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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Sep 30. 2017

함께의 가치

유럽가족여행 : 피사, 친퀘테레, 망통, 니스, 베르동협곡, 몽블랑산,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가족이 함께 유럽 여행을 간다는 것이 경비라는 큰 산이 있었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네명이 시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걱정이 앞섰다. 각기 다른 넷의 preference를 어떻게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후회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통장에 있는 동그라미 몇개보다 추억이란 가치에 더욱 큰 가치를 더했었기에 결심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피렌체에서 뜨겁고 배부른 이틀이 지나고 더몰에서의 쇼핑에 통장이 텅장이 되기도 했지만 몇일간 아파오는 사랑니처럼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혔던 엄마의 수화물분실 사고는 포기해야하나 생각이 들때 쯤 전 날 오후 10시쯤 겨우 받았다. 어쨌거나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이젠 운전으로 이동하는 것도 크게 부담되지 않을때 쯤 피사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려는데 흑인들이 목걸이를 팔며 원하지 않는 주차를 도와주었다. 괜히 차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짐을 가져가진 않을까하는 우려에 피사의 사탑에선 남들이 다 찍는다는 사진만 겨우 찍고 차로 무사히 귀환했다. 평소엔 너무하다싶을만큼 왠만한 것에 둔하면서 가끔은 내 자신이 너무 괴로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몇가지가 있다. 보다 더 무뎌지는 사람이 되리라,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 다짐한다.

또 한시간쯤 달려 도착한 친퀘테레. 사실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교포친구가 한달의 유럽여행중 가장 좋았던 곳이 친퀘테레라 하여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외국인들에게 로망이라는 특별한 이미지가 있어 이곳은 꼭 찾아야 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인식에 사대주의가 또 나왔다고 하겠지만 누구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개인이 가진 가치의 가중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니 그런 반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가기 전 부산에서 나고 자란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감천 문화마을을 가려고 외딴 곳에 주차를 하고 기차를 타고 그곳에 가야한다고. 생각보다 감천 문화마을과 얼추 비슷할 것이라고 느꼈는데 친퀘테레만의 아우라가 확실히 있었다. 정말 별거 아닐 수 있는데 바다와 절묘한 밸런스를 맞추었다. 인스타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를만한 이유가 충분한 곳이긴 했다. 물론 뜨거운 여름의 태양덕에 카메라 앞에서도 웃을 수 없이 인상을 찡그려야 했지만 말이다.

친퉤테레는 아주 더웠고 한국인들도 많았다. 튀김 냄새가 진동을 했고 인스타에서 인생샷을 보고 나도 그 장소를 찾으려 했지만 시간 관계상 마나롤라만 찾았던지라 생각했던 인생샷은 남기기 어려웠다. 더위에

지쳐 다시 ztl구간을 피해 다른 지역에 차를 대어놓고 늦은 오후에 돌아와 기차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허기를 채웠다. 몇끼는 제대로 된 곳에서 먹고 싶었는데 맥도날드만 나라별로 달리 먹었던 기억이 더 강하다. 피렌체에서 양이 너무 많아 배불러 허덕였던 스테이크와 암스테르담의 랍스터 두번의 분위기있는 곳에서의 특식이 있었긴 했다.

해질녘 비싼 니스대신 망통으로 숙소를 잡은건 백번 잘한 일이었다. 아름다운 해변가와 느긋한 사람들 그리고 무엇을 먹어도 다 맛있는 빵과 요거트는 여행자를 행복하게 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관광지에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우리 가족은 기분 좋은 바람과 바다에 그간 쌓인 여독이 풀어졌다.

무료로 제공되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너무 맛있었던 조식을 먹었다. 프랑스의 어떤 호텔에 가도 조식에서 나오는 빵은 특히 크로와상 종류는 어딜가나 최고고 과일도 신선했다. 종류가 많진 않아도 음식 본연의 맛, 당도, 정성이 가득 담겨있는 음식들이라 좋았다.

