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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Nov 19. 2017

가을에 안기다.

주말마다 서울 맛집찾기

혼자 뉴욕에 갔다가 오느라 추석에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그렇게 다시 출근하는 바쁜 일상후 맞은 주말 아침 엄마를 용산역에서 만나 항상 엄마가 서울의 피자가 먹고 싶다 이야기 하셔서 이태원에 갔다. 개점전인데 이미 첫손님이 아니고 (밤도깨비 실패) 시카고가서도 안먹은 피자를 시카고 스타일이라며 20분넘게 줄서서 먹었는데 느끼하게 맛있었다. 피자보다 더 중독성있던 갈릭 가득 갈아넣은 프렌치 프라이. 뉴욕 할렘쉐이크에서 후추 가득 갈아낳은 프렌치 프라이만큼이나 특색있었다.

늘 사람들로 붐비다 비오는 날 출근길 가로수길은 그 언제보다 차분하게 차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 매일 걷는 동네다. 명동에 미팅이 있어 점심을 못먹고 가나 했는데 택시아저씨께서 빨리 데려다주셔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명동의 명물, 일본가선 한국에 있다고 안먹는 모스버거는 새우버거가 제일 맛있다.

구미는 언제나 오늘도 평화로운 구미였고 경북엔 과일이 많이 나서 가을이 오기 바로 직전엔 이렇게 지역 축제들도 한창이다. 얇은 옷 입고 하늘은 높고 별 걱정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가을을 좋아한다.

언젠가 촬영이 인천에서 잡혀 대학교 안에 있는 이디야커피에 갔는데 이디야스롭지 않은 그릇과 가구들이 가득 있었다. 이날은 점심 못먹고 인천까지 가다가 브레이크에 토할 것 같아서 겨우 스파클링 워터로 정신차렸다. 그리고 오후 늦게 되어서 퇴근 직전에 먹은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순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듯. 그 주는 유독 촬영이 많았다. 하루는 경기도로 하루종일 나가 있어 촬영을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일본에 경유차 들렀을때 쟁여놓은 galbo를 오물거리며 집을 나섰다. galbo는 오리지널과 블랙이 제일 맛있는 걸로.

새우요리를 전문적으로하는 가로수길 가게가 있다. 분위기는 좋은데 새우가 너무 많고 통통해서 씹다가 턱이 아프기까지하다. 마치 새우와 내가 대결하는 기분이 든다. 태국의 인플루언서 Both 와 Newyear가 왔다. 내가 방콕 너무 자주간다고 주위에서 깜짝 놀라지만 내가 얘네가 한국오는 만큼의 반에 반도 자주 안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얼마전엔 내 생일을 못챙겼다며 1분 겨우 얼굴 보는 자리에서 내 생일 선물을 챙겨다 주는데 어찌나 감동이던지. 이 감사함과 뿌듯함에 다시 힘내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대낮부터 찜닭을 먹고 쇼핑을 한다. Yes #thisiswork 엄마가 얘네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시더니 니가 이렇게 잘생긴 애들이랑만 다니니까 남자친구를 못만나는 거라고 돌직구를 날리셨다. 얼굴 잘생긴것보다 마음이 잘생긴 것이 더 중요한데 얘네는 마음도 잘생겼다. :p

회사가 아무리 동남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익선동 갈때마다 동남아에서 밥을 먹는건 여기서도 일을 하고 있는 듯한 압박을 준다. 회사에 다니기 전 태국을 찾았고 회사에 한참 적응할때 다시 태국을 찾았고 이젠 회사사람이 되어 태국을 찾는다. 내가 일로 배운 동남아와 진짜 동남아의 모습에서 오는 공통점과 익숙함 그리고 괴리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방학때마다 상해를 찾은 내 친구는 이번에도 잊지 않고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선물이라며 상해에서 산 누가를 산물해주었다. 늘 받는 사람이 되면 안되는데 주위 사람들과 내 것을 나누면서 얻는 기쁨을 자주 누려야겠다고 반성해본다.

익선동의 한 개성강한 카페에서 꾸덕한 케이크는 카페인을 입에도 못대는 나에겐 케익 하나더를 외치게 했고 갈릭 프레이크 막으러 간 어느날 점심을 위한 아비꼬에는 갈릭 프레이크가 떨어졌다 하였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마치고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 하길래 한국 음식하면 명동 교자지 하면서 자신있게 데려갔는데 정말 먹을때도 맛있게 먹었다. 그 날밤 계속 마늘냄새에 고생 꽤나 했다던 Both & Newyear. 이젠 일본 인플루언서들말고는 명동교자에 안데려가는 걸로. 먹을때만 해도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도 꼭 다시 오겠다 했는데 그날 밤 이후 다신 안가겠다는 음식점이 되어버렸다. #마늘의습격

Newyear 쇼핑하는 동안 동영상인줄 알고 손을 마구 흔드는 Both는 사진임을 이후에서야 깨닫고 우리는 껄껄거리며 웃었고 어랜만에 멋낸다고 일년만에 꺼내신은 힐은 결국 집에갈때 힐을 벗고 실내 슬리퍼를 신고 집까지 가는 불상사를 낳았다.

