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배우 Kimberly Chia와 Aloysius Pang을 만나다
일이 너무 바쁘다 보면 어느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연예인들이 와도 간단한 구글링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는 정도이지 싱가폴 그리고 아시아의 연예 뉴스는 늘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십보다 좀 심리적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얼마나 현지의 매체에 영향력이 대단한지, 그리고 현지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하는지 인스타그램의 피드만 보고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아시아의 셀러브리티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늘 그들과 친구가 되는데 쉬워진다. 그들도 자신의 나라에선 연예인 누구로써 살아가지만 한국에선 인간 누구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며 타인의 시선에서 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폴의 인플루언서이자 셀러브리티인 Kimberly Chia와 Aloysius Pang을 만나는 것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있는 그대로 그들과 친구가 되는 시간으로 고스란히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의미가 더해진 시간이다.
이 둘은 Dasmond Goh가 운영하는 싱가폴의 소속사 Noontalk media의 소속 배우들이다. 평소엔 하나같이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폭풍 리액션과 찰떡궁합의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이자 베테랑들이다. 사실 이들이 한국에 오기 일주일쯤 되기 전에 Aloysius Pang은 음주운전으로 싱가폴 연예지 1면을 장식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게 주눅이 들어있고, 이에 대한 반성하는 시간이자 참회의 시간을 함께 지내고 있었다. 한 번은 이들과 함께 이태원에서 치맥으로 더운 초여름밤을 보내고 있는데 이때도 Aloysius Pang은 모두가 "짠"을 외치는 분위기에서도 꾸준히 물만 들이켜고 술은 단 한 모금도 대지 않는 절제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조금 풀어질 만도 한데, 그리고 운전할 일도 없는데 술 자체를 멀리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도 사건이 터지고는 마음 놓고 술집도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겠구나 헤아릴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스케줄을 이동할 때에도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워낙 과묵하고 말이 없어 진지한 줄은 알았지만 말을 아껴 그를 재미가 있고 없고를 판단할 거리도 없었다. 그렇게 말수가 적고 낯을 가리는 중에도 그가 왜 많은 싱가폴의 여심을 흔드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츤데레과였다. 평소에 늘 조용조용 크지 않은 리액션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는 편이지만 상대에 대한 매너와 무심한 듯 챙겨주는 점들을 몇 번 발견했다. 고속터미널에 쇼핑을 많이 하고 어떤 제품들이 많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면서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하고 나중에 오후에 다른 스케줄이 있을 때 만나야 한다고 말을 했더니 1초도 안돼서 "그럼 고속터미널에서 뭐 사다 줄 것 있음 말해. 원하는 것 있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나는 하루에 두 번씩 환승역으로 들리는 곳이 고속터미널이라 정말 단 한 가지도 원하는 것은 없었지만 함께 하지 못한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난 그의 대화에 섬세한 배려가 묻어있는 멋진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말수가 적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뻔했던 그에 대한 인상이 적어도 내 기준에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기억이 자리 잡게 된 싱가포르의 연예인이다.
물론 음주운전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똑같이 음주운전으로 연예 뉴스에 오르내렸는데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평생 잠재적 살인마라는 댓글을 피할 수 없고 음주운전을 두 번, 세 번씩 하는 배우들은 연기로 극복하면 한 두어 번은 봐주는 잣대가 마땅치 않을 뿐이다. 웃음을 준다고 쉬운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원래 다이어트라곤 해본 적이 없다는 Kimberly Chia는 늘씬한 몸매와 귀여운 얼굴로 비현실적인 마네킹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같은 여자라 그런지 어떻게 화장을 하고 쓰는지 자신의 비법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수 있는 기회가 잦아졌고 싱가폴에서 연예인이라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너무 일상적인 것들에도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자신이 평소 한국의 드라마를 보며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한강에서의 치맥이라고 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이 술, 저 술 다양하게 섞어가며 마셔보고 싶다 했다. 싱가폴에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란다. 그녀는 늘 해외여행에 방송국에서의 드라마, 광고 촬영으로 바쁘다. 남들이 늘 동경하는 화려한 삶에 사는 그녀지만 그래서 더 평범한 것들에 대한 갈망이 강했다. 그녀를 보고 아주 평범하게 할 수 있는 일상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남의 시선으로부터 모든 일상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로울 수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번은 한참을 Kimberly와 피 튀기게 자신의 뷰티 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클렌징 방법에서부터 어떤 제품이 좋은지 그리고 어떤 색조를 어떤 식으로 바르고 피부관리를 하는지 우리의 대화는 차 안에서 여자들의 설전은 열정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되게 무미건조하게 대화는 끝이 났다. 우리는 서로의 할 말을 다하고 팁을 공유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느껴서 그 대화는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Aloysius가 옆에서 듣다고 왜 대화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지점에서 끊겨서 조용하냐고 난리였다. 그렇게 낯을 가리던 녀석이 입이라는 것도 뗄 줄 알고 그나마 편해지긴 했나 보다 싶었다. 오히려 Kimberly와 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Aloy 만 여자들의 대화는 알고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포인트에서 대화가 끊겼는데 서로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걸보고 정말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선 무슨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할 말이 끝났으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인데 그래 그럼 우리 여기서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바깥 풍경을 좀 보자.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라도 지어야 하는 것이 더 웃긴 일이지 싶었다.
또래의 친구들이자 싱가폴의 연예인들을 일로써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에 남는 건 사람이고 좋은 추억이다. 그들로부터 배우는 나와 다른 환경과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의미의 행복에 아주 특별한 일상을 살아간다. 분명한 건 어떻게 삶을 대하느냐의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건은 어떤 경험으로부터 온 깨달음이 사소한 삶의 대처 방식을 보다 더 현명하게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된 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