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기에도 애매하고 마음을 접기엔 더 애매한 도시
나는 고향이 없다. 학창 시절을 보낸 곳과 아주 어릴 적 자란 곳, 그리고 부모님 댁이 있는 곳 모든 동네를 합쳐 내겐 고향이라 부른다. 어쩌면 고향을 세 군데나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고향이란 의미가 어린 시절에 많은 추억이 있는 동네라 정의한다면 어디 한 군데라고 정하기 어려운 고민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속에 동등한 애정을 나눠 똑같이 그리워하기로 했다. 그런 고향의 관점에 있어서 나의 마지막 고향, 20대부터 시작된 특별한 고향이 구미다.
구미란 도시는 참 특이하다. 베드타운은 아니다. 촌동네라고 치부하기엔 도시스럽고 또 도시라 하기엔 인프라가 너무 없다. 시내버스만 타도 ktx 타고 부산을 가는 게 더 빠를 때도 있다. 나는 구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이 도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꽤나 많은 비율이 잠깐 몇 년간 살아야 할 도시, 잠시 적응해야 하는 도시, 한 때 살았던 도시로 기억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당연히 대기업이 구미에 많이 위치하기 때문이고 과거보다 현재는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경기도로, 또 다른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치기 출장으로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까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맛있는 거 하나 먹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추억의 팁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으로 주관적인 입맛을 기준으로 구미의 맛집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 동네는 맛집이 없다.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늘 가족과 주말마다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녔다. 그때 한참 다닌 맛집들 중엔 백종원 아저씨가 극찬을 하던 맛집 리스트들이 좀 있다. 회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에 살았고, 상대적으로 인심이 후한 동부 경남지역에선 맛있게 한 끼를 먹는 일이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물론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왔기에 그간 축적되어온 인프라와 경험들이 있었던 탓도 부정할 수 없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고 싶어서 이 집, 저 집 잘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스쳐 지나가는 장사 좀 된다는 맛집을 많이 가봤다. 대부분이 실패였고 어쭙잖은 흉내만 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프랜차이즈를 찾았다. 역사 있고 그 집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면서 틈만 나면 생각나는 음식점은 몇 없지만, 프랜차이즈만큼은 정말 빨리 들어오는 동네가 구미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프랜차이즈 카페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비교적 넓은 공간에 꾸며져 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더 소개하고 싶었다. 나와 우리 가족의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동네에 비해 맛집을 찾고 싶은 욕망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처럼 낯선 동네에 당분간 살아야 하는데 가장 빨리 도시에 정을 붙이기엔 맛있는 집을 찾는 것만큼 추천하는 방법이 없다. 맛집을 찾아 이곳, 저곳 헤매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네를 돌아보게 되고 어느 정도의 방향감각도 생겨 구미 어딜 가도 낯선 감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이태리에서 피자장인에게 직접 피자를 배웠다는 집이다. 프랜차이즈를 내려고 많은 요청이 들어왔지만 직접 화덕에 굽고 자기 가게에서 나가는 모든 음식을 컨트롤하기에 지금 이 집도 충분히 벅차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파스타 좀 먹어봤지만 돈에 비해 만족스러운 맛을 내는 곳을 꼽기 힘들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도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 1인 2만 원에 코스요리로 커피에 디저트까지 즐기고 올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구미 하면 유일무이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금오산 주위에 있기 때문에 식후 가벼운 산책과 함께 금오지를 둘러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즈음해서, 혹은 기념일에 특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가장 이상적인 곳이다.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는 해물이 가득 들어간 토마토 누룽지 파스타인데 누룽지가 들어가 밥을 먹었다는 느낌도 있고 토마토의 풍미에 은근히 매콤함이 더해져 중독성이 강하다. 이곳의 피자 또한 두 말이 필요 없다. 가성비 대비, 분위기/맛/음식점의 아이덴티티/위치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곳이 넬라 쿠치나다.
이곳의 단팥빵이 별미다. 가격은 3000원이다. 서울도 워낙 빵값이 올라서 웬만큼 유명한 서울의 빵집 가격 생각하면 이 집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단팥빵은 직접 팥을 기른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산 팥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 빵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디저트보단 주식용 빵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스콘도 맛있고 언제 가나 친절한 직원과 시식용 빵을 가득 썰어주는 인심이 있는 곳이지만 시간을 잘 못 맞춰가면 빵이 다 떨어져 원하는 빵을 못 먹을 때가 많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고 단팥빵은 어른들에게 선물용으로 정말 딱이다. 3000원이라 비싸긴 하지만 직접 재배한 팥에 상업적인 유기농 멘트가 아니라 진짜 마음을 담은 유기농으로 담백함을 함께 구워냈다. 요즘 빵 가격들이 어마 무시한데 좋은 재료, 건강하게 먹는 값이라 생각하면 이 집도 지방 빵집치곤 비싸지만 믿고 먹는 가격으로 날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먹는다. 크로와상 비주얼만 봐도 얼마나 정석대로 구워내는지 알 수 있다.
