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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으로 산다는 것

인도네시아 vlog의 여왕 Salshabilla Adriani를 만나다

by 나이쑤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많은 인구수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소셜 미디어의 단위가 크다. 우리나라의 인플루언서들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아 높은 팔로워 수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인도네시아의 인플루언서들은 보통 자신의 나라에서 그 인기가 고스란히 팔로워 수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TV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해 인플루언서와 연예인과의 경계가 뚜렷한 반면 동남아시아는 그 경계가 자꾸 허물어지고 있다. 그리고 재미난 사실은 해외에서는 인플루언서가 그 유명세로 연예인이 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역으로 연예인이 인플루언서의 영역에 들어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악동뮤지션의 수현이 뷰티 채널을 오픈해 며칠 만에 십만 명의 팔로워를 기록하고 재경, 지숙 등 인플루언서로써의 활동이 자신의 연예활동에 플러스 요소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Salsha도 인플루언서로 시작했다가 연기, 가수 등 활동영역을 넓혀 바쁜 스케줄을 살고 있다.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고등학생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대해선 프로페셔널했고 보이는 삶과 자신의 삶을 잘 구분할 줄 아는 똑똑한 소녀였다.

그녀는 늘 솔직하고 유쾌했다.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을 가진 미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 것 없이 대중이 좋아하는 요소이기도했다. 그녀는 10대로 최고의 자리에서 지옥 같은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 시간에 현재를 즐길 줄도 알았고 미래를 꿈꿀 줄도 알았다. 보통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자신이 많이 노출되다 보면 파파라치 아닌 파파라치처럼 자신의 진짜 삶을 옭아멜 수도 있는데 Vlog를 찍을 땐 확실히 찍고 또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시간, 그리고 일로써 만난 스태프들과의 관계를 하는 법까지 늘 어깨에 힘들어가는 법 없이 상냥하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지쳐간다고 이야기했다. 힘들고 일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 때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하게끔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너 프로페셔널하구나!라고 칭찬을 했더니 자신이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 엄마가 그녀를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의 교육법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마지막 날 신세를 지거나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들에게 작은 쪽지를 자필로 적게 해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진정성 있게 전달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좋은 인연이 되어 이를 함께 이어나갈 수 있는 가르침을 알려주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녀의 삶을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밀착하여 보았다.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지만 그 상황에서도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끔 늘 상황을 재치 있게 풀어나갔다. 나이가 어리던, 어리지 않던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기에 그 진심이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고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그녀는 결코 남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거나 빈말을 하려고도 노력하지 않는다. 자기가 만족하는 선에서 꾸미고 웃었다. 남들과 다른 마음가짐을 꼽자면 단지 주워진 것에서 최대한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그녀는 이미 마스터한 듯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자유자재로 그녀의 표정은 변한다. 끼가 넘치는 그녀의 파급력은 소셜 미디어에서 가히 대단하다. 한 번은 그녀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가 1초도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팔로워 수가 수십 명이 늘었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업로드한 셀카는 하루가 되지 않아 천여 명의 팔로워가 늘어있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는 연예인가 인플루언서와의 경계가 굉장히 뚜렷하게 구분 지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그녀의 포지션을 가진 사람을 비유하기 힘들지만 (굳이 꼽자면 노래까지 하는 김유정 정도 일 것 같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왜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꼽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텔레비전 대신 사람들은 유튜브를 보고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의 일상을 나눈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이 그녀를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으로 입성시켰고 거기서 그녀는 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중이 스타를 만든 셈인데 그녀의 매력이 좋은 팔로워들의 힘이 그녀를 오늘날의 이 자리까지 있게 한 원천이기도 했다.

그녀는 늘 노래를 불렀다. 허밍을 하고 노래 연습을 했다. 학교를 나가지만 보통 그녀가 영향력을 많이 받는 분들은 그녀의 보컬 트레이너나 연기 선생님 등 일을 하면서 알게 되는 선생님들이 그녀의 바른 가치관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한 번은 택시 안에서 한국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자신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자신은 그게 너무 이상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반문했다. 이름을 풀로 다 쓰는 게 더 이상해 보인다고 그렇게 그녀와 문화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에선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한국의 문화들을 이야기하면서 덧붙였다. "우리 보컬 선생님이 문화 차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문화는 존중받아야 된다고 했어." 교과서의 의미 있는 가르침보다 직업현장에서 그녀가 세상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교육 또한 그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외국의 스타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독립적으로 행동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리는 스타면 스타들끼리 그들만의 세상에서 은행일이나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매니저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고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직접 결정하고 자신이 디렉트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그녀의 보컬 선생님의 말처럼 어떤 풍조 하나가 옳다고 할 수 없고 모든 문화와 현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때론 우리나라의 스타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는 연예인 특권의식이라고 문제 될 때도 있다. 청소년기 동방신기 얼굴 한번 보러 간다고 친구들과 함께 간 무대에서 강한 친구들이나 매니저들이 위협적으로 팬들을 대하는 모습 또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요즘 Vapp이나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유튜브 채널 혹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을 통해서 팬들과 소통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생팬의 문제는 인기 연예인의 대상만 바뀔 뿐 늘 이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팬들은 목이 마르다. 집에 찾아가고 공항에 쫓아가서 직접 보는 수고로움 대신 좀 더 연예인들이 활발하게 자신과 팬들의 소통창구를 찾아 Vapp을 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자주 더 길게 이야기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가지면 어떨까? 꽁꽁 싸맨다고 연예인의 가치가 올라가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자신의 매력을 연예인도 마찬가지로 세상에 드러내면 팔로워들이 잠잠하던 연예인을 tv에 불러내고(김재우처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 시작했다(EXID의 하니). 스타들은 팬들에게 보다 더 많은 소통으로 풍부한 떡밥을 그리고 팬들은 스타들의 사생활 침해보다 편하게 집에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며 예전보다 편하고 주체적으로 덕질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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