나는 늘 관찰했다. 우리나라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들은 무엇이고 어떤 삶의 트렌드를 사람들이 쫓아서 행동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리고 3~4년전만하더라도 오스트리아 빈이나 미국도 뉴욕처럼 아주 큰 대도시를 넘어 마이애미같은 곳에서도 organic market 그리고 착즙주스와 클렌즈주스바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때 처음 주스바의 존재를 알았고, 내 예상보다 일찍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도 클렌즈주스를 팔기 시작하여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는 클렌즈 주스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만나면 백화점 식료품관, 그리고 조금 비싼 식료품가게에서 마치 숨은 보물을 찾듯이 제품의 원산지부터 가격 그리고 어떤 상품들을 프로모션하는지, 유통기한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디스플레이를 하는지 찾아다니며 보는 것을 즐긴다. 물론 취업전에 마트죽순이처럼 미친듯이 마트를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리고 한참 클렌즈주스의 붐이 불때 초록색 클렌즈 주스만 먹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파는 것은 조금 용량이 큰 것이라 집에서 두고 나눠마실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도 유용했다. 다른 주전부리를 먹고 씹고 싶을때 냉장고를 열면 클렌즈주스를 먼저 한잔 딱 마시고나면 몸도 한결 가벼워지고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많이 해소되었다.

 물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클렌즈주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주 큰 효과가 있다. 해외 유투브를 보다보면 아침을 따뜻한 커피나 차로 시작한다거나 아보카도를 잘라 간단히 먹거나 혹은 케일과 몸에 좋은 초록색 채소들과 과일들을 가득 넣어 아침으로 대용하는 유투버들을 자주 보았다. 그게 뭔가 힙한 것 같고, 괜시리 몸을 생각하는 이너뷰티의 선봉주자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뭔가 쿨해보이기 위해서 시작한 클렌즈 주스마시기는 내가 맛보지 못한 한국의 모든 초록색 클렌즈 주스를 다 마셔보리라는 큰 포부로 시작되었다.

현대 판교에서 정말 비싸고 작은 mercy의 클렌즈주스를 사보았다. 클렌즈 주스란게 좀 오묘해서 너무 쓰면 또 싫고 너무 달면 클렌즈주스를 괜히 돈주고 사먹은 것처럼 제대로 된 효능을 못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mercy는 비싸고 양이 작지만 너무 달고 맛있는 주스같아서 굳이 건강한 초록색 클렌즈 주스를 마신 이유를 모르겠다. 클렌즈 주스에 있어서 병이 예쁘고 값이 비싸다고 제대로 된 클렌즈가 가능한 주스는 아님을 이 주스를 통해 깨달았다. 

::: 스타벅스 다이어트 레시피 :::

 밖에서 끼니를 때워야할때 2끼분량으로 이 샐러드에다 베이글로 하나 먹고 집에서 아침에 일어나고 클렌즈주스를 사다가 한병씩 마시면 든든한 다이어트 루틴이 되곤했다. 맛있어 보이는 예쁜 색깔의 클렌즈 주스를 시도해보았지만 진짜 제대로 몸이 클렌즈 된다는 느낌을 받은건 여전히 초록초록한 그린 클렌즈 주스였다. 5가지 과일 리코타 샐러드는 내가 스타벅스에서 먹어본 샐러드중에 가장 상큼하고 맛있었지만 내 입에 맛있으면 남의 입에도 맛있듯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서 늘 오전 일찍 가서 하나씩 사두거나 눈에 보이면 사두고 전날 저녁에 이 샐러드를 먹을 생각에 고파오는 배를 참고 참았다가 다음날 아침에 집에서 눈뜨자마자 샐러드로 입이 즐거운 홈메이드 브런치(물론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나름 집에서 먹는데 의의를 두어)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Just Juice서 나온 제품은 양이 항상 많고 적당히 쓴맛이 받치고 많이 달지 않아 좋다. 그리고 얼음잔에서 얼음이 적당히 녹을때 한모금 빨아당기는 그 첫 맛이 정말 맛있다.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한번에 클렌징되는 느낌이 좋았다. 특히나 다이어트기간엔 모든 음식에 예민하기 때문에 클린 그린주스만으로도 충분히 단맛이 느껴져서 순간 당수치가 올라 힘이 난다. 그리고 클렌즈주스는 3시간 이상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이 된다. 올가니카에서 나온 제품이라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래도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한때는 커피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커피빈에선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 인생의 쓴맛을 좀 덜 느끼고 싶을땐 당근이 가득 들어간 헬시클렌즈주스 :::

