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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Oct 17. 2017

기억을 더듬어 추억을 찾아서

뉴욕 그리고 토론토 익숙한 나의 도시

장거리 비행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는 늘 남다르다. 전날 밤 단 1분의 잠도 허용하지 않을 것! 당연히 짐싸고 여행을 다녀와서 해야할 것들을 좀 정리하다보면 새벽 네시는 훌쩍 넘어있다. 다시 짐을 들여다보고 들어도 봐서 무게가 많이 오버되진 않는지 이것 저것 다시 꾸리고 샤워를 마친 후 미리 세팅해둔 편하디 편한 공항패션을 선보이며 집을 나선다. 집에서 마의 십분, 이십분 더 견디면 나가야 하는 시간인데 항상 그때야말로 제일 심하게 잠이 쏟아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차라리 미리 나와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추석, 설날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24시간 운행하는 막차가 끊기고 지하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시간 사이엔 늘 공항버스도 만원이라 다음버스를 겨우 잡아 탄다. 김포공항은 지난 설에도 붐비지 않았든 이번에도 널널할거라 생각했는데 공항이 터져나갈 것 같다. 겨우 기적에 가까운 티케팅을 마치고 비행기에 탔다. 상식적으로 다음 연결편이 인터넷에서도 체크인이 안되고 김포에서도 티켓 게런티를 못한다며 최대한 빨리 나리타에 도착하라 하여 미국 제 시간에 못갈 수 도 있겠다 마음 졸이며 도쿄로 향했다.

전날도 괜히 설레서 저녁을 안먹고 밤을 꼬박 새서 점심때가 되니 배가 고프다. 나리타로향하는 버스가 오기 전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하네다에서 에도시대을 재현해놓은 맛집 스트릿중 스시집을 하나 골라 세트로 시켰다. 역시 스시는 일본에서 어딜 가서 먹어도 맛있다. 정말 만족스러운 한끼를 해결하고 한시간 반정도 나리타를 향해 달리는게 바깥 공기를 마시는 전부 였다. 원래 공항밖으로 나가 도쿄역이나 신주쿠역등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당장 티케팅도 못하고 일본에서 미국가는 비행기도 만석이라 내 좌석 게런티를 못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덕분에 강제로 셔틀버스에 올랐다. 겨우 무리없이 티케팅은 마쳤고 여섯시간넘게 남아 나리타 공항 곳곳을 돌고 또 돌고 사고 또 사고 먹고 또 먹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30시간이 넘게 잠 한숨 자지 않았더니 13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동안 모니터 한번 제대로 켜지 않는 꿀비행을 했다. 물론 운이 좋게도 올때 갈때 전부 exit좌석에 앉을 수 있어 행운이었다. ana 직원은 너무도 친절히 한끼도 먹지 않은 나를 걱정했고 타기전에 스시와 라떼를 두둑히 먹은 나는 괜찮다 했다. 그리고 jfk가 이렇게 줄이 짧을 수 있나 싶을만큼 간단한 입국 심사 후 뉴욕에 도착했다. 미국의 공기엔 냄새가 있다. 그 냄새를 제대로 맡기도 전 눈에 보이는 셔틀을 타고 맨하튼 시내로 갔다.

26킬로에 가까운 캐리어를 끙끙거리고 맨하튼 미드타운을 휘저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대부분 식당은 웨이팅이 길거나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도 언제나 좋은 치폴레에서 싸워크림 그득 얹여 미국스러운 멕시칸 음식을 먹었다. 오래 본 친구와의 대화는 오랜만의 만남이 무색하게 반가웠고 재밌었다. 내가 애정하는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많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한다.

면세품을 비몽사몽 받는데 판도라 반지 세개를 샀었다. 반지 케이스가 두개라 망했다 싶었는데 케이스를 열어보니 케이스 하나에 두개가 있었다. 면세품 확인은 대충 한다고 나도 대충하면 아무리 영수증이 있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무서운 사실을 배웠다. 공항 근처 힐튼에서 아주 늦은 저녁 체크인을 마치고 도쿄공항에서 타기 직전 샤워를 한 터라 샤워가 필요하진 않았지만 개운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뉴욕의 아침을 맞이했다. 늘 힐튼은 친근하고 익숙해서 좋은데 다이아몬드 티어가 사라진 이후 아침밥을 주지 않는 힐튼이라 낯설기도 하다: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셔틀을 타고 무난히 캐리어는 오버의이트였지만 마음씨 좋은 승무원언니가 통과시켜주었다. 뉴왁은 정말 삭막하고 생기없는 공항이다. 그렇게 도시랑 가깝지도 않지만 바로 옆에 저지가든몰이라는 애정하는 아웃렛덕분에 porter airlines에선 토론토가 도심 공항을 이용하는 두가지 장점덕에 같은 값이면 늘 이곳을 이용했다. 친구들을 만나기위해 선택한 나의 소중한 2박 3일의 토론토는 다신 캐나다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던 나에겐 큰 결심이었다. 나라는 나랑 맞지 않더라도 사람이 좋으면 어쩔수 없이 그곳을 가게 된다는게 딱 내 이야기였다. 미국에서보다 더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캐나다에서 마치고 뉴왁공항에선 다시는 볼수 없었던 porter airlines의 전용 라운지를 아쉬워 하며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 했다. 일부러 라운지 갈수 있는 것도 스킵하고 여길 찾았는데 국내선 혹은 캐나다로 가는 건 출국 두시간도 너무 시간이 남는다.  한시간 반전에 공항을 도착해도 충분히 여유있게 수속할 수 있다.

