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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Feb 02. 2018

일상과 일탈사이

다시 찾아 익숙한 여행이 좋다 세상 여유로운 후아힌 여행과 방콕 여행기

마카오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마카오 라운지, 올때 갈때 두번의 환승덕에 라운지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다음 비행을 기다린 기억이 선명하다. 살찔걸 알면서도 알새우칩보다 더 생생하게 새우맛이 살아있는 새우칩을 와구와구 먹다보니 자꾸 빈 접시는 쌓여갔다. 직접 만들어주시는 누들도 국물만 호로록 마시고 다시 나는 저 새우칩하나만 팠다.

태국에서 skt쯤으로 통용되는 ais를 뒤로하고 우리 클라이언트였던 dtac이 훨씬 반가워 엄마에게 호들갑을 떨며 우리랑 일했던 브랜드라고 신이 나서 떠들었다. dtac이 출국장에서 더 가까이 있었는데 ais에 줄이 훨씬 길었고 나 역시도 태국가면 항상 ais에서 좀 줄을 서더라도 이용하게 된다. 중국어는 읽을 줄 모르지만 누가봐도 베네피트를 고대로 베낀 화장품 자판기 어쩜 컬러도 똑같이 뽑아선 사람의 눈을 현혹시킨다.

공항에서 택시 아저씨랑 흥정하는것도 싫어서 미리 네이버카페에서 입수한 택시회사에 이메일로 예약을 걸어뒀더니 양복 쫙 빼입은 아저씨가 내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들고 환영해주셨다. 덕분에 30도가 넘는 날씨였지만 공항에서 주차장가는 길만 빼면 너무 편하게 왔다. 사실 그것도 아저씨가 짐을 다 들어주셔서 후아힌까지 시간도, 에너지도 모두 세이브했다. 한국에서 쓰는 삼사만원 어차피 금방 쓰게 되는데 여행지에서 이것 저것 아끼느라 힘빼지말고 좀 더 쓰면 훨씬 편하게 여행한다. 특히 엄마와의 여행, 부모님과의 여행엔 이런 아끼는 마인드는 #넣어둬넣어둬. 새우깡도 농심이 베낀것 같지만 어째 농심이 훨씬 맛있고 잠시 휴게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데 망고를 팔아서 태국에선 망고지!!! 하고 먹었는데 하나도 안익어서 낭패를 봤다. 사기를 당했다 생각했는데 원래 저렇게 덜익게 먹는 거란다. 역시 공부를 많이 하고 가지 않으면 여행에서도 당하기 마련이다.

호텔앞까지 편하게 내려주셔서 팁을 미국식으로 드리면 항상 태국에선 환영받는다.  짐만 좀 풀고 미친듯이 오는 메세지와 연락에 휴가인지 출장인지 모르게 급한 불을 꺼놓고 다른 곳 나가는게 너무 더워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호텔안에서 먹기로 했다. 호텔이라고 해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팟타이랑 볶음밥을 먹었는데 맛은 없었다. 역시 시암센터 푸드코트에서 먹는 팟타이랑 볶음밥이 방콕의 최애푸드다.

이제 좀 쉬었으니 슬슬 호텔에서 태워주는 리무진을 타고 몰에 가려다가 어차피 내일 옮길 호텔이 바로 그 몰 앞이라 야시장으로 갔다. 원래 주말에 호텔 바로 앞에 시카다 야시장이라고 너무 힙하고 괜찮은 야시장이 열리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월요일이라 후아힌에서 꼭 즐겨야하는 중요한 한가지를 놓쳤다. 후아힌 야시장은 그냥 방콕의 카오산로드와 큰 차이 없었다. 목이 마르니 엄마를 졸라 코코넛을 사먹었고 엄마는 코코넛이 이렇게 맛있냐며 호로록거리다 순삭했다. 야시장에서 한국에선 잘 못먹는 두리안과 망고 그리고 리치를 사다가 틈틈히 몇일째 두고 먹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것보다 야시장에서 달콤한 과일 가득 사다가 까먹고 배두들기면서 에어콘밑에서 침대와 한몸이 되는 신선놀음을 실컷 했다. 아빠는 그 신선 놀음은 한국에서 해도 된다하셨는데 태국이 주는 그 재미가 확실히 있다.

