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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Nov 25. 2017

도쿄 미생의 외침

도쿄출장과 도쿄 여행 그리고 또 도쿄쇼핑

퇴근하고 몇시간째 짐을 싸고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곧장 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에사의 첫비행기라 사람들은 연휴가 아님에도 붐볐고 면세점 쇼핑은 안하길 잘했다 싶었다. ana항공의 밥은 맛있어서 좋지만 티케팅 자리배정은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우여곡절끝에 겨우 남은 자리를 겟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미 공항에는 한시간전부터 인도네시아의 가수 Salsha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sim card를 도쿄에서 받기로 해서 겨우 잡히는 와이파이에 연락은 쏟아지고 맘처럼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졸여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Salsha는 여전히 십대 소녀의 밝음을 장착한채 우리를 맞아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번에 내릴 수 있는 급행이라 편하게 왔다. 늘 배고프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소녀 Salsha에게 점심도 함께 먹을 새 없이 다시 나가야했다.

완전 초행길, 도쿄지사 사무실에 짐만 두고 다시 놀러나간 Salsha를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배터리가 1%남았다하여 연락이 닿지 않아 네시간째 호텔 로비에 앉아 마음졸여야 했다. 그 사이에 필리핀의 인플루언서 Andi네 가족의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여권이 일인당 3개나 있어서 정말 신기했고 아이가 있는데 흡연실이 예약되었다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

호텔 밑 편의점에서 겨우 주전부리를 사다가 로비에서 빨리 먹어도 마음의 허기때문인지 영 사람이 멍하고 힘들었다. 몇시간의 기다림속에 드디어 Salsha는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라 했고 30분은 더 걸릴 것 같아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라도 좀 마셔야할 것 같아서 걸어서 오분 거리인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리고 내가 긴자 한복판에서 5시간동안 그 어둑침침한 호텔 로비에서만 앉아있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만큼 화려한 도심의 한 중간에 있었다. 그래 이것은 출장이니까!

아무리 한시간을 기다려도 Salsha가 오지 않길래 더 마음졸이고 있던 찰나 배터리는 나갔고 길을 잃어 아무 카페나 들어왔다했다. 겨우 주소를 보내주어 찾아갔는데 반대편으로 와 있었다. 내가 몸이 피곤해도 내 눈앞에서 내가 케어해야하는게 백번 나은 일이라 배고프다고 미리 저녁을 먹고 나를 보며 씽긋 웃고 있었다. 오피셜 디너 이전에 우리는 렌즈 용액이 필요하다하여 돈키호테를 찾았고 이것 저것 사다보니 시간이 지나 겨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옷만 잠시 갈아입고 오피셜 디너로 향했다.

대기업에 있을때 대기업의 술문화와 회식문화에 대해선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 지사분들과 회식을 했더니 우리의 대기업 특유의 회식문화(술잔을 들고 높은 분들과 건배를 하고 몇몇이 술잔을 들고 자리를 이동하며 분위기를 돋구었다)가 일본으로 부터 온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찌나 똑같은지 그럼에도 술을 마시라는 강요는 전혀 없었다. 나는 자리를 럭키하게 잘잡아 본사 친구들만 있는 자리에 껴서 우리끼리의 회식의 회식을 만끽했다. 정말 회식다운 회식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충을 알고 항상 같이 고생하는 것을 알아서 애틋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서로를 챙기기 바빴다. 그리고 내일 있을 행사에 대한 긴장과 서로의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우리가 함께 모일때면 항상 큰 힘이 솟는듯 하다.

인플루언서들을 데려다주고 회사로 돌아갔다. 책상 배열을 정리하고 손님들에게 나눠줄 구디백을 쌌다. 우리의 노가다시간은 늘 그렇듯 음악을 틀어놓고 껄껄거리는 농담을 하며 일의 작업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손이 여럿 붙으니 금방 작업은 끝이났다. 우리 대표님들은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앞장서서 하니까 우리도 늘 큰 불만없이 따르게된다. 대표가 한국에 없을때 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만일 우리 대표님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늘 생각한다. 그게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판단이자 우리 회사스러운 결단이기 때문이다.

