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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닛코 Apr 16. 2020

슈퍼히어로물은 어떻게 변화하는가(4)

새로움 속의 익숙함

장기간 이어지는 코믹스 시리즈는 독자들이 싫증 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이게 뭐 100부작 넘는 대하드라마 정도를 넘어서서 수십 년째 이어지는 것도 있다 보니, 항상 신선함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자꾸 새로워지는 것보단 연속성을 유지해 익숙함을 바탕으로 하면서,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너무 새로워져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보단 오랜 세월 쌓여온 수많은 캐릭터들만 활용해도 오랜 독자들은 충분히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종종 사용되는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는 인기 캐릭터를 죽이는 것으로, 화제를 모으고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1992년에 DC 코믹스는 인기가 떨어진 슈퍼맨을 죽임으로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던 히어로를 주류 언론까지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판매율이 치솟아 수익성까지 얻었으니 출판사 입장에선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


이 방법은 독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었지만 매번 성공하지는 않는다.

마블 코믹스에서만 해도 캡틴 아메리카, 토르, 퍼니셔, 스파이더맨, 울버린, 헐크,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 등등 웬만한 인기 히어로들은 최소 한 번씩 죽었다.

독자들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럴듯한 서사와 함께 희생된 경우엔 찬사와 눈물을 보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혹평과 함께 신통치 않은 판매량으로 답했다.

지나친 남발은 식상함을 일으키는 법, 슈퍼히어로에게도 웰 다잉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선악의 역할을 바꾸거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 기존의 설정을 뒤엎는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

피터 파커의 부모가 사실은 스파이 요원이었다거나, 피터를 물어 그를 스파이더맨이 되게 한 거미가 또 다른 여자아이를 물어서 실크라는 히어로로 만들었다는 설정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가 사실은 처음부터 악인이었다는 <시크릿 엠파이어>의 설정은 독자는 물론 독자가 아닌 이들에게까지도 상당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1996년에는 마블과 DC가 팬들이 상상으로만 할 수 있었던 이벤트를 과감히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바로 두 회사의 슈퍼히어로들이 하나의 작품에 함께 등장하는 것으로, 책을 팔기 위한 두 회사의 고육지책이었다.     


본고장인 북미 지역에서는 매주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신간들을 직접 보고, 팬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만화책 전문서점인 코믹북 스토어를 찾는 독자들이 많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로, 만화 전문서점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로선 부럽고 신기한 현상이다. 북미의 코믹스 중 약 90%가 이런 전문서점이나 일반 서점을 통해 팔리고 있다고 하니, 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발달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숫자다.


하지만 각 출판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의 특성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형식을 빌려 생동감을 살리거나, 우리의 웹툰처럼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형식으로 제작하는 등 여러 형태로 시도하는 한편, 지난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작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종이책에 비해 휴대가 편리하다는 장점 덕분에 전자책으로 구매하는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이곳도 서서히 디지털화가 정착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 내에 전자책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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