홍콩에서 사본 씨리얼바와 호텔에서 주는 무료 스낵은 익숙한 어디서 먹어본 맛이라 좀 먹다 말았다. 올때는 썽태우를 타고 매연 가득 마시며 진짜 후아힌의 밤을 감상했다. 조금 위험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후아힌만이 주는 낭만이리라.

어제는 비행기가 연착되고 후아힌으로 가는 길이 막힐까봐 일부러 싼 호텔을 잡았는데 오늘은 체크인 타임보다 조금 이르게 짐을 싸고 호텔에서 데려다주는 몰에서 열걸음 걸어 인터콘티넨탈 후아힌 호텔에서 얼리 체크인도 도와주셨다. 신관이라 뷰 걱정을 했는데 정말 인생 최고의 호텔이자 엄청난 가성비를 가진 호텔이었다. 호텔은 진짜 이래야했고 이런 뷰와 이런 서비스와 인테리어, 위치까지 뭐 한가지 모자란 것이 없어 엄마도 내년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가족여행을 오자고 하셨다.

웰컴드링크에 이어 웰컴 프룻까지 우선 호텔 구경에도 한참이 걸렸다. 인스타그램에 인생샷찍기에 참 좋은 호텔이라는 수식어에 알맞게 어느 각도로 들이대도 인테리어와 조명 그리고 조경까지 쏙 마음에 드는 호텔이었다. 

얼리체크인이 안될까봐 호텔에서 주는 무료 워터파크 티켓을 들고 바로 워터파크로 직행하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어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호텔 리무진 시간에 맞춰 워터파크로 향했다.

엄마랑 줄하나 기다리지 않고 엄청 무서운 것도 물과 함께라면 다 재밌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했지만 그래서 사람 거의 없이 기다리지 않고 열심히 엄마랑 튜브를 메고 계단을 타고 미끄럼틀을 신나게 내려오기 바빴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샤워후, 물론 호텔로 돌아오는 리무진을 타기 까지 회사에서 틈틈히 그리고 엄청나게 들어오는 연락을 하다보니 내가 지금 수영복을 입고 물 뚝뚝 흘리며 휴가를 보내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순간의 현타가 스치듯 나를 깨웠지만 내가 책임감있게 일할수 있고, 또한 내가 보다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직장이고, 현재 주워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음을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태국에 오면 항상 싸디싼 미국과 캐나다 대비 1/10가격인 데일리퀸을 먹는다. 정말 단돈 10바트 300원쯤 하는데 완전 꾸덕하고 크리미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내겐 제격이다. 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태국이지만 그래서 더위에 찌든 산타할아버지는 힘에 겨워보였다. 뭘 갖다 놓아도 다 맛있을 것 같은 고메마트의 비주얼덕에 연어스시를 사보았지만 밥알이 따로 놀아 억지로 맛없는 한끼를 완성했다. 그리도 맛있는 거리들이 많은데 이런 음식으로 한끼를 떼우다니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인테리어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 집에 그대러 이 디자인, 이 색감, 이 조도, 이 타일을 갖다놓고 싶었다. 취향저격에 뭘 해도 다 깔끔하고 턴다운서비스가 부담스러울만큼 두번이나 이뤄졌고 호텔 곳곳을 걸을때마다 내가 공주가 된 마냥 행복했다. 아이보리 컬러가 이리도 따뜻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가지면서 고급스럽게 보이는 매력을 가진 컬러인지 이번에 알게되었다.