아침 일찍 두둑히 무료로 제공되는조식을 먹고 모나코로 떠났다. 주차전쟁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만큼 모나코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겨우 빈 공간이 있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도시의 끝에서 끝을 걸었다. 스타벅스 모나코 컵을 사고 싶었다.   

망통이 키웨스트와 뉴올리언스를 섞어놓은 것 같다면 모나코은 마이애미의 평화로움과 유럽특유의 클래식한 도도함이

도시에 묻어있었다. 솔비가 로마공주라한다면 나는 꼭 모나코 공주처럼 삶을 살아가고 싶을 만큼 너무 좋았던 장소다. 값비싼 요트와 서늘한 바람 그리고 도시의 깔끔한 인상은 내가 다녔던 캐나다의 학교가 위치한 도시 옥빌과 똑 닮아보여서 더욱 익숙하기 까지 했다. 이번에 다녔던 여행지 중 처음부터 내가 좋아라했던 여행지지만 기대만큼 그 기대 이상을 충족했던 도시가 모나코였다.

모나코의 슈퍼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싸와 베르동 협곡으로 달렸다. 보트를 탈 계획이라 물놀이 복장까지 산을 굽이 굽이 넘어갔지만 생각보다 별 풍경이 아니라 대실망을 했다. 보트를 빌린다해도 이 더위에 의미가 없어보여서 차로 다시 돌아와 차라리 제네바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거기를 더 보고 싶었다. 10미터쯤 움직였을까 이제야 우리가 봐왔던 풍경이 보였다. 지금이라도 다시 보트를 빌릴까하다 급하게 차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다시 제네바를 향해 몇백킬로를 달려갔다. 어딜 가든 부지런한 우리 가족은 시간과 체력을 쪼개어서라도 항상 더 많은 곳을 보기위해 무리한 이동을 했다. 자동차 여행 카페에선 하나같이 300km이상을 하루에 이동하는 것이 무리라 하지만 평소에 한국에서도 300km는 자주 이동하며 여행을 다니는 터라 500-600km까지 무리해 이동했지만 우리가족에 꼭 맞는 여행스타일이기도 했다. 조식 시간 시작하자마자 가서 밥을 먹고 여름의 유럽에 해가 지는 9시가 되어서 호텔로 도착하는 강행군은 하루를 열심히 보냈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제일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서 '꼭 다시 가야지.'란 결심을 하게 된 곳이 베르동협곡이었다. 정말 산을 굽이 굽이 넘어 겨우 찾아 갔는데 막상 도착했더니 햇빛은 엄청 내리쬐고 뷰도 생각처럼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당황스러움에 고민하다 차라리 빨리 제네바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30초를 차를 몰지 않았는데 드디어 우리가 꿈꿔왔던 베르동협곡의 뷰가 나왔다. 그 보트를 타는 곳에서 보트를 저어 협곡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을 못참고 우리는 차를 돌렸던 것이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다시 주차장에 차를 잠시 대어놓고 가족 사진을 찍었다. 다시 보트를 빌리고 싶었는데 이미 어렵게 돌린 마음을 다시 원점으로 놓는 일이 더 어려웠다. 언젠가 다시 베르동 협곡에서 신선놀음을 꿈꾸리라 마음먹었다.