긴자의 밤거리는 꽤 무디했고 깔끔하고 좁았다. 이번 일본출장은 긴자에 모든 것들이 다 있어 긴자에서 시작해 긴자로 끝났다. 일본에 3박 4일을 있으면서 긴자에만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있을 기회도 자주 없으리라.

드디어 일본지사 공식 런칭날이 밝았다. 원래도 원색에 튀는 옷들을 좋아하는데 정말 일본 클라이언트와 일본 현지 기자분들이 많이 자리해주시는 만큼 최대한 검은색 원피스를 준비했다. (물론 핑크빛 꽃모양의 패턴은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종일 엄청 걸어다닐게 훤하기때문에 신발을 두개 챙겨서 런칭 공식 행사 바로 전까진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내 구두도 편했지만 런칭 행사 끝나고 다들 다리가 퉁퉁부어 나중엔 내가 혹시나 챙겨간 쪼리와 편한 구두마저 절찬리에 빌려주었다.

"요쇼, 요쇼, 요쇼."

일본의 '아자!'와 같은 의미라던데 우리 인플루언서들을 데리고 우리는 이렇게 아시아를 건설해왔고 앞으로 일본 시장과 함께 할 미래는 이렇다는 프레젠테이션과 인플루언서들의 소개, 이벤트, 다양한 볼거리와 마지막엔 간단한 다과와 밍글링타임까지 금요일 퇴근전 우리 행사에 와주신 일본의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고 인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준비한 자리는 애초에 동이났고 서있을 자리도 모자라서 감사하고 미안했다.

세상 스타일 내는 어린 소녀 Salsha는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대학생에 대한 꿈이 있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끼넘치고 화려한 연예계생활은 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마찬가지구나 싶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데 문화와 환경 그리고 주워진 상황이 여의치못할때 늘 아쉬움이 더 남는다.

한국에서 신민아도 진짜 바로 옆에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고 장나라랑도 사진찍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연예인은 그냥 아 예쁘네, 하고 말았는데 태국의 핌따스타일을 창시해낸 최고의 인플루언거 Pimtha는 진짜 완전 여신이다. 어찌나 상냥하고 조용한데 그래서 더 신비롭다. 이번에 Pimtha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한껏 친해질 수 있어서 가장 기뻤다. 여자가 여자한테 반할수도 있구나를 느끼게 해 준 그녀는 한국 사람들도 분명 그녀의 미에 열광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하는 인플루언서 자질이 충분한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고생한 우리는 우리끼리 자축 셀카를 찍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서 자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배를 타고 서로의 꿈과 미래를 응원하고 위해줄 수 있는 사이가 아시아 어딜 가나 있다는게 참 감사하다. 진정한 우정과 동지애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남은 장소 정리를 하다보니 오피셜 회식에 늦었다. 다들 퉁퉁 붓고 힘이 쪽 빠져 겨우 파티장소에 도착했는데 피자에 치킨이라 일본까지 와서 이런 걸 먹을 수 없다하여 우리끼리 스시를 먹으러 나왔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많아 보이는 맛집을 우연히 긴자 한복판 거리에서 찾아내 스시를 먹고 서로가 최고라며 북돋아주었다.

역시 출장엔 인플루언서를 데려다주고 데려다 오는 공항 왔다갔다가 빠질순 없다. 이번에도 아침 비행기를 타는 Salsha를 공항에 바래다 주러 아침 일찍 깼다. 분명히 제 시간에 안일어 날것 같아 충분히 그 앞시간에 그녀를 깨웠고 호텔로 가서 공항까지 한참을 둘러 겨우 제시간에 도착했다.

