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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May 23. 2018

오춘기를 겪고 있는 어느 직장인의 고백

<레이디버드> 나를 찾는 여정의 결론을 생각하다.

#직장인의 법칙 1 : 한결같은 사람이고 싶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도 유독 쉽게 볼수가 없었다. 생각할 거리가 많거나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보는 행위 자체가 벅차고 힘들었을까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에 달려있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레이디버드마냥 나역시도 오춘기를 겪는 것처럼 반복된 일상에 적응되고 왠만한 일들에 익숙해져 있기가 무섭게 온 세상은 회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쳐있었고, 휴가를 다녀오고 쉰다고 해도 절대 그 쉼으로써 회복이 되지 않을 듯한 끝없는 비관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작은 일에도 붕괴하고, 화를 내고,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레이디버드가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에게 화를 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음졸이게 하고, 불안한 존재 그대로임을 온 세상에 외치고 있을때 나는 동병상련을 느꼈다. 저리도 위태로운 존재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받아들이고 객관적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의 입장에서 그녀의 행동에 대한 긍정을 하기 어려웠다.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어른은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보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업무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를 요구한다. 회사가 나를 지치게 했지만 그 감정을 추스리는 것은 본인이어야하고, 이는 월급에 포함된 고용주가 원하는 기대치이기도 하다. 내가 겨우 잘 만들어놓은 나만의 패턴과 구조를 외부에서 어지럽히고 있을때 오히려 회사는 잘하고 있는 나를 두둔해주진 못할망정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라고 하는게 답답하게 할때가 있었다. 결국 이미 모든 상황들은 바뀌어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나만 불편하기에 상황판단을 빨리 해서 처신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열정이 많은 사람은 반대로 그 열정이 조금 식을때 누구보다 큰 차이를 나타낸다. 회사에서 나의 열정을 적당히 잘 분배하고 조절하는 것도 현명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요소중 하나다.


#직장인의 법칙 2: 목표를 향해 달려가되 주위의 환경과 똑똑하게 타협하는 사람이고 싶다.

 레이디버드는 세크리멘토라는 시골마을에서 나고자라 늘 도시를 동경하는 아이다. 도시에서의 성공과 화려함에 목숨을 걸고, 현실이 싫다못해 부정하는 욕심많은 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직접 행동으로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실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결국 그녀는 원하는 뉴욕에서의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결과가 중요한만큼 과정또한 중요하다. 주변의 사람들이 최대한 다치지않을 수 있도록 사려깊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했으며, 보다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은 없었다. 


 물론 그녀는 미성년자고 사춘기라는 이름 아래 용서되는 사안들이 많지만 직장인은 그렇지 않다. 결과와 성과주의로 연결되는 회사 생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는지도 그 사람의 역량에 달려있어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와 평판이 된다. 내부와 외부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과정이 즐거운 사람과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직장인의 덕목이다.


#직장인의 법칙 3: 나를 부정하지 않고 상대를 포용하고 싶다. 

 레이디버드의 진짜 이름은 크리스틴이다. 하지만 무당벌레라는 뜻을 가진 lady bird라는 이름을  자신에게 붙여주고선 진짜 나의 이름대신 lady bird라 불리길 원하고 주위에 이를 강요한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화려한 날개에 숨긴채 긴 시간 멀리 날지 못하는 무당벌레는 내 안의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와 닮아있다. 그녀가 가지지 못한 화려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 야망까진 좋았지만 자신이 잘보이고 싶은 친구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라 거짓말을 하게되고 곧바로 그 위태로운 거짓말은 보기 좋게 들통난다. 꿈과 포부가 큰 사람이라는 그녀가 가진 야욕자체를 책망하고 싶지 않다. 허나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자신의 야망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신이 주워진 환경 또한 나를 이야기하는 한가지 요소임을 인정하고 이를 벗어나고 싶으면 정당한 방법과 독한 끈기로 이를 극복해 나가야한다. 