스위스는 사실 1년전에도 갔다왔고 4일을 풀로 강행군으로 많은 산들을 올라가봤기에 다시 간다는게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스위스의 산은 리기산 하나만 가고 렌트카 여행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름은 모르지만 엄청난 절경의 명산들을 강제로 네비가 안내해주어 많이 가보았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유명하다는 몽블랑산에 대신 오르기로 했다. 해발고도 2,000m까지는 렌트카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를 지날때도 아찔했는데 몽블랑산은 거의 4,000m에 가까웠다. 그래서 말도 나오지 않을만큼 추웠고 거친 바람이 온 몸을 때렸다. 절경에 감탄하기 보다 이 세상, 내가 알았던 이 세계가 아니고 우주나 달착륙을 하면 보이는 황무지에 설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신기한 광경의 연속이었다. 케이블카가 너무 무서워 죽는구나 싶었지만 중간에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탈때 있었던 어른이들을 위한 놀이터에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몽블랑산을 결정한 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느꼈다. 내가 산을 싫어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산 위에 정상에 케이블카타고 쉽게 올라가면 보이는 경치도 좋고 선선하고 정상이 주는 평화로움이 기분 좋게한다. 

다시 스위스로 넘어가기전에 기름을 프랑스에서 넣었다. 눈이 8개니 중간 중간 찾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가다가 예쁜 곳이 있으면 잠시 차를 주차해두고 즐기다 가고 점심시간이 되어 배가 고프면 운전하다 마을을 지날때 유심히 보고 그동네 주민들이 많이 가는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와 디저트로 맛있는 한끼를 먹고 또 시원하고 깨끗한 개울, 혹은 냇가가 보이면 또 신발과 양말을 한켠에 벗어두고 우리 가족만의 바캉스를 즐겼다. 틈틈히 예상치 못한 경관들이 나올때마다 하나같이 탄성을 질렀고 어딜가나 한국인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그 곳의 관광객이 우리 가족인 경우, 그리고 유일한 검은 머리의 사람들이 우리 가족인 경우가 많았던 렌트카 여행이었다. 진짜 책에도 나오지 않고 그 좋은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곳곳을 다니며 감탄했지만 우리 가족 넷이었기에 이 여행의 모든 순간이 가치있었다.

지난번에 시간이 애매해서 베른을 두번 찾았고 이번엔 베른은 못갔다. 내가 스위스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시가 베른이지만 시옹성도 호수 옆을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나 혼자만의 시간은 고사하고 꼭 사야하는 쇼핑거리도 살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때가 많은데 이번에 사지 않으면 영원히 못살 것 같아 시옹성 가는 길에 보았던 coop에서 립밤과 선물용 과자 몇개를 챙겨왔다. 그곳에서 전기구이 치킨도 하나 사와서 호텔에서 김치와 함께 척척 얹여 먹어 든든히 저녁도 해결했다. 하루를 빨리 움직인 덕에 제네바엔 6시쯤 도착했고 밥을 먹고 렌트카를 반납했다. 남들은 찾기 어렵다는 프랑스령 렌트카 장소로 먼저 찾아가는 바람에 다시 차를 타고 스위스령 렌트카 장소에서 무사히 차를 넘겨주었다. 180프랑쯤 더 주고 슈퍼 커버 보험을 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여행 내내 그리고 여행 반납 이후에도 속이 그리 편할 수 없다. 그리고 거기서 헤맨 시간덕에 세상은 어두워졌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건 몰라도 UN에는 가봐야겠다 싶어 밤 늦은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에 대한민국 대사관도 발견하고 러시아 대사관에는 문 앞에 총을 들고 있는 공관이 있어 우리끼리 깔깔거리며 웃지도 못하고 사진을 찍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 UN까지 왔다는데 의의를 두고 다시 공항역에서 호텔 셔틀을 타고 돌아왔다. ibis geneve aeroporte 호텔은 최악이었다. 지난번 ibis 취리히에선 엄마가 샤워마치고 미끌어져서 한달을 고생하셨고 그래서 이번엔 취리히에선 다른 호텔에 묵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ibis 가 문제였다. 프랑스 ibis는 백점중에  150점을 주고 싶을만큼 만족스러운 스테이였는데 제네바 공항 호텔은 굉장히 막무가내였다. 예의가 없었고 증거를 들이대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모르쇠로 대응하고 은근히 동양인이라서 무시하나 싶을만큼 기분이 나빴다. 논리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없었고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막말만 내뱉았다. 그의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이메일 thread도 읽지 않고 왜곡된 직원의 보고만 받아들이는게 역대급 최악의 호텔이었다. 그리고 느꼈다. 그냥 속편하게 전세계 어디서나 미우나 고우나 힐튼만큼 기본이상, 호텔로 속썩이지 않는 곳은 없구나 하고 말이다. 