조식당이 수영장 풀바로 앞에 있어서 엄마랑 이 음식, 저 음식 퍼먹느라 바빴다. 최고의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중박 이상의 정성을 담은 플레이팅에 마음이 녹았다. 그리고 북적이지 않아 음식과 여유로운 조식시간을 충분히 즐길수 있었다.

홍콩에서도 반한 초코우유가 태국은 얼마나 맛있으려나 먹었는데 역시나 진하지느않아도 우유 본연의 맛 초코 본연의 맛이 싸구려 초코 맛이 아니라 좋다. 머리 띵하게 달콤한 것 말고 진짜 좀 묽으면서도 본연에 충실한 음식, 유제품은 언제나 사랑이다. 태국에 갈때마다 찾는 crab and claw는 이번에도 제일 큰 랍스터가 없었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신선하지도 않고 돈만 쓰고 온 기분이었다. 맛있는 랍스터라면 돈을 더 써도 만족스럽지만 랍스터 샌드위치에 만족해야하는 집으로 내게 전락했다.

하염없이 몰을 돌아다니다 밀려드는 회사일에 지쳐 다시 호텔로 부리나케 돌아왔다. 그리고 컴퓨터로 해야하는 작업이 있어 라운지에서 핸드폰 계산기를 꺼내고 A4용지와 볼펜을 빌려 내게 쏟아져있는 일들을 마무리했다. 정말 휴가인지, 출장인지 모르는 경계에서 이렇게라도 사무실을 벗어났는데 결국 나는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동남아시아라는 환경에서 한국의 일을 쳐내고 있는 사실을 깨닫고 조소를 감출수 없었다. 호텔로 데려다주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내리는 역의 출구가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직감대로 눈치껏 기억을 가다듬어 겨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한국의 퇴근 시간은 다가오는데 그날따라 유독 버스가 늦게 오는 것처럼 시간에 쫓겼다. 사실 이렇게 쉬고나면 쉰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불만만 더 늘어오는 휴가였다. 한편으론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구나란 생각도 함께 들긴 했지만, 이 휴가를 기점으로 나는 와이파이가 닿지 않는 곳으로 휴가를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바와스파에 나도 찾았다. 정말 오일의 종류도 많고 스무스하게 마사지해주어서 좋았지만 나는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오일의 질도 thann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테크닉은 바와스파가 조금 더 높았고, 고급 마사지는 테크닉보다 어떤 오일을 쓰느냐에 따라 나 개인의 만족도가 달라진다고 여기는데 지난번엔 thann을 경험해보았으니 이번엔 다른 큰 브랜드의 마사지샵을 가봐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약은 촘촘히 있었고 한국인분들이 많이 오셨다. 여기서 파는 작은 페이셜 오일이 마음에 들어서 사오고 싶었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다. 이번에 남미여행때 아르헨티나 해초오일을 가득 사와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하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물욕에 휘둘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그때는 항상 일반 삶에서 오는 결핍을 대신하기 위한 욕구충족임을 발견했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마음이 평화롭고 바쁘지 않을때, 그리고 내 자신을 돌볼 여유가 있을땐 가지고 싶은 것도, 괜히 목메는 것도 덜하고 모든 것에 덜 연연해질 수 있다는 변명거리도 떠올랐다. 

