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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Oct 08. 2016

세계 속의 쉐이크쉑 버거

그날의 버거 속엔 추억이 담겨있다

 햄버거라면 정크푸드, 몸에 좋지 않지만 자극적으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만 통용되고 있었다. 물론 수제버거는 한 끼의 든든한 식사의 의미가 강하지만 쉑쉑버거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전 세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 쉑쉑버거는 여러 모로 대단하다. 고급스러운 한 끼가 될 수 없었던 햄버거에 든든함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처음 뉴욕에서 쉑쉑버거를 접하고 가성비 대비 이리 맛있는 패티와 번의 조화에 만족감이 느껴져 자주 찾게 되었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식사 끼니가 애매하거나 주위의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을 때 뉴욕 곳곳에 은근히 숨어있는 쉑쉑버거는 15분의 웨이팅이면(혹은 점심시간에 타임스퀘어 지점은 그보다 더 걸리지만) 늘 내게 포만감 있는 한 끼를 선사했다. 한 끼 푸짐하게 제대로 잘 먹었기 때문에 볼 곳 많고, 갈 곳 많은 뉴욕을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특히나 추운 겨울날 브라이언 파크에 난로를 쬐며 차가워진 손 끝을 입김으로 녹이며 함께 먹었던 쉑쉑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해있다. 이젠 미국 동부, 그리고 뉴욕의 상징이 된 쉑쉑버거는 단순히 배를 채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쉑쉑버거가 강남역에 런칭되고 땡볕에 몇 시간씩 기다리며 쉑쉑버거를 기다리는 행렬이 한동안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나도 쉑쉑버거가 줬던 감동이라면 잊지 않고 의리 있게 한국의 쉑쉑버거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한 사람이지만 올해 유난히 더웠던 무더위에 그 쉑쉑버거를 향한 의리는 보기 좋게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한국에 런칭한 쉑쉑버거가 프레스에 홍보를 할 때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여는'이라는 문구가 계속 내 눈에 아른거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쉑쉑버거가 미국 말고 도쿄 다음으로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버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세계의 여행지에서 만난 쉑쉑버거만 해도 얼만데 그래서 내겐 전혀 한국에 쉑쉑버거가 들어온다는 것은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늦은 오픈이 아니었나?'하는 반문을 남겼다. 


한국의 쉑쉑버거 @서울, 한국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겨우 보내고 잠시 접어두었던 의리를 찾아 강남역에 있는 쉑쉑버거를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엔 5팀 정도가 있었고 15분도 채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주문하고 나서부터였다. 한국에서 쉑쉑버거는 맛에 있어서도 그랬고, 가격에 있어서도 그랬고,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도 패스트푸드가 아니었다. 햄버거 후딱 한 끼 먹고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라 큰 맘먹고 햄버거에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맛과 서비스 그리고 장소가 주는 혜택을 다 누리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맛은 미국만큼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번은 미국의 번과 흡사했고, 패티는 미국에서의 맛과 비교해 덜 신선하고 덜 스테이크 같았다. 감자튀김이 완전 실망 그 자체였다. 절대 쉑쉑버거라는 이름을 달고 팔면 안 되는 맛이었다. 다행히 치즈와 케첩을 찍어먹을 수 있었지만 햄버거는 한 입도 먹지 않아도 괜찮지만 늘 다이어트할 때 감자튀김에서 무너진다는 나도 (자타공인 프렌치프라이 킬러) 다신 감자튀김을 먹고 싶지 않을 만큼 감자튀김이 심각하게 바삭거렸다. 감자의 식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입 안에서 물면 아그작하고 부스러지는 과자 같았다. 그리고 케첩이 너무 밍밍해서 별로였다. 케첩을 그래서 많이 찍어 먹어보았는데 그러면 자극적으로 짜기만 하고 영 맛이 없었다. 원래 단 것을 잘 먹지만 미국에 있을 때도 극강의 달콤함을 자랑했던 쉑쉑버거의 밀크쉐이크는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버거 세트에 5000원~6000원 정도 하면 충분히 콜라까지 먹을 수 있는 한국의 다른 패스트푸드점들과 비교했을 때 소다 가격도 비쌌고 밀크셰이크까지 하면 햄버거가 너무 콧대가 높은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국, 캐나다 같은 경우만 해도(쉑쉑은 캐나다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웬디스나 맥도날드등 일반 패스트푸드점의 버거 세트가 만원을 웃도는 데에 비해 쉑쉑버거가 이 정도 가격이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쉑쉑을 선택했던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진짜 잘 나오는 대기업의 한식 뷔페 평일 점심 가격이 15000원쯤 하는 것과 비교해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15분 만에 주문하고 15분을 기다려 자리를 잡았고 10분쯤을 더 기다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받았다. 그리고 이 날을 끝으로 한국에서 쉑쉑버거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쉑쉑버거 @모스크바, 러시아

