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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06. 2015

언덕길의 아폴론

만화/애니

카우보이 비밥의 감독으로 대표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처음부터 천재성을 발휘한 감독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말하며 빠질 수 없고, 굉장히 탄탄한 골수팬을 갖고 있는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와타나베 신이치로다.

와타신+칸노요코의 최근작 '잔향의 테러' 높은 퀄리티와 스토리텔링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저조했다.

와타나베 신이치로(이후 애칭인 '와타신') 감독의 특징을 말하자면 열혈 또는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에 반대되는 부주인공의 심리적 충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과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패거리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살린다는 점이다.


와타신 감독의 작품은 작화나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굉장히 깔끔하고 당대의 일본 애니가 가진 성인적인 취향의 화풍을 잘 살린다는 것인 데 이 것은 초기의 작품들 일수록 더 두드러지고 최근 방영 중인 '스페이스 댄디'에 와서 조금 더 독특해진다. 아마도 기존에 해왔던 것들에 남아있던 전형적인 느낌을 탈피하여 신진 아티스트나 감독들과 같이 작업하며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기회를 주기때문에 그런 것 같아 보인다.(하지만... 최근엔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찬 준비작이었던 잔향의 테러도 망...)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무인전투기와 사이버가수가 등장하는 마크로스 플러스

이 감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애니에 삽입되는 음악의 선곡과 방향성이다. 재즈 마니아로 알려진 와타신 감독은 초기 데뷔작인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빛을 발한다. 마크로스는 이미 아는 분들은 아시는데로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긴 하나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아이돌급 여자 주인공의 노래와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런데 마크로스 플러스가 독특한 것은 마크로스시리즈 최초로(일본 애니에서도 거의 최초로) '샤론애플'이란 사이버 가수가 히로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샤론애플의 등장은 기존의 마크로스가 가진 표현법과 곡의 느낌을 크게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된다.


또한 당시 미국의 항공우주국에서는 무인폭격기를 개발 중이었는데 그것에 창안하여 마크로스 스토리에 최초로 무인 전투기(바루키리)가 등장하게 된다. 이후 여러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종종 등장하는 무인항공기는 마크로스 플러스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재패니메이션의 전설이자 골수팬을 거느린 카우보이 비밥

그의 다음 작품인 카우보이 비밥으로 넘어가 보자. 카우보이 비밥은 이전에 리뷰에서도 적었지만 우주 활극이란 타이틀 아래 굉장히 독특하며 섬세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리고 스파이크, 제트, 페이, 아인, 애드워드, 비셔스, 줄리아라는 걸출한 등장인물들의 조화를 보여준다. 그에 반응하듯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래적으로 12시 넘어 방영되었던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이 전국적,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어딘가 비슷한 루팡 3세의 등장인물들

여기에는 최초 데뷔부터 밝혔듯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겨있다. 지브리는 스튜디오의 모양을 차리기 이전에 '루팡 3세'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뒀는데 카우보이 비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루팡 3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오마주하며 만들어낸 캐릭터 들이다.


개인적으로 카우보이 비밥 캐릭터중 가장 좋아하는 에드와 아인

게다가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칸노 요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공각기동대'의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계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엄청난 작곡가다. 재즈 마니아인 와타신 감독은 칸노 요코에게 '카우보이 비밥'의 비밥을 의미하는 재즈의 방향성과 빅밴드, 쿨 재즈 계열의 음악을 요청한다.


카우보이 비밥 OST중 가장 좋아하는 Call me Call me
칸노요코의 진보적인 성향이 녹아있는 공각기동대 TV판 Stand Alone Complex 오프닝

거기에 칸노 요코의 진보적인 일렉트로닉 경향과 동양사상에 기반한 정서,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가 접목하게 된다. 결과는? 대성공! 일본 애니메이션 OST 중 성인 구매자에게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기록되었고 아직도 종종 쇼 프로그램에서 삽입곡으로 사용된다.

이후에 와타신 감독은 사무라이 참푸르라는 애니메이션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음악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애니는 독특하게도 다이묘시대의 사무라이를 힙합의 리듬으로 버무리기 시작한다. 자~ 여기서 또 한명의 음악천재가 와타신 사단에 합류한다. 이제는 절명한 비운의 천재 '누자베스'가 사무라이 참푸르의 모든 사운드트랙을 맡게 된다. 누자베스는 유명한 DJ이자 작곡가로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재즈+힙합이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킨 사람이다.

사무라이 참푸르중 가장 사랑받았던 'Aruarian Dance'

이 독특한 컨셉은 도시적인 비트 메이킹과 서정적인 샘플링을 통해 완성되었는데 자신의 독특한 음악을 사무라이라는 이질적 요소와 작화의 컨셉에 맞게 적절하게 녹여내는데 성공한다. 솔직히 말해 사무라이 참푸르는 이야기의 구성이나 스토리텔링에 있어 카우보이 비밥에 비해 떨어지지만 누자베스의 OST를 듣는 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아멘이다. 나무아미타불이다. ㅎㅎ)


사무라이 참프루 이후 은퇴 선언을 하며 오랜 침묵 기를 가졌던 와타신 감독은 2012년 칸노 요코와 함께 다시 애니메이션계로 돌아온다. 그 것도 뜬금없이 순정만화 원작의 재즈 만화로 말이다.


이야기는 이전보다 더 가벼워졌다. 본인이 즐겨 사용하던 클리쉐들도 사라졌다. 단지 남은 건 즉흥 재즈처럼 격변하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담백한 사랑이야기다. 게다가 이 애니에서는 또 다른 시도를 하게 된다.

와타신 감독은 애니계로 입문하기 전에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던 영화학도였다. 그 재능을 십분 살려 이번엔 만화영화에서 다큐멘터리적 심리 접근법과 재즈의 연주를 로토스코핑(사진 위에 만화를 그려 현실감을 얻는) 수준의 연주동작 묘사를 감행한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원작 자체가 순정만화를 베이스로 하다보니 소년이나 남성 시청자에게 외면받았고 내용 자체가 올드재즈(일본 재즈 1세대)를 다루다 보니 매니악한 골수팬이 아니면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 구성과 재즈 입문서로써 손색없는 OST가 남게 되었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만화들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는 알려드리고 싶었다. 최근 방영작인 '스페이스 댄디'에서는 SF와 일본 양아치 코드 거기에 일본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적재적소에서 오마주하고 패러디하며 또 다른 실험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스페이스 댄디도 OST하나는 일품이다. 하지만 1-2기를 모두 봤는데... 강추할 만 하진 못하다. 생각 외로 난해한 에피소드가 많고 진짜 맘대로 만든 티가 날정도로 설정파괴도 찬란하다. 그러나 SF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에피소드가 꽤 된다.


SF 버라이어티 막장 우주극 - 스페이스 댄디

긴~~ 글 읽어주신 분께 감사함을 표시하며..
그의 전작 '언덕 위의 아폴론'중 7화. 전설의 명장면울 소개할까한다. 이양상은 유튜브 조회수 탑에 올랐던 환상의 3분 50초다.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축제 중 정전이 돼버려 즉흥적으로 재즈 연주를 하게 되는 장면이다. (연속으로 연주되는 곡은 'My favorite things / Someday my prince will come / Moanin')

좋은 재즈 들으시며 좋은 기분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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