인터콘티넨탈 후아힌 호텔안에 비치되어있던 태국의 치약이었는데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하셨다. 이번에 태국에 가면 이 치약을 잊지 않고 꼭 사와야겠다. 바로 직전 물욕을 좀 비워야겠다고 이야기했거늘 사람이 이리도 간사하다. 콘래드 방콕은 역시 태국 여행 후기에서 말하는 그대로 비지니스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호텔이었다. 한국의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송년회가 로비에서 열리기도 했고 각종 컨퍼런스덕에 이렇게 정장 차려입고 이런 곳에서 포멀한 일을 하는 모습을 체감하고 상대적으로 얼마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내가 평소에 조금 등한시하고 있었던 직장인으로써의 자세에 대해 돌이켜보았다. 나를 다독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결국엔 정말 쉼이 필요하다면 힐튼 방콕이나 더블트리 방콕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이로써 방콕의 힐튼계열 호텔 세군데를 모두 다 가보았다. 나의 선택은 힐튼 방콕이다. 태국의 오리엔탈 프린세스도 우리의 클라이언트라 지하철역 광고를 보고 반가워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이메일로, 그리고 화상통화로 커뮤니케이션하던 클라이언트와 브랜드들을 직접 현지에서 마주칠때마다 머릿속에서만 떠올리며 일했던 브랜드의 위치나 타겟팅 그리고 현지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인지도까지를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동시에 이젠 동남아시아 어딜가도 일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었다. 마치 방송국다닐때 내가 텔레비전 자체를 틀지 않았고, 홈쇼핑 다닐땐 홈쇼핑 자체를 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 컨텐츠 자체를 연구하고 경쟁하고 분석하기 바빠서 제대로 된 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역시도 이 회사에 다니기 전처럼 미친듯이 유투브를 보진 않는다. 그리고 더 새로운 자극과 참신한 것을 위해 여러가지 소식을 듣는데 집중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암파라곤몰은 최고의 위치에 푸드코트의 밥이 맛있어 좋다. 볶음밥과 팟타이 그리고 수박주스를 시켜서 먹으면 세상 꿀맛이 따로없다. 물론 몰에서 마사지 시원하고 노곤노곤하게 받은 후 약간의 허기짐이 그 맛을 더한다. 몰에서 먹으면 뭐든 조금 더 비싼데 보다 깔끔한 환경에서 먹고 싶은 것에 대한 구애없이 골라서 먹을 수 있어 동남아에서는 몰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엠포리움은 일반 브랜드 쇼핑, 시암 파라곤은 먹을 때, 그리고 시암센터는 태국의 현지 브랜드들 옷과 방향제, 그리고 소품들을 사기 딱이다. 그 말은 즉슨, 방콕에서의 시간은 몰만 가도 모자란다. 물론 든든한 카드와 두둑한 지갑이 준비물이겠지만 그 사이에서도 깨알같이 세일상품들을 잘 찾아내서 입어보고 가격 비교도 해보고 rush하지 않는 시간의 연속이라 방콕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한다. 왜 남들이 그렇게 미친듯이 방콕, 방콕할때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이제서야 방콕의 매력에 빠져서 일년에 두번씩 방콕을 찾아 아시아에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로 내 머리에 인식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방콕 갈때마다 가야지, 가야지했던 greyhound cafe를 드디어 찾았다. 듣던대로 방콕의 디저트는 맛있었고 달았고 greyhound cafe는 더 차려입고 사진 찍기 딱 좋은 예쁜 인테리어들이 가득했다. 커다란 통유리창에 비치는 태국의 뜨거운 태양을 가득 배경으로 한채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콘 밑에서 당충전이 좋았다.

엄마의 성에 안찼는지, 몰안에 현지 로컬 브랜드들의 제품 퀄리티가 좀 떨어진다며 다시 호텔로 돌아왔고 샴푸를 주섬주섬 사다가 다시 애프터눈티 시간에 맞춰 낮잠을 자고 라운지로 향했다. 나는 딱히 밥다운 밥을 늦은 저녁이 될때까지 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호텔과 연결되어있는 작은 몰의 푸드코트에서 팟타이를 시켰는데 분명 여행카페에서 너무 맛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노량진의 팟타이가 몇십배는 더 나은 최악의 맛이었다. 들어간 것도 없고 입맛만 버렸다. 먹다말고 라운지로 다시 가서 핑거푸드 몇개를 먹고 딸랏롯빠이 시장에 갔다.

