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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Nov 27. 2017

포근한 공기, 가을의 도쿄

출장에서 주말을 맞는 방법

출장차 찾은 도쿄지만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새벽까지 쪽잠 겨우 자고 일하기 바빴다. 그렇게 긴자 한 가운데 있었는데 이리도 번화가에 있는지 몰랐다. 늘 다니던 호텔과 사무실안에서 해가 졌는지, 떴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훌쩍 가 있었다. 새벽같이 인플루언서를 공항에 보내주고 체크인까지 마친 후 드디어 자유시간을 얻었다. 규카츠를 든든히 먹고 다시 동료가 자신의 담당 인플루언서를 배웅하러 긴자로 돌아간다음 꼼데가르송을 찾으러 다니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선 안될 것 같아 신사로 갔다.

마치 우리 집인양, 이곳 저곳이 일본의 정취를 가득 머금고 있다. 신사 주변의 골목 골목이 더 예뻤다. 일본은 어딜가나 아담하고 정갈하다. 신사엔 두번째라 큰 감흥은 없었고 해가 떨어지자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덮쳐 야경을 즐길 여유가 허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코스로 일본인 친구를 만나고 진짜 공무원들이 많은 관광객이라곤 1도 없는 곳에서 근사한 마음씀씀이가 가득 느껴지는 친구의 treats를 받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그날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듯했다. 어쩌면 일로부터 100%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기에 그 날 아침은 와이파이 기계 없이 돌아다녀도 행복했다. 이곳에 꼼데 가르송 가디건이 없으면 마음 독하게 먹고 꼼데를 포기하려고 했다. 이미 신주쿠, 긴자점을 다 돌아다녀봤는데 물건이라곤 없었다. 운좋게도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첫번째로 들어가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컬러의 꼼데 가르송 가디건을 rush하지 않고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내 목표를 달성했으니 어딜 가도 괜찮았다. 그리고 우리는 국왕이 살고 있는 신궁을 걸었다. 화창한 날씨와 높은 하늘 그리고 이제 막 내리쬐는 햇살에 나는 도쿄 도시 한 가운데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뗄때마다 절경을 선사했고 지난전 도쿄여행때 팬케이크집에 갔었는데 그곳의 분위기와 맛 모든 것이 다 좋아 다시 찾으러 가는 길 도쿄 시청 주위엔 주말만이 만끽할 수 있는 텅 빈 도시가 되었다. 토요일에도 은근히 지하철이나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정장이나 유니폼을 입고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은행같은 곳이라 했다. 국민을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 그들이 고생하는 것을 서비스로 볼 것 인가, 혹은 모두 다 쉴 권리가 있으니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 같이 쉬느냐 뭐 하나 옳은 답은 없다. 다른건 몰라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만큼은 오히려 주말에 짧은 시간이라도 열어 평일에 집과 회사가 먼 사람들을 위했음 한다. 국민 소득 5만불이 넘는 오스트리아에선 주중엔 새벽에도 문을 여는 우체국, 주말에도 문을 열었던 우체국이 나를 놀래켰다.

햇빛 잘 들어오는 곳에 앉고 싶어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시켰다. 사실 감자튀김을 먹기위해 샌드위치를 시켰다. 걷다가 모든 것이 다 귀찮아져 팬케이크가게로 가는 길 도중에 막 들어가본 가게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 안에서의 기쁨을 누리는 법을 배워간다.

우리가 밥을 먹은 곳이 kitte라고 믿고 있었는데 거기보다 상위 브랜드들이 입점되어있는 몰이었다. 명품 시계들과 캐나다 구스가 엔화가 내려가는데 택스리펀까지하면 한국에서 세일가에도 구하기 힘든 가격이라 지르고 싶은 마음이 몰을 떠나기 전까지 굴뚝같았다.

원래 미국으로 가는 비행에 ana항공을 타고 갔었는데 그날 김포에서 티케팅만 잘 해뒀으면 이곳에 가려고 다 찾아뒀던 곳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그 무거웠던 캐리어 끌고 올 곳은 절대 못되었다. 찹찹해진 가을 날씨를 정면으로 맞긴했지만 서울역을 닮은 도쿄역(서울역이 도쿄역을 닮은 거겠지만)을 한눈에 바라 보는 것 특별한 뷰를 선사했다.

추위에 몸을 녹이려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찾아갔다. 일본 카페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도 많아 당황스러웠다. 뭘 사지 않아야하는데 어딜가나 넘치는 물욕에 캐리어는 늘 넉넉히 가져가도 꽉 차서 겨우 들고 온다. 이번에도 무인양품에 들르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팔지 않는 것들을 위주로 사왔다. 특히 베이커리, 카스테라류는 굳이 맛있는 빵집을 찾지 않아도 포장도 유통기한도 맛도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녹차도 카페인때문에 힘드니 녹차카페에서 단팥라떼를 시켰다. 따뜻한 팥빙수는 이런 맛이겠그나 하는 맛이었다. 몸은 지쳤지만 도쿄을 떠나 다음날 바로 일상을 시작해야하는 아쉬움에 밍기적 거리며 공항으로 향하려고 몇발짝 걷는데 순간 거리에 불빛이 환하게 켜지며 떠나는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인사하는 것 같은 큰 선물을 받았다. 나를 위한 이벤트도 이보다 감동적인 순간은 없을만큼 멋있는 뷰였다. 최고의 야경이자 도쿄에서 잊지 못할 기억은 소중한 마음의 선물이 되어 마음속에 저장하고 있다. 기억은 발화될수록 더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이번 도쿄 여행은 시간이 지나고 얼마나 더 좋은 기억만 나를 상기시킬지 기대된다.

기내식을 포기하고 편의점을 털었다. 통관이 힘들다는 젤리를 한 가득 사서 기내에 들고 타고 급 허기가 져서 먹은 유부초밥 그리고 100엔짜리 핫도그는 도쿄 첫날부터 나를 향해 손짓하더니 결국 먹었다. 굉장히 담백해서 맛있는 핫도그였다. 왜 토니안이 편의점음식을 먹으러 일본에 가는지 수긍이 되는 편의점 쇼핑을 마무리했고 내 통장은 텅장이 되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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