 그린 클렌즈주스가 좀 지칠땐 당근이 메인으로 들어간 헬시 클렌즈 주스를 마신다. 그런데 그 옆에 당근 케익과 함께 먹으면 클렌즈주스를 먹는 아무 소용이 없다. 커피는 싫고 또 달콤한 음료를 그리 즐기지 않아 그 대용으로 적어도 몸이 건강은 해지겠지란 생각에 먹게 되는 클렌즈주스다. 클렌즈 주스가 확실히 또 좋은 이유는 얼굴낯빛이 확실히 밝아지고 투명해진다. 물론 다이어트 기간엔 모든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고 염분 거의 없이 안좋은 외부 음식들을 먹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덜 빡세게 클렌즈주스가 확실히 한몫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한끼 식사대용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마치래빗의 주스 :::

 회사 바로 뒤에 있어서 여름철 점심시간마다 자주 찾곤 했던 마치래빗에서 한번 마음먹고 그린 주스를 먹었다. 굉장히 든든하고 알갱이가 하나하나 씹혀서 샐러드로 한끼, 그린주스로 한끼 그렇게 아주 배부른 두끼가 가능할 양이었다. 제일 밥다운 클렌즈주스였고 주스라 부르기에도 뭐한 꾸덕하고 됨직한 텍스쳐와 양, 그리고 주스에 담아주는 예쁜 페트병도 가져갈 수 있어 좋은 기념품이자 선물이 되곤한다. 

 ::: 예쁘고 아주 건강할 것 같은 맛, 건강만 쫓기엔 마시는게 버거운 :::

 마켓컬리를 쳐다만보고 있다가 한번 진짜 배송을 시켜봐야겠다 결심을 하고 제일 먼저 담은 것이 콜린스의 밀싹주스다. 아주 길쭉하고 큰 용기에 담겨 있었고 아주 쓴맛이 많이 바치는 맛이었다. 마켓컬리에선 아직 절찬리에 판매중이던데 맛은 진했지만 내겐 끝맛이 많이 강렬해 겨우 유통기한이 지나기전에 마셔야했던 비싸지만 예쁜 디자인을 가진 클렌즈주스로 기억되고 있다.

 ::: 홀푸드의 배신, 맛있고 건강한 클렌즈주스 콜렉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

 미국가면 하루에 한끼는 늘 클렌즈주스로 먹어봐야지 마음먹고 결국 두번만 겨우 먹을수 있었다. 그것도 홀푸드에서 마음같아선 여러개 사오고 다 마셔보고 싶지만 제일 마음에 가는 예쁜 디자인에 초록색이 있는 것들로만 샀는데 캐나다 홀푸드에서 트라이얼로 맛본 것은 진저맛이 너무 강해서 머리가 띵할만큼 삼키기 힘든 강렬함을 가진 그린 클렌즈 주스였고 뉴욕 홀푸드에서 산 이 제품은 아보카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느끼함에 겨우 한모금씩 세시간에 걸쳐서 다 마실 수 있었다. 공항 검색대까지 무조건 액체류통과가 안되서 몇번은 중간에 역함까지 느꼈지만 그래도 사놨으니 다 마셔야했다. 그리고 지난 뉴욕을 방문한 10월이후로 아보카도를 아직 한번도 먹지 않았다. 홀푸드에서 파는 클렌즈주스라고 다 맛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홀푸드에선 진짜 제대로 된 그린 클렌즈주스들을 선별해놓고 팔줄 알았는데 너무 미국은 클렌즈주스마저 극단적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올가니카의 그린 클렌즈주스의 맛이 제대로된 클렌즈주스라고 착각하고 그 맛에 익숙해져 적응되어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한참 클렌즈주스에 빠져 있을때는 다이어트를 할때와 맞물리곤 했다. 사실 클렌즈주스자체를 맛으로 먹기보다 칼로리와 건강을 따질때 가장 좋은 바깥음식이라 별 선택권이 없어서이기도 했는데 우연히 광화문 교보문고를 걷다가 점심시간을 한참 지나고 무언가 마셔야겠다 싶었는데 빈 속이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 좀 그래서 Joe & the Juice 를 찾았다. 여기서도 초록초록한 주스를 찾았지만 과일만 가득 넣었는지 너무 달디 달았다. 역시 초록색이라고 다 클렌즈주스는 아니고 적당히 건강할 수 있는 클렌즈 주스를 찾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초록색 주스가 주는 막연한 건강할 것이라는 믿음과 마음의 안정은 이렇게 산산조각 났고, 오랜만에 다시 건강해져야겠다 그리고 외부음식으로 부터 몸을 좀 맑게 정화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이제 나는 일년이 한참 넘도록 찾지 않았던 스타벅스로 당분간 출근 예정이다. 다시 이렇게 클렌즈주스를 미끼삼아 스타벅스 호갱님, 골드멤버의 늪으로 빠져드는 건 모두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고 내 몸을 맑게 해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나는 클렌즈주스의 마케팅에 빠져서 자기 위로를 건네고 다짐한다. 나를 돌보고, 나를 가꾸고 진정한 이너뷰티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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