또, 위치도 구석진데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구미역에서 가까워 기차를 이용해 구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역 뒤 계단으로 나와 5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일요일엔 이곳이 운영하지 않는다. 일요일에 이곳의 빵이 먹고 싶거나 이곳에서 빵을 앉아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금오산 언저리에 있는 크로마뇽인이라는 카페에 가면 된다. 여여 브레드의 빵을 납품받아 카페에서도 팔기 때문이다. 이 카페 또한 여여 브레드를 초이스 한 카페 주인의 취향만 봐도 얼마나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할지 믿음이 간다. 커피를 끊어 이곳을 찾은 적은 없지만 원두에 있어서 신선하고 제대로 볶아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지친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에 뒤지지 않는 분위기와 커피맛 그 이상을 찾고 싶다면 식후 카페로 이곳에 들러도 좋을 것 같다.
이 집을 알게 된 건 인터넷 검색 때문이었다. 뭔가 맛집을 여러 군데 관심 있게 다니다 보면 제대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은 마음에 늘 찾아보곤 하는데 그러다 느낌이란 게 왔다. 뭔가 거창하진 않아도 동네에서 알음알음 알려져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속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곳의 초밥 또한 가격 대비 괜찮은 편이고 뭔가 면만 먹었다 싶을 때 같이 먹어주면 든든해서 좋다. 메밀은 양이 많다. 이곳의 면, 육수, 양념장까지 주인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엄마의 손맛이 있다. 그리고 음식 가지고 장난친다는 느낌이 덜하면서 투박한 게 이 집의 장점이다. 가격도 만원 안짝에 1인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더운 여름날 요리가 힘든 여자들을 위해 한 끼, 시원하고 든든하게 때울 수 있기 좋다. 입맛 없을 때 한 끼는 먹어야겠고 집에서 해 먹긴 귀찮고 하면 꼭 이 집을 찾는다. 믿고 먹는 메밀 집이 있어 굳이 여름에 서울에서 잘한다는 냉면집이 덜 간절해지는 일종의 대용품인 셈이다. 아르바이트생도 많지 않고 가게도 작아 주인아줌마가 직접 서빙해줄 때도 있는데 늘 신메뉴를 개발하셔서 설명도 해주신다. 호기심에 메밀 가락국수에 쇠고기를 넣은 신메뉴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따뜻해서 겨울에 먹기에도 좋았다. 메밀 자체가 몸을 차갑게 해주는 음식이라 여름에 잘 팔린다지만 끊임없이 메뉴를 내어놓고 하나는 메밀, 하나는 신메뉴 이렇게 시켜서 먹어보지만 늘 기본 이상을 한다.
구미에서 자주 가는 음식점으로 이 세 곳 말고도 자작한 국물의 북어물 찜으로 유명한 금오산 근처의 사랑방이나, 구미 맛집 하면 바로 검색어에 뜨는, 한마디로 명소가 되버린 싱글벙글 복어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갈 때마다 정신이 없다. 하지만 그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체계가 있어 음식이 굉장히 빨리 나오는 편이다. 자꾸 가격이 올라서 발길을 자주 하진 않지만, 술 마시고 다음날 해장용으로 좋은 곳도 있다. 칼칼한 쇠고기를 팍팍 넣은 쇠고깃국이나 짭쪼름하게 구워낸 떡갈비는 온천골이 독보적이다. 예전에 중식을 즐길 땐 천안문에 가서 고추 짜장면을 즐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 멀리 가더라도 짬뽕 국물이 끝내주게 시원한 오복 반점을 찾곤 한다. 매스컴을 탄 홍콩비반이라는 중국집도 유명한데 홍콩 비밀 반점이라는 곳에 갈비 짜장면이 유명하다 하여 먹어봤는데 갈비와 짜장면의 묘한 조화가 있지만 이곳이 계속 생각날 만큼 기발한 메뉴 치고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려진 맛집은 있지만, 만인이 좋아할 맛집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오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자판기중에 유독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자판기 커피가 있는데 이곳 커피야 말로 다른 자판기 커피보다 100원 비싼 가치를 하는 곳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맛집(?)이자, 자판기 커피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히든 플레이스다.
나도 그랬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나고 자란 곳이 구미나 경북지역일 수도 있지만 구미란 도시가 어쩌다 보니 살게 된 도시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이런 맛집들이 낯선 도시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마음을 달래고 정을 붙이고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마음에서 포스팅하게 되었다.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한데 또 대구와 구미 쪽 사투리는 달라서 오그라들기를 몇 번 반복하니 그 또한 애교 넘치는 언어로 들린다.
맛집이 없다는 구미도 잘 찾아보면 맛집이 쫌 있다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