딸랏롯빠이 시장과 가까운 역에는 정말 잘 꾸며놓은 카페가 있었는데 이런 센스는 우리나라보다 더 정갈하고 트렌디하게 잘 꾸며다 놓은 것 같았다. 역이지만 역 안에 어떻게 이렇게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으로 분리된 분위기를 줄 수 있는지 굉장히 인상깊었던 카페였다. 이곳에서 기회가 된다면 (즉, 이 카페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판다면. 하하) 이곳의 커피맛도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공간이었다.

딸랏롯빠이 야시장은 명성대로 그 규모가 굉장했고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게 조리되고 있었으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그런지 진짜 태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어영부영 호텔에서만 지내다간 한번도 제대로 못먹을 것 같아 엄마를 졸라 배가 불렀지만 수박주스 땡모반을 시켰다. 평소엔 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아주는 땡모반이었는데 진짜 미니수박을 파내어 예쁘게 데코레이션한 땡모반을 자칭 땡모반 마니아로써 안먹어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맛은 진짜 수박보단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있어서 수박바보다 못한 맛이었다. 한번 경험해보았으니 될 일이다. 언젠간 경험하지 않고도 시행착오없이 옳바르고 똑바른 선택을 하게 되는 날이 올까? 그려본다.

방콕에서는 이것저것 왠만한 것들은 다 가보았고 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몰에서의 시간이 줄어보려 엄마랑 호텔을 한번 옮겨 지내기로 했다. 사실 예약해둔 방콕 콘래드에서 라운지에 못들어가는 줄 알고 콘래드에서 머물땐 최대한 바깥에서 음식을 먹고 여행의 마지막날 언제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의 호텔을 알아보다가 호텔르부아에 갔는데 막상 방콕 콘래드에서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하여 르부아에서의 혜택이 반감되었다.

하지만 방콕을 여러번 가보았다고 하더라도 호텔 르부아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자 추억을 쌓게 만들어주는 호텔임은 분명하다. 높은 곳에서 바라다보는 경치와 하얀 발코니들, 그리고 태국 로컬의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은 특별하다. 방도 꽤 넓고 어디서나 경치는 훌륭했고 특히 밤이되면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high된 기분을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다. 보다 관광지스러운 호텔이라 방콕 콘래드보다 마음 편하게 스테이할 수 있는 호텔이었다.내가 갔다온 곳인데 세계적인 인스타그래머들은 어떻게 내가 보는 공간을 이리도 멋들어지게 잘 표현하는지 나도 묵었던 발코니방이었는데 그 옆방에 가서 모든 발코니가 다 보이게 사진을 찍는 모습에 감탄하고 아직 카메라 앵글에 대해 배울것이 많구나 느낀다.

목요일밤도 나름 문 연 곳이 많다하여 방콕에 왔으니 짜뚜짝시장을 안갈수가 없어 해가지고 느지막하게 짜뚜짝시장에 갔다 여느때와 같이 모칫역에서 내려 길을 걷는데 시장이 휑하고 짜뚜짝시장 옆에 공원에 진짜 태국의 로컬 사람들이 운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녁에 해가 떨어지고도 여전히 습하고 더웠지만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역시도 자극을 받는다. 이 공원을 우연히 걷게 되었는데 토론토 핀치역과 닮아 있어 토론토에서의 풍경들이 눈에 훤했다.

짜뚜짝시장에서 제대로 산 것 하나 없이, 제대로 문을 연 곳이 없어서 강제로 돌아오는 길에 역 주위에 트립 어드바이저를 찾아 마사지를 2시간 진하게 받고 세븐 일레븐에 들러 롯데에서 파는 아이스 요구르트를 사서 먹었다. 맛은 한국과 다를 바없었다. 맛사지를 너무 쎄게 받아 노곤노곤한 상태로 막 깎아둔 망고를 사다가 방콕에서의 마지막날을 마무리했다. 역시 방콕은 1일 1마사지다. 한국도 1일 1마사지할 수 있는 가격대와 가게들이 많으면 그것처럼 천국이 없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머지않아 또 방콕에 올것이라는 다짐으로 바꾼채 다시 마카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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