오랜만에 도착한 토론토도심공항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페리만 타야 했었는데 이젠 도보로 된 터널이 생겼고 친구들이 나를 마중하기위해 아침부터 토론토 공항까지 와주어 big hug를 나누었다. 사람덕에 많은 용기를 얻고 사람덕에 든든한 기쁨을 얻는다. 누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 이리도 값질 수 있음을 알려준 토론토였다.

정처없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토론토 다운타운을 쏘다녔다. 익숙한듯 조금씩 변해있는 토론토는 공기 하나는 아니 하늘 색깔 하나로도 나를 감동시키기 충분했고 자주 타고 다녔던 스트릿카도 정겹기 그지 없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주워진 시간에 제일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우리는 여전히 남들앞에 당당했으며 우리끼리 시끄럽게 행복했다. 우리의 상황은 달라져있었지만 우리의 모습은 여전했다. 누구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럽다가 특히 자기 일과 미래에 대해선 새삼 진지했다 오락, 이성, 패션등 가벼운 이야기에 대해선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서로의 생각을 쏟아냈다. 먹는 것은 뒷전이고 우선 앉아 이야기할 곳이 필요해 눈에 보이는 ryerson university내의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다에 우리는 금새 배가 고파졌고, 밴쿠버에서도 맛있다고 소문난 라멘가게가 토론토에도 있다하여 이곳을 찾았다. 매 순간이 자주 올 수 없은 귀한 시간이라 카메라를 끊임없이 눌러댔다.

여행 온 마음에 기분내려고 시킨 사이드 메뉴은 영 불고기가 짜고 물기가 많아서 실망이었지만 라멘의 국물맛은 일품이었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직후 친구 하나는 머리를 땋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바람에 내 머리를 만지며 부드럽다고 난리였다.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가방에서 껌통이 나오는 것까지 우리에겐 웃음을 유발하는 일이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웃다 다시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해가 곧 저물 시간이 다가왔다.

유니온 스테이션과 가까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5불을 주면 짐을 맡겨준다하여 그곳부터 찾아 짐을 맡겼다. 그리고 맘편히 하루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내겐 토론토에서 가장 특별한 의미가 있는 유니온 스테이션의 longos(이곳의 디피와 분위기는 뉴욕의 어떤 chill한 홀푸드보다 더 활기 넘치고 세련되었다. 특히 그 사이즈와 동선 그리고 조도까지 모든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완벽하다.) 에도 들러보았다.

우리는 옥빌에 머물 여정이라 옥빌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까진 아니고 go train이라는 통근 열차인데 가는 내내 미니 게임기로 내 캐리어를 지지대삼아 열심히 게임을 했다.

저녁이 되어 밥시간이 되었지만 끊임없는 수다 삼매경에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 옥빌은 고향,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잘 없던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의 도시였다. 아시안 혼자 아무것도 없이 내 자신 하나 믿고 살아야했기에 너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 속에서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한시간반씩 학교 기숙사에서 다운타운의 온타리오 레이크까지 매일 걸어갔다왔다. 태풍이 치는 날부터 날씨가 쨍쨍한 날까지 그곳에 가서 나의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호수에다 실컷 털어 놓고 왔다. 그래서 꼭 토론토의 어떤 다른 좋은 곳도 다 필요없이 옥빌의 온타리오 레이크와 다운타운에 다시 가고 싶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나를 위해 내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신을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직접 구워주는 양질의 소세지를 식육점에서 파는데 그곳의 핫도그와 건너편 동네 커피집에서 진한 라떼 한잔을 상상하며 다운타운을 찾았지만 식육점은 오늘 문을 닫았고 그 애정하던 커피가게는 다른 가게의 간판이 붙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cobs bakery에서 rasin bread을 얇게 슬라이스해 새롭게 모던하게 디자인한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호수에 멍하니 서있었다. 이 곳에서 나는 위로받았고, 성장했다. 그때보다 한층 자라 자기 밥값하는 어른이 되어 이곳에 다시 왔다. 말이 없는 호수는 언제나 그랬듯 내게 수고했다고 다시 와주어 고맙다고 잔전한 물결을 만들며 손짓했다. 그렇게 애정이 담긴 옥빌을 내가 호흡했던 방식으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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