 여행 중에 맥도날드를 대신해서 먹는 쉑쉑버거라면 언제든 웰컴이다. 맥도날드보다는 더 맛있는 한 끼가 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러시아에선 러시아 전통 음식이 입에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으로 고생을 좀 했던 터라 쉑쉑버거가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최고의 맛은 아니었지만 쉑쉑의 명성에 금이 가는 맛은 아니었다. 그리고 역대급으로 쉑쉑버거 매장에 손님이 없었다. 그 넓은 매장이 거의 휑했다. 그리고 가격대도 그리 높지 않았다. 한국의 쉑쉑버거가 이 정도 맛만 되었어도 자주 찾았을 텐데 하는 비교만 자꾸 들만큼 한국의 쉑쉑버거에 대한 실망이 크다. 그리고 한국 쉑쉑의 감자튀김에 치즈를 부어서 먹으면(부먹) 치즈의 색깔이 투명하게 감자튀김이 비치는데 러시아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서 쉑쉑의 치즈 프렌치프라이는 전혀 치즈의 색깔이 비치지 않았다. 


UAE의 쉑쉑버거 @두바이, 아랍에미레이트 연합

쉑쉑버거@두바이, 아랍에미리트연합

 쉑쉑버거하면 쉑버거와 쉐이크라는 줄임말이다. 그런데 이 곳 두바이 공항의 쉑쉑버거에서는 직원이 쉑쉑버거말고 치킨버거를 추천했다. 굉장히 어이가 없었고 끝까지 고집부려 쉑버거를 한 개 시켰는데 한 입을 베어 물고 난 후엔 곧장 직원의 말이 수긍되는 맛이었다. 최악의 햄버거였다. 그리고 역대급으로 비쌌다. 스위스 맥도날드급의 물가였고 거의 2만 원에 가까운 쉑버거였는데 패티가 최악이었고 비린내까지 나서 3명이 가서 하나를 다 못 먹고 먹다 남겼다. 쉑쉑버거에 대한 의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맥도날드가 얼마나 균일하게 전 세계에 맛을 유지하는지 대단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쉑쉑버거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두바이의 파이브 가이즈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반가워서 분수쇼를 보며 먹었는데 프렌치프라이는 괜찮았으나 공짜로 주는 땅콩이 복불복이었다. 반은 쿰쿰한 냄새가 나고 눅눅했고 또 신선한 것은 짭쪼름하게 본토의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워낙 먼 거리를 몇 개의 바다를 건너고 몇 개의 대륙을 건너서 두바이에 와서 그런지 사실 땅콩은 서비스로 주는 거라 그래도 되는 맛이었지만 진짜 비싸게 주고 사 먹은 두바이 공항에서 쉑쉑버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내의 쉑쉑버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두바이 공항에서 쉑버거를 먹는다는 것은
마치 뉴욕 브로드웨이의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선택지를 고른 것과 같을 것이다.

타임스퀘어의 쉑쉑버거 @뉴욕, 미국

 한인 숙소를 잡으면 여기를 많이 왔다 갔다 하게 되고 어퍼 웨스트나 다른 뉴욕 지역에 살더라도 관광객인 이상 타임스퀘어를 보지 않아도 브로드웨이 주변에 극장들이 많아서 이 거리는 꼭 오게 된다. 그래서 제일 만만한 쉑쉑버거 가게다. 그런데 나에게도 접근성이 좋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아서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오랜 웨이팅을 감안해야 한다. 웨이팅뿐만 아니라 자리 잡는 것도 현지인들보다 같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몇 자리 차지해서 먹는 게 보통 이상의 눈치싸움이 필요한 지친 일이다. 늘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그래도 '쉑쉑버거하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는 기대치는 충분히 채워주는 맛이다.