여행의 마지막날은 그간의 긴장이 모두 풀려 몸도 마음도 말을 듣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그 마지막 여정을 암스테르담에서 마무리했고 지난번에 엄마의 취리히 ibis에서 다친 다리때문에 가지 못했던 로테르담에 풍차를 보러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네덜란드스럽지 않게 유로를 다 썼는데 기차나 도심 전철에 모두 현금 혹은 동전만 취급하여 굉장히 힘들었다. 네덜란드는 특유의 느낌이 참 좋다. 깨끗하고 정갈한데 부담스럽지 않고 남과 다른 모습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엔 굉장히 신경을 쓰고 개성도 있으면서 획일화된 스타일도 꾸준히 유지하는 것같고 유럽 어딘가에서 살아야한다면 네덜란드에서 살고 싶단 생각, 공부를 해야한다면 네덜란드에서 하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나라다. 외곽을 나갈때도 필요이상의 친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선을 아는 사람들, 그래서 그 조화가 아름답게 섞인 나라가 네덜란드였다.

블로그에서 한번 보고 너무나 예쁜 미피를 이곳에서 돈이 얼마든 사가리라 마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은 비쌌다. 물론 메이드인 차이나가 아닌 메이드인 네덜란드에 수제인형이었지만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눈에 아른거릴 것 같아 사왔는데 볼때마다 귀엽고 좋다. 풍차는 둘리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에서 처음 접하고 진짜 풍차를 볼 기회는 일본에서 어릴때 하우스 텐보스에서 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엔 진짜 풍차의 고장 네덜란드에서 풍차의 원리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동전이 모자라 친절한 점원이 동전을 다 바꿔주어 미안해서 와플을 하나 사고 넷이서 갈라 먹으며 당충전을 했다.

스테이크는 맘먹고 먹었으니 이제 해산물 그리고 랍스터를 제대로 먹어보자 싶어서 암스테르담에서 예약없이는 가기 힘들다는 해산물 가게에 갔다. 1시간 늦었지만 평일이라 겨우 들여다 보내주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동생과 나는 그걸 먹고 종일 소화가 안되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엄마 아빠는 우릴 위해 양보해주셨는지 먹느라 정신이 없어 그걸 챙길 경황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 배고프다 하시어 암스테르담을 걷다가 마주친 감자튀김 가게에서 감자튀김을 하나 사 먹었다. 줄이 있길래 잘하는 집인줄 알았는데 엄마가 냉동감자인데 왜 줄이 있지? 라고 하셨다. 그래도 줄이 있고 유명하다니 사먹어보았는데 가다가 더 긴 줄을 보고 그 긴 줄의 집은 냉동감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네덜란드에서 냉동감자를 먹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감자는 뭘 넣었는지, 금방 튀긴 굵은 감자튀김이라 그런지 가격이 부담이 없어서인지 언제나 어디서나 사 먹어도 맛있다.

스트릿카를 타고 튤립 시장에 둘러 튤립씨앗부터 튤립을 색색깔로 종류별로 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튤립이라 그런지 튤립을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언제나 내게 맑은 날씨를 허락해주었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운하는 크게 볼거리가 없어 보이는 암스테르담이지만 자주 찾고 싶은 매력을 가진 도시다.

내가 다시 암스테르담을 찾을때도 지금처럼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은 다닐 것이며 색색깔의 튤립이 나를 반겨줄 것이며 뾰족하게 제각각 붙어있는 집들 사이로 지나는 운하를 보고 익숙한 듯 늘 새로운 암스테르담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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