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패셔니스타 Jeannie를 만나다
텔순이를 자청했던 어린이 시절, 티비만 틀면 네모의 늪을 부르는 박경림이 있었다. 그 어린 시절에도 나는 이효리가 예쁘고, 황보가 예쁘고, 김희선이 예뻐보였다. 그리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단편적인 미에 나도 함께 편승하여 그 사람의 매력을 보는 법을 알지 못했다. 당시 엄마와 나는 자물쇠로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적는 일기가 있었는데 엄마는 그 교환 일기에서 내게 박경림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적이 있다. 너무 화가 났다. 아직 내 미래는 무궁무진한데 당대 못난이로 통하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없고 늘 들이대기만하는 그런 여자같았으면 좋겠다니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한들 망언에 가깝다 여겼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박경림이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프로에 동기가 신청하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땐 알것 같았다. 왜 엄마가 박경림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지. 그녀는 사람을 단시간안에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식보단 순도높은 진심이라 느끼게 해주었다. 한마디를 뱉더라도 진정성있게, 자신을 낮추고 상대가 누구든 상대방을 높일줄 아는 태도에 감동받았었던 적이 있다.
회사에서 우연한 기회에 할리우드 스타 Jeannie Mai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장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소를 띄었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선에선 최선을 다하고 상대가 만족 그 이상을 할 수 있게 신경썼다. 그녀와 박경림모두 사람을 아우를줄 아는 큰 그릇이었고 하나같이 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프로페셔널했다. 이지고잉하고 상대를 위했다. 하지만 미국인답게 자신을 낮추기보다 "나도 잘났고, 그래서 너도 잘난 존재야."를 대화속에서 느끼게 해주었다. 그냥 도움받고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인연에도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를 좋아했고 스타라는 허례허식을 다 제쳐두고 인간대 인간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먼저 털어 놓아 상대도 그녀 앞에선 무장해제되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래서 그녀가 최고의 진행자구나 싶었다.
박경림과 Jeannie Mai는 많은 점에서 닮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났을때 더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냄새 폴폴나는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의 바램처럼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늘 내 일과 타인의 일을 구분지어 나의 길을 묵묵히 가고, 능동적이긴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로 외향적인 성격을 드러내다 보면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고 늘 혼자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엄마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을 배려하고 상대가 누구든 내가 존중받기 위해서 남을 먼저 위해주고 존중해주라는 가르침을 내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화려한 할리우드의 삶이 부럽고 동경스럽기까지 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태도였다. 누군가를 만나도 나 역시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외모가 dress up하는 것보다 내면을 dress up하기 위한 워밍업을 시작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