 그녀의 첫사랑은 차분하고 근사한 남자아이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는 게이였다. 여자로써의 수치스러움, 황당함,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녀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직 세상에 자신이 게이임을 알리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그 남자 아이를 보듬어주고 안아준다. 자신은 그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이를 겪는 상대는 얼마나 아픈지 헤아릴 수 있는 여유와 신뢰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알고보면 그렇지 않은 아이가 사춘기라는 인생의 큰 변화의 기로에 서서 일종의 탈선과 반항심으로 가득 차있는 레이디버디를 한가지 시선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영화의 결말에서도 레이디버디는 여전히 그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채 대학에 가서도 막(!)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인생의 결말은 그녀가 꼭 바래왔던 것들을 이뤄냈던 학창시절처럼 인생에서 바래왔던 것들을 성취해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직장인은 누군가를 평가하는 위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평가받는 위치에 놓여있다. 누군가의 평가는 편견에 둘러쌓인 채 행해질 때도 있고, 그 결과는 100% 정확하다고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허다하다. 상대가 보는 나의 가치와 내 스스로 메긴 나의 가치에 갭이 생길 때 그 갭을 줄이기 위해 회사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어떻게 처신했는지 한가지씩 적어나갈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번 특히 주말의 끝에선 늘 다이어리를 펼쳐들고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지 불렛노트 형식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연봉협상이나 회사의 중요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그 정리해둔 것들을 간단한 에피소드를 체크하여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어떠한 자리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처리했다는 확실한 상황 설명이 있을때 단순히 내 이야기를 주장하는 것보다 더 큰 말의 힘이 생긴다.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긴 어렵지만, 직급이 올라갈 수록 책임지고 신경써야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이때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면 끌고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논리로써는 상대의 언행이 이해가 힘든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자신의 기준을 잣대로 그 사람에게 적용하다보면 서로를 존중받지 못하고 신뢰를 잃어 불편한 관계를 자초한다. 나보다 밑에 사람이라는 시선을 접어두고 동등한 관계에서 이 사람은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이고 인정하다보면 포용이라는 어렵고 벅찬 단어가 자신을 형용하는 평가로 다가올 것이다. 


#직장인의 법칙 4 : 아주 친한 동료와 그렇지 못한 동료와의 경계를 티나지 않게 만들고 싶다. 

 레이디버디는 자신과 같은 취미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절친이 있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욕심과 야망이 가득 찬 그녀의 눈에 늘 친해지고 싶은 쿨한 여자아이와의 기회가 있을때 보란듯이 늘 자신의 일상을 함께 했던 절친과 마음의 문을 닫는다. 한가지를 선택하면 한가지를 잃어야하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지만 친구관계 그리고 직장생활에서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 1은 옳고 2는 틀리다의 극단적 선택을 도모하는 사람은 없다.


 회사 생활을 잘 한다는 것에 있어서 모든 동료들과 잘 지내는 덕목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물론 사람이 자신과 잘 맞는 동료와는 자연스럽게 말이 잘 통하니 격의없이 잘 지낼 수 있고,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길 수 있다. 친한 사람과 친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그래서 자신의 진심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애정을 주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서 자신은 언제나 꽤 잘 지내는 사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즉, 모든 이에게 나이스하게 대할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레이디 버드는 진화한다. 누군가는 겪어봄직한 사춘기의 회고록이자, 한 소녀가 세상에 대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라 말한다. 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없이 아파하고, 세상과 충돌하는 고군분투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는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다. 그 가운데서 '나'라는 자아에 대해 보다 더 다채로운 색깔로 덧입혀 나간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사춘기가 끝난 20대 후반의 성인에게도 변태의 시기는 다가온다. 이는 사춘기라는 단어로 명명하기엔 복잡해보이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간 머물러있고 고여있던 나를 휘젓는 혼란이 정신을 가득 덮치지만,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여정중 하나인 셈이다. 현재는 너무 아플지언정 이 과정이 미래를 빛나게 하는 주춧돌이 되는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누군가 한번쯤은 겪어봄직한 이야기, 삶의 첫 진한 방황에 그녀를 둘러싼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겪는다.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하고 버거워하지만 결국 그녀를 향한 신뢰와 사랑으로 이겨나가는 모습을 통해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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