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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Nov 19. 2016

샐러드 천하, 샐러드의 시대가 왔다!

샐러드 : 한 끼의 푸짐한 식사가 되기까지.

 이제 그 풀때기 먹고 배가 부르냐?라고 한다면 조금 구시대적인 말이 되어버렸다. 나또한 어떻게 풀에 약간의 드레싱만 먹고 한 끼를 대신할 수있을지 의문스러웠지만 왠만한 흰쌀밥에 국을 말아먹는 한 끼보다 더 푸짐한 샐러드 한 끼를 소개하려고 한다. 몸도 챙기고 포만감은 있으면서 살이 찔 것 같다는 두려움은 훨씬 줄여준다. 칼로리가 높아도, 지방이 높아도 포만감있는 식사를 하고 몸에 좋은 한 끼이기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 식사가 샐러드다.    

 배드파머스 명성만 듣고 있다가 처음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다음 끼니가 애매해서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두끼에 걸쳐서 먹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연어의 맛을 느꼈다. 아보카도도 맛없는 음식, 어릴땐엄마가 먹으라고 강요했지만  결국엔 먹지 않고 내 빼던 음식이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 건 배드파머스의 싱싱한 두툼한 연어와 질 좋은 아보카도가 듬뿍 들어있는 이 샐러드가 한 몫했다. 그리고 여름엔 여자들이 하나같이 와서 더운 날씨에 웨이팅을 하며 먹는데 샐러드 하나에 만원이 넘으면 비싸단 생각이 들다가도 이정도 퀄리티의연어와 아보카도가 이렇게 아낌없이 들어갔고 마성에 소스까지 드레싱을 먹다보면 이 집을 자꾸 찾게 된다.  그리고 이 볼 하나에 칼로리가 거의 700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한 끼에 다 먹더라도 그 다음끼니는 거르게 될만큼 배가 불러오고 테이크아웃을 하면 거의 두끼는 풍족하게 먹는 편이다. 신선한아보카도의 수급이 어려워 내가 아는 한 인터넷 식료품 사이트에서는 사장이 그동안 아보카도를 산 사람들에게 품질 관리에 실패했다고 사과문을 올리고 당분간 아보카도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보카도는 일반 슈퍼에서 잘 팔지도 않고 팔아도 비싸고 오래된 게 대부분인데 코스트코만큼의 크기와 품질이 일정하고 가격도 경쟁력이 있는 것을 늘 느끼며 코스트코가 새삼 대단한 것 같다. 배드파머스의 스프도 일품이다.  하지만 이곳의 연어샐러드말고는 다 혹평이 많고 나 역시도 연어 샐러드말고는 다른 샐러드를 한번 시켜봤는데 여전히 새우나 다른 재료의 질은 좋았지만 연어샐러드만한 푸짐함과 드레싱의 어우러짐을 자랑하긴 힘들다. 이곳의 호불호는 메뉴마다 주는 만족감이 좀 커서 나오는 볼멘소리라 느꼈다. 허나, 누가 뭐라하건이 곳이야 말로 내가 샐러드는 한 끼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은혜로운 곳이다.   

365일 다이어트만 하는 한 다이어트 블로거의 후기를 듣고 찾아간 마치래빗은 회사에서도 가까워 자주 찾는다. 스태미나 도시락은 샐러드를 먹기 싫어하는 남자들도 먹고나면 든든하다고 좋아하고 가격적인 면에서 훨씬 배드파머스보다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도시락'메뉴를 시키면 밥도 깔려있어서 그 포만감과 든든함은 어마어마하지만 몸은 가벼워서 먹을때 즐겁고 먹고나서도 좋은 걸 내 몸에 먹었다고 생각이 드는 메뉴다. 약간 불 맛이 나기도하는데 그게 감칠맛을 더해주고 주문할 땐 직접 이름을 불러주는 프렌들리 마케팅을 한다. 주변에 모델 에이전시가 많은지 늘 늘씬한 외국인 모델들도 이곳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들은 이게 하루 한끼겠지. 나는 하루 세끼중 한끼인데 말이다. 역시 살은 거짓이 없다. 

 고속터미널이 위치적으로 용이해서 왔다갔다하면서 자주 찾는데 테이크아웃해서 맘편하게 집에서 한 끼먹고 산책하고 싶을 때 약간 맵싹한 치킨 아보카도 샐러드를 사와서 먹었다. 양도 많은데 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싸다. 배드파머스랑 거의 같은 급인데 뭐 딘앤델루카야 고급 식료품점이라 가치 그 이상의 프리미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식료품가게란 생각을 하면 수긍은 겨우 되는 가격이긴하다. 매콤함이 드레싱이 묻어있고 아낌없이 올리브가 들어있어서 올리브를 하나씩 다 빼고 먹느라 힘들었다. 매장에서 먹은 샐러드는 직원의 추천을 받았는데 빵은 맛있었고 샐러드는 기본 이하라 실망을 했으며 미리 섞여서 나오고 양도 작았고 돈만 비싸서 딘앤델루카에서 비싸디 비싼 '식사'는 내게 큰 가치로 작용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뉴욕에서 인턴쉽을 할때 길만 하나 건너면 소호의딘앤델루카라 자주 찾아서 바람도 쐬고  요거트나 달달구리도 하나씩 사들고 왔었는데 그런 좋은 추억은 뉴욕에서만 느끼는 걸로 마음먹었다.

