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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쑤 Jun 24. 2018

꿈꿀 수 있는 어른이라 감사해요.

서른이라는 나이의 무게와 맞바꾼 꿈의 가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도, 내 또래의 친구를 만나도,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작은 사람들을 만나서 시시덕거리는 이야기의 가운데에는 꼭 나이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땐 내년이면 서른이라는 이야기가 그리 와 닿는 고민이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서 내가 내년이면 곧 서른이라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보이지 않게 사회가 정한 서른의 멋진 어른의 모습에 얼마나 내가 가까워져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나이보다 두세발 늦게 깨닫고 움직이고 행동했다. 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 언니, 오빠, 동생의 폭이 넓고 선배, 후배가 아니라 만나면 한결같이 다 친구로 통하는 인연들이 많다. 내가 나이에 연연하지 않기에 나도 누군가를 대할 때 나이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4~5년을 친하게 지내다가 이제야 나이가 정확히 몇 살 많은지 알게 되고 또 그렇게 우리가 나이 차이가 났는지 묻다가 또 깔깔거리다 보면 까먹는다. 


 나는 뭐든지 느린 아이 었다. 특히 남들의 유행을 좇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깨닫고 내 눈에 멋있어 보이기까지 남들에 비해 3~4년 늦게 발동이 걸리는 것을 아주 어릴 적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중학생 때 없어서 못 사는 지금의 supreme처럼 대세였던 디키즈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내 눈엔 왜 그걸 갖고 싶어서 안달이고 짝퉁이라도 봄소풍, 가을 소풍 때면 그걸 입고 싶어 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ugly 한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 유행이 한참 사그라들고 고등학생 때쯤 나도 슬그머니 디키즈를 사고 싶단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무엇이든 남들보다 조금 늦는구나, 남들이 다 멋있다고 할지라도 내 눈에 멋있어지는 순간이 와야 내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3~4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깨닫는 아이구나.'란 사실을 알게 되고선 그 깨달음의 기억이 꽤 강렬해 아직까지 그 순간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supreme이 cool한 브랜드인지 아직 모르겠다. 이 법칙(!)대로라면 나는 또 3~4년 있다가 supreme을 한번 사볼까 매장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이다.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스무 살이 되고 다들 짝짝이 이성친구를 만나는데 나 역시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생겼지만 누군가를 사귀고 싶다는 감정은 크게 들지 않아서 이성에 대해 굉장히 늦게 눈떴다. 그냥 다 친한 친구고 호감이 가고 호감이 가지 않는 친구들로 나뉘었을 뿐이었다. 


 나이가 주는 고민과 압박의 매듭을 풀기 위해 또다시 나는 치열하게 고민했다. 동시에 나는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이라 자부해왔는데 아닐땐 한없이 부정적인 나의 다른 내면을 발견하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했다. 아주 편한 일상 속에 불현듯 찾아오는 고민의 가운데서 나는 아주 나다운 답을 찾았다. 


꿈을 꿀 수 있는 나이가 서른인 것만으로도
굉장한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사실을 만끽하기로 했다. 
라멘을 먹으러 일본에 가는 열정은 없지만 대체 불가능한 나의 일상을 보다 빛나게 해주는 아이템들을 꾸준히 사용하기 위해 열심히 여행다니고 열심히 돈을 아껴 열심히 구매대행한다.

나는 지금 2년 차 직장인으로 서른을 맞이할 계획이지만, 단순히 2년 차 직장인만으로 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하는 날을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Gucci라는 브랜드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미국에선 that's so Gucci.라는 구찌라는 브랜드가 그 느낌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that's so Sue!라는 브랜딩을 탄탄히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와 꿈을 가진 서른을 앞둔 어른이다. 

 차라리 내 목표가 구글이나 멋진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면 현재가 훨씬 덜 힘들었을지 모른다. 방법이 어느 정도는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있는 방법이나 길이 없었다. 그냥 내 길을 내가 만들어나가고 닦아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무너졌고, 더 쉽게 분노했고, 더 쉽게 방황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내린 결론은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위해 나아가는 현재가 있어서 아주 감사한 사람이란 사실이다. 무언가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 꿈을 좇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안함과 초조함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늦은 나였으니 세상이 정해둔 나이에 연연하지 말며,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진득하게 나아가는 데에 대한 가치를 쳐주기로 했다. 현재의 힘듬도 나에게는 가능성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축복인 셈이다. 

 

 나는 다가오는 나의 서른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선택하고 craving 하고 있는 취향이 또 하나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자기매김 하는 날을 그린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가 업계에 influence를 줄  수 있고,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나로 성장하기 위해 나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내가 대학생 시절 10년 뒤 내 미래를 적어둔 다이어리에서의 꿈 리스트를 하나둘씩 이뤄나가고 있는 중인 나 자신에 찬사를 보낸다. 이루라고 있는 꿈이지만 행여나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꿈을 꿀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선택받은 고귀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나를 that's so Sue 답게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가오는 나의 서른을 가치 있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는 서른이 되기 위해서 나는 잘 달려가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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