Washington D.C의 쉑쉑버거 @워싱턴 D.C, 미국

 인생 최고의 쉑쉑버거였다.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고 번과 신선한 토마토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과 햄버거로부터 오는 풍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감자튀김을 보면 평소 쉑쉑의 감자튀김과는 다르게 길쭉하다. 확실한 뉴스로써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건 아니지만 뉴욕의 유학생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한 소비자가 쉑쉑버거의 홈페이지에 프렌치프라이의 모양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이렇게 길쭉한 감자튀김으로 전면 교체되었다가 다시 사람들의 원성을 사서 원래의 감자튀김 모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의견이 참으로 중요하게 반영되는 곳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뉴욕에서 이름 좀 날리는 셰프가 만든 버거인데 그 정도 프라이드도 없이 바로 지적한다고 해서 바꾸는 것도 신기했다. 쉑쉑버거는 버거가 맛있어서 좋지만 꾸불꾸불한 모양의 감자튀김에 치즈를 얹혀 꾸덕하게 그리고 새콤한 케첩의 콤비네이션을 먹을 때면 캐나다의 푸틴이 부럽지 않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쉑쉑버거 @뉴욕, 미국

 이곳이 쉑쉑버거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여름에 가면 오픈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서 오픈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먹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보다시피 굉장히 휑하다. 뉴욕의 에어컨 열기로 후덥지근한 더위속에서 쉑쉑버거는 충분히 견뎌낼 수 있지만 뉴욕의 으슬으슬한 추위앞에선 제 아무리 쉑쉑버거 1호점이라도 맥을 못 춘다. 그래도 겨울에 먹는 쉑쉑버거 특유의 운치가 있다. 야외라서 사람들이 다 실내의 쉑쉑버거를 찾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빨리 나와서 덜 기다린다. 먹을 때도 테이블 가운데에 난로가 있어서 틈틈이 손 끝을 녹여 쉑쉑버거를 먹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flat iron building이라고 한국사람들에게 다리미 빌딩이라 불리는 명물이 바로 앞에 있어 그 빌딩의 뷰를 즐기며 쉑쉑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여담이 있다면 크리스탈과 제시카도 이 곳에서 쉑쉑버거를 먹었다.


마이애미의 쉑쉑버거 @플로리다, 미국

 역대급으로 많은 시간을 오래 기다린 버거였다. 새벽에 캐나다 토론토에 출발해서 3시간의 비행 후에 마이애미에 도착했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내 평생 며칠 되지 않는 강제 1일 1끼를 시행한 날이었다. 그런데 가뜩이나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이애미에 놀러온 미국인들은 거기서 다 본 것만 같이 연말의 마이애미 쉑쉑버거에는 웨이팅이 장난 아니었다. 정말 웨이팅만 한시간 쯤 하고 음식은 그보다 더 뒤에 먹었던 기억이 난다.이 때는 혼자 갔는데 미국에서 레스토랑에서 혼밥을 먹는 것은 그리 눈치 볼 일은 아니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그리고 혼밥을 집중해서 못 먹는 나로선 쉑쉑버거만큼 혼밥에 대한 부담없이 맛있는 한 끼를 선물 받은 포만감까지 얻는 초이스는 드물다. (미국의 맥도날드는 우리나라와 달리 거지도 많고 저녁에 가면 뭔가 위협적인 분위기에 조금 더럽고 어둡다.) 이 날 먹은 첫 끼라 다른 쉑쉑버거에 비해 공정한 맛의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렵겠지만 쉑쉑버거를 미국 남부지역에서 먹어서 더 반가웠고 맛있게 먹었다.     


앞서 소개한 버거란 쉑쉑버거말고도 런던에서도 쉑쉑버거가 있다고 들었고, 라스베이거스에도 쉑쉑이 있다고 들었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선 서부의 햄버거인 인 앤 아웃을 먹기 바빴다. 인 앤 아웃은 쉑쉑버거에 비해 가격적으로도 거의 반값에 애니멀 소스는 중독성이 어찌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시카고에선 에픽버거, 라스베가스에선 인앤아웃버거 말고도 얼어브샌드위치가 끝장나게 맛있다. 그래서 쉑쉑버거는 최고의 버거라 할 수 없지만 최고의 대안으로써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는 버거이자 동부의 버거라고 하기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세계인의 버거가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면, 햄버거라는 존재는 배가 고플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집중력을 선사하지만 제 아무리 좋은 재료 쓴 맛난 버거도 배부를 때 먹으면 그 맛이 주는 충격과 감동이 줄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쉑쉑버거는 가성비 대비 최고의 정성스러운 외식이 된다. 미국 동부 뉴욕에서 시작은 했지만 이젠 벌써 세계 속의 쉑쉑버거라 불리는 게 마땅하다. 쿠웨이트, 러시아까지 있다는 걸 보면 정말 쉑쉑버거는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들어와 있는지 몰라도 없는 나라 빼고 다 있는 쉑쉑버거임이 틀림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맥도널드가 얼마나 대단하게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지 놀랍다. 쉑쉑이 못하는 그 어려운 걸 맥도날드가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 중 우연히 쉑쉑버거를 발견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들어갈 것 같다. 비싸든, 맛이 없든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맥도날드 제외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맛있게 인증된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쉑쉑버거만큼 정겨운 버거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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