저녁도 스시 몇점 먹고 하루종일 커피 한두잔 마신게 전부라 새벽에 너무 배가 고팠다. 로손에 들러 롤케이크도 먹고 반이상은 절대 못먹지만 첫 맛에 종소리가 울리는 로손의 롤케익은 사랑이다. 혹시 지하철비가 모자랄까봐 돈을 뽑았다. 공항에 도착했더니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 체크인할땐 Salsha를 따로 있으라하고 내가 티케팅 하기 바로 전까지 같이 챙겨다 주었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비행시간 내내 힘들어 할까봐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늦어 신주쿠까지 부리나케 갈아타고 블루보틀로 찾아갔다. 디카페인 커피를 팔지 않아 그림의 떡이었던 블루보틀은 내가 사먹지 않아도 줄서서 커피를 겨우 테이크아웃할 수 있을만큼 사람이 붐볐다.

커피는 뒤로하고 규카츠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주위에 유명한 곳이 있다하여 먹으러 갔다. 진짜 유명한 곳이라 나름 빨리 가서 줄을 섰는데도 30분은 넘게 줄을 섰다. 도보에서 부터 줄을 서는데 일본인들이 줄인지 모르고 새치기를 하는 바람에 뒤에 줄서라고 친절히 알려주고 드디어 들어갔는데 다 못먹을 줄 알았는데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규카츠는 왜 사람들이 두번 먹으라고 그렇게 극찬하는지 알았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들어간다. 규카츠는 마법의 음식이다. 정말 아깝지 않고 하루종일 든든하게 잘 먹었다.

배 둥둥 두드리면서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 꼼데 가르송 가디건을 찾으러 갔는데 셔츠만 내 사이즈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동료는 자신이 맡은 인플루언서를 공항에 데려다 주느라 긴자로 함께 향했다. 함께 고생한 동료를 위해 커피를 시키는데 오랜만에 착한 일한다고 하늘이 칭찬해 주는지 결제하는 순간 무료 쿠폰을 주어서 다음날도 그 쿠폰 활용해서 맛있게 먹었다. 긴자의 꼼데 가르송 매장에도 레드만 있고 색깔이 너무 강렬해 사기 망설여졌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 다른 매장에 가서 그때도 내가 가지고 싶은 옷이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하려고 했다.

긴자 한 가운데는 차없는 거리로 주말엔 통제하는데 할땐 뭔가 뭘해도 제대로 하는게 일본이고 이런게 선진국이다 싶었다. 일을 하면서도 돈을 쓸 때, 무언가에 집중할 때, 등 필요성이 대두되면 일본은 똑 부러지고 칼같이 해낸다. 그런 점이 참 배우고 싶고 지고 싶지 않아 더 신경쓰게 된다. 일본 지사와 일을 하게 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자 동료로 함께 커갈 수 있었음 한다.

신사는 요즘 뜨고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어릴적 엄마 손잡고 도쿄자유여행을 할때 신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어렴풋이 그때의 기억도 나면서 뜨끈하게 구워낸 멜론빵 하나를 뜯어먹고나니 금새 어두워진다. 가을의 도쿄는 어둠이 찾아오는 순간부터 찹찹한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한다.

중간에 어디 가기가 애매해 일본 친구와 약속 장소 였던 곳에 가서 둘러보기로했다. 밥을 안먹어도 될만큼 규카츠가 배부르고 맛있었는데 스시는 또 지금 안먹으면 서운할 것 같아 스시 하나에 튀김 하나를 시켜먹었다. 튀김이 맛없기도 힘든데 하네다 공항안에 스시집의 퀄리티는 접근성대비 그 가격 가치를 한다.

토론토에서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진다. 동료가 갈지 안 갈지 몰라 친구와의 행아웃을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흔쾌히 함께해주어 더욱 즐거웠다. 도쿄에서 친구를 잘 둔덕에 세상 처음 가보는 일본 전통의 호텔내에 이 시즌에만 나온다는마롱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예약을 미리 해뒀는데 세상 큰 밤이 안에 있었고 첫 입을 베어무는 순간 종이 울리는 감동적인 맛이었다. 술자리를 자주 하지 않고 떼지어 몰려다닌 스타일이 아니라 내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시켜주는 일이 흔치 않은데 우연찮은 기회에 우리는 모두 금새 친구가 되었고 마지막 도쿄의 밤을 마롱테이크 처럼 달고 진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한 껏 오른 당에 정신을 못차렸지만 오랫동안 인연을 지속할 수 있음에 감사함이 함께라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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