가로수길에 몸에 좋은 아이스크림가게가 생겼다해서 두스쿱 주문해 같이 먹는데 한 스쿱이 2인용이었다. 많이 달지 않은데 몸에도 좋다하니 너무 좋았는데 진짜 비싸서 다시 갈지 안갈지 모르는 가게다.

젠틀몬스터는 핸드크림을 팔때도 젠틀몬스터 스럽게 디스플레이한다. 나도 우리 회사도 어떤 캠페인을 하든 우리 회사스럽게, 나스럽게 캠페인을 하고 싶다.

기분 내러가면서 가성비 가득 만족할 수 있는 알래스카랩에서 한달에 한번 두시간의 점심 시간의 여우를 부려보고 가로수길을 그렇게 걸어다니면서 처음 가본 젠틀몬스터는 계산하는 층이 마치 vvip전용 쇼핑라운지처럼 꾸며두었다.

사당에 살땐 그래도 꽤 자주 갔었는데 이젠 사당 자체가 오랜만이라 생일 주간 맞아 찾은 겁없는 토끼부엌 셋이 먹기 적당한 양에 늘 둘이서 두개는 시킨다. 스테이크는 처음에 약간 냄새가 났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내방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판다는 디저트 가게 메종엠오에서 겨우 나도 디자트 몇개를 샀는데 그 옆 카페에서 먹은 마롱 라떼가 더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열심히 먹었으니 또 열심히 걸을 차례, 일년중 주말에 이렇게 한가롭게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정신없이 친구들 만나고 나면 이렇게 좋은 시기에 내가 태어나 매해 생일마다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내방에서 이수 그리고 동작까지 가을을 느끼며 걸었다. 내년에는 또 다시 대학때처럼 현충원에서 단풍놀이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주워지길 바래본다.

입이 짧은 동생도 만좃한 에버델리의 샌드위치. 정말 좋아하는 초코 바게트빵이 있는데 서울역주위라 잘 못가고 까먹고 놓치는데 거기보다 초코 바게뜨빠이 바삭함과 고소함이 한수 위였던 에버델리. 정말 멀고 숨어있고 가게도 좁은데 갖은 의지를 다해서라도 이 집은 자주 찾고 싶게 만드는 마성을 가진 가게다. 토론토에서 내 마음을 모두 받친 saving gigi를 연상케하는 가게다.

그 다음날 하루 남은 주말엔 광화문 빌즈에서 호주식 팬케이크를 먹고 브런치의 끝을 달렸다. 역시 그간 못먹은 브런치를 끊임없이 먹어주는 것처럼 내 생일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대체할 수 없다.

가로수길 쌀국수의 품평회가 가능할만큼 잘한다는 가로수길 쌀국수집은 자주 들린다. 일본에서온 달달구리는 언제나 옳고 같은 하루에 한번씩 도심 한 가운데 내리는 어둠의 시작엔 진한 감동을 안기는 무언가가 있다.

미샤에서 그렇게 강추하던 아이섀도우는 평소 5분만에 끝내는 내 화장을 자글자글한 펄을 가득 쏟아 부어 어색하게 만든다. 역시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색조는 단종되지 않는 한 탐험하지 않고 기초는 내 피부가 공공의 피부인마냥 열심히 이것저것 섞어가며 챙겨바른다.

금요일 오후 감사한 자리에 초대받아 뷰티 유투버 유트루님를 만나서 사진도 찍었고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셀럽들이랑 친구가 되어도 설렘이 덜한데 오히려 한국 인플루언서들만나면 떨리고 설레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게 내 직업의 묘미인가. 아이러니인가.

한달에 한번 컬쳐데이라고 해서 금요일 오후엔 다같이 보고 싶은 전시를 정해서 보고 오는데 11월 초임에도 아직 따뜻했던 날씨와 이촌역 주위 일본 가정식 맛집에서 먹었던 든든한 점심덕에 하루가 여유로웠던 날이 있었다. 임금이 살았다면 이런 유유자적한 삶을 머릿속에 그리며 한시를 써냈을 것 같은 평화로움이 내 안에 가득 안기었다.

단풍도 밟아보거 괜히 혼자 빠르게 걸어도 보았다. 내겐 잘찍는 사진 한장, 추억이 되는 사진 한장보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마음에 담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보며 올해 못간 폴란드를 꼭 내년휴가엔 일주일 넘게 찾아야지 싶었고 나처럼 술못먹는 왕은 없겠구나싶을만큼 술잔들이 하나같이 예술품이었다.

슬립오버를 하고 그 다음날 눈꼽만 떼고 나가 브런치를 시켜먹고 오후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잠실에서 조우하였다. 내겐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 항상 내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고, 얼마나 오래 만났고 자주 만나는지가 중요치 않고, 서로의 편에서 항상 상대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으며 서로의 이름을 떠올릴때마다 싱긋 웃음지으며 든든함을 대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나 또한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그렇게 진하디 진했던 가을을 보내주고, 가을이 이렇게 길어도 되나 걱정이 무섭게 불현듯 찾아온 겨울을 맞이한다. 보다 더 겸손하고 무슨 일이든 즐겁게 맞을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나를 감싸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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