가성비로 따지자면 브런치든 샐러드든 최강의 만족감을 자랑하는 카페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중독성이 있어서 몇 개월에 한번씩 안 먹어주면 homesick처럼 시름 시름 앓다가 한 며칠 계속 생각이 난다. 그리고 테이크아웃해서 먹어도 되지만 직접 레스토랑에서 먹는게 더 맛있고 빵도 리필을 해주셔서 둘이서 하나를 시키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청포도 주스를 시키곤 한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곳의 스프가 그리 맛있다길래 한번 먹어봤는데 청포도주스도 여기처럼 맛있게 하는데가 없지만 이곳의 스프도 독보적이다. 청포도주스는 디저트로 테이크아웃해도 되지만 스프는 이곳의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속이 시원하고 얼큰하기까지하다. 

외국 여행을 가서도 느끼하고 짠 음식을 먹을 땐 늘 샐러드는 필수다. 암스테르담 여행을 가서 스테이크 하나를 시키고 샐러드를 시키고 감자튀김을 시키면 둘이서 푸짐하고 맛있게 한끼를 먹을 수 있다길래 그렇게 시켜봤는데 굉장히 라이트한 샐러드라 상대적으로 굉장히 무거운 음식인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이를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했다. 샐러드는 크게 힘주고 만들지 않아도 기본 재료가 신선하고 주인이 음식에 대해 장난친단 생각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만들면 기본 이상을 하는 신뢰의 음식이란 생각을 한다. 오른쪽에 사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맛집의 샐러드인데 그릭요거트에 달콤함을 뺀 드레싱에 샐러드를 먹는데 맛없는 기내식보다 더 맛이 없었다. 러시아 전통음식이라고 빨간 무도 같이 들어가는데 늘 익숙치 않은 문화체험은 즐겁기도 하지만 한 끼를 온전히 망쳐버렸을때 오는 실망감도 뒷따르곤 한다. 

여의도 ifc몰에서 샐러드를 시켰다. 드레싱도 선택할 수 있어서 상큼한 레몬드레싱을 선택했는데 굉장히 신선하고 맛있었고 비쌌다. 마치래빗이 8000원대정도인데 이곳은 거의 배드파머스와 가격이 비슷한 12000원대로 기억한다. 그렇기 치면 배드파머스의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닌게 그렇게 아낌없이 최상의 연어와 아보카도가 들어가는데 그 가격이면 이 샐러드와는 격이 다른 샐러드인 셈이다. 물론 비싼만큼 재료도 좋은 걸 쓰고 직접 버섯도 여러 종류로 구운 향이 나면서 닭가슴살도 모든 게 다 건강해지는구나 싶다. ifc몰은 영화보러 혼자 자주 다녔을 때 한 끼를 해결해야하면 이곳에서 샐러드를 먹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ifc몰을 찾으면 늘 르브런쉭의 브런치나 꼬또의 피자를 먹곤 한다. 

처음에 친한 친구와 이곳을 가보고 나름 만족했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다른 여자 친구들 둘을 더 데리고 총 세명에서 내가 이곳을 가자고 제안하여 알려주었는데 비싸기만 비싸고 맛이 없다며 후기가 안좋아서 당황했었다. 그러고 미안해했는데 얼마지나고나니 처음엔 욕했던 그 맛이 자꾸 생각난다며 중독성 쩐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정갈하고 따뜻한, 비건 레스토랑을 지향하고 있어서 분위기도 좋고 모든 메뉴에 정성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음식에 온기가 느껴지고 자극적인 맛은 배제해서 msg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당황스러운 가게다. 역으로 그 당황스러움이 평소에 얼마나 자신의 식습관이 자극적이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트의 샐러드는 생각보다 비싸고 기본 이하의 맛을 자랑한다. 양이 많거나 재료가 막 좋다는 것도 모륵겠고 재료를 너무 아껴서 얇게 썰어서 겉으론 양이 많아보이게 하고 또 늘 6000원이상을 하니 만만한 가격대도 아니다. 게다가 가격과 함께 표기된 칼로리는 드레싱을 뺐을때의 칼로리라 적혀있는 칼로리의 2배를 해야 내가 먹은 샐러드 한끼의 칼로리가 된다. 정말 2000원 더주고 마치래빗에서 소고기 듬뿍 들어간 든든한 스테미나 도시락을 먹거나 200칼로리 더 섭취하고 하루종일 입이 호강했다는 생각이드는 배드파머스의 연어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고 1일 한끼를 어렵지 않게 실천하는게 더 낫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해피포인트가 남아서 샐러드를 하나 더 사갈려고 했었는데 처음에 살때는 물을 끼워주더니 나중에 30분뒤에 다시 계산을 할때는 사장이 와서 알바생에게 뭐라 말하더니 물을 끼워주지 않았다. 

이런 천편일률적이지않고 가성비에도 충실하지 못한 샐러드에는 여전히 한끼를 샐러드로 먹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 행동반경 주위엔 편의점에서 샐러드를 파는 곳이 잘 없어서 늘 다른데서 발견하면 부피가 커서 사들고가기 좀 망설여져서 몇 번을 들었다 놨다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편의점의 샐러드도 가격도 싸고 종류도 많아지는 것같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던 우리의 미각을 위해, 늘 무거운 음식만 섭취하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우리의 몸을 위해 이제는 샐러드로 간단한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러분도 이젠 샐러드 한 사발 몰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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