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ke Kim Jul 01. 2015

연금술 그리고 헤르메스의 기둥

도서

연금술에 대해 흠뻑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단 한권의 책으로 부터 비롯되었다. 송대방의 '헤르메스의 기둥'이라는 2권짜리 장편소설이었다. 


사실 이시기는 나에게는 저주와 축복을 오가는 시기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문자중독이 병역의 의무를 마친 시기에 폭발하여 엄청난 분량의 책과 신문, 논문, 만화등을 접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탐식, 폭식과 연관시키면 편할 것같다. 이시기 초반에는 책을 사서 읽다가 더이상 금전부족으로 해결되지 않자 동네 도서대여점을 이용했고,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한지역의 도서대여점에 있는 책들을 격파해 나갔다. 채 일년이 되지않아 더이상 도서대여점에 있는 책중 읽을 책이 없어졌다. 오죽했으면 도서대여점 주인이 따로 있는데도 내가 그 책방주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니 말이다. 신간이 들어오면 책방 주인은 나에게 먼저주고 별점을 매기게 했다. 사람들이 볼만한 책인지, 인기가 있을 것 같은 책을 추천하면 책을 몇 권 더 들여놓는 기준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ㅎㅎ


1년이 지난 후 나는 동네책방이 아닌 교보문고같은 대형서점으로 옮겨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 곳은 하루종일 숨어서 책을 보기 좋은 곳이었고 내가 원하는 책은 얼마던지 널려 있었다. 그게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문자중독은 더 심해져서 한달에 만화책은 100권 넘게 읽었고, 소설책은 10권정도, 인문서는 5권이상을 읽었다. 신문은 도서관에서  몰아 봤었는데 보통 6종류를 읽었고, 스포츠신문은 학교에 오가면서 매일 2가지를 봤다. 잡지는 매달 20권 가까이 읽고 있었다. 거기에 (미술)전공에 필요한 책까지 더하면 거의 미치광이 수준으로 책을 읽어나간 것이다. 손에서 책이 놓여진 적이 없던 시기였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길 말하면 때론 자랑처럼 받아들이고 마치 축복받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고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른 상태였다. 책을 읽고 통찰을 얻었거나 지식을 얻었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정보를 머리속에 쑤셔넣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모든 정보들은 때로 서로 섞여서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머리속에 도서관을 만든게 아니라 거의 쓰레기 하치장 수준이었다. 사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당시 무얼 봤는지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난다. 


그렇다보니 무언가 하나의 줄기가 필요했었는데 그게 바로 연금술이었다. 연금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을 만드는 학문정도가 아니다. 연금술의 역사만 공부하더라도 그안에는 수많은 도상학이 포함되어야 하며, 기호학을 알아야하고, 그 것과 연결된 신화는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한다. 또한 다양한 예술속에 연금술이 녹아있기 때문에 연금술이라는 줄기에 이파리를 붙이듯 정보를 입수하면 굉장히 풍성한 나무가 완성된다. (타로에 관심갖게 된 것도 연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금술 입문서가 있겠지만 그 중 헤르메스의 기둥은 여러 입문서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입문서다.



이 책은 다양한 요소를 품고있는 종합선물상자 같은 소설이다. 연금술, 중세미술사, 그리스 신화, 종교, 미스테리, 허구와 진실, 이집트 역사, 프랑스 역사, 도상해석, 기호학, 신비주의, 성서 등을 꼼꼼하게 연결하여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작가의 욕심이 과하다 보니 약간은 늘어지는 부분이 있긴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매력적이다. 


혹시 최근 재미있는 소설이 없어 심심하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이책은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와 같은 소설이다.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촉매인 현자의 돌이 이책의 핵심인 만큼 작가인 송대방씨는 그걸 원했는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추천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책은 정말 강추한다. 어떤 면에선 비슷한 장르의 팩션소설인 다빈치코드보다 나은점도 많다. ^^


PS1. 같이 첨부한 그림은 파르미지아니노의 <긴 목의 성녀> 이그림은 앞에 있는 마니에리즘 화풍의 비정상적인 비율의 마리아와 시체처럼 보이는 예수가 핵심이 아니다. 그 뒤에 얼핏 보이는 백색기둥과 나열된 열주가 핵심이다. 이 그림에서 발견된 모순으로부터 헤르메스 기둥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PS2. 아래는 소설에 등장한 각종 그림, 조각들의 목록이다..굉장히 많은 듯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긴목의 성모 : 파르미자니노, 1535

자화상 : 파르미자니노, 1520

장미의 성모 : 파르미자니노, 1525, 드레스덴, 드레스덴 미술관

위대한 형이상학자 : 데 키리코, 1916

성 제롬과 성 모자 : 파르미자니노, 1527

출발의 불안 : 데 키리코, 1913

프랑수아 1세에게 바치는 소금 그릇 : 첼리니, 1544

거리의 신비와 우수 : 데 키리코, 1914

낮 : 성 제롬과 함께 있는 마돈나 : 코레조, 1527

헤르마프로디투스 : 독일 연금술 문집

내 마음의 문을 잠갔네 : 페르낭, 1891

헤르메스적 우수 : 데 키리코, 1919

봄 : 보티첼리, 1482

필레몬과 바우키스 부부를 방문한 제우스와 헤르메스

스메랄다 브란디니의 초상 : 보티첼리, 1475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 보티첼리, 1485

베누아의 성모 : 레오나르도, 1478

전원의 합주 : 티치아노, 1510

그리스도의 책형 : 프란체스카, 1455

직녀들 : 벨라스케스, 1657

신부의 옷차림 : 에른스트, 1939

자화상 : 파르미자니노, 1520

의혹의 승리 : 빅토르 브라우너, 1946

장미와 여인 : 폴 델보, 1936

제우스에의 봉헌 : 데 키리코, 1917

에트 인 아르카디아 에고 : 니콜라 푸생

구세주의 피 : 벨리니, 1460년대 

아폴론과 다이아나 : 호스트

지식의 승리 : 슈프랭어

헤르메스와 일곱 학예신 : 호스트

스키피오의 꿈, 또는 기사의 환영 : 라파엘, 1504

머큐리와 프시케 : 아드리안 드 브리스 1593

큐피드와 프시케의 결혼잔치 : 라파엘, 1516

프시케와 아모르: 프랑수아 제라르, 1798

프시케와 아모르 : 에두바르트 뭉크

산 지오베 제단화 : 벨리니, 1480

아르카디아의 목자들 : 니콜라 푸생, 1638

메르쿠리우스의 변형 : J.리플리, 1652

큐피드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메르쿠리우스 : 코레조

새벽과 황혼 : 미켈란젤로, 1524-1531

최후의 심판 : 미켈란젤로, 1544

성모자와 성인들 : 로소, 1518

시선의 내부에서. 달걀 : 막스 에른스트, 1929

지식의 승리 :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랭어

헤르메스로 분장한 버킹엄 공작 : 호스트

산 세콘도 백작 : 파르미자니노, 1529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강하 : 렘브란트, 뮌헨, 알데 피나코텍

검투사의 학교 : 데 키리코, 1928, 밀라노, 근대미술관

셀레베스의 코끼리 : 막스 에른스트, 1921, 런던, 개인 소장

프랑수아 1세의 자웅동체적 초상화 : 작자 미상, 16세기, 파리, 국립도서관


#지금은_문자중독_벗어났음

매거진의 이전글 노아(Noa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