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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06. 2015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만화/애니

원래 마법소녀 연대기 중 마지막쯤에 쓰려고 아껴놨던 애니메이션이긴 한데 오늘은 길게 쓰기 보단 인과율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어서 짧은 글을 적어볼까 한다.

마법소녀물의 조상. 요술공주 샐리

원래 마법소녀물은 초기와 후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초기의 마법소녀는 심각하기 보단 즐겁고 아기자기했다. 요술공주 샐리를 도라에몽과 비교하긴 무리지만 마법소녀물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는 샐리는 도라에몽처럼 매회 요술을 써서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거기에 심각한 철학이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면 아동물이니까. 그리고 마법소녀란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였기 때문에 굳이 심각한 이야기를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방영당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던 요술공주 밍키

후기 마법소녀를 대표하는 요술공주 밍키를 필두로 이후의 마법소녀물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마법을 써서 어른으로 변신하는 변신 소녀물과 마법을 써서 전투력을 얻는 격투소녀물, 아예 마녀가 등장하는 매지컬소녀물등으로 파생되며 마법이 아닌 초능력까지 포괄하는 정말 다양한 마법소녀물로 발전한다.


2011년 공개된 마마마(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기존의 마법소녀물과 확연히 구분되는 내용이 몇 가지 존재한다. 아니 구분이라기 보단 마법소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영업계의 전설 큐베 "나랑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 줘~"

1. 마법소녀가 되면 소원을 하나 이룰 수 있다. 그 소원이 어떤 것이던 마법소녀가 되는 것에 대한 전 우주적 보상이다.
2. 마법소녀는 소울 잼을 통해 힘을 얻는데 소울 잼이 본체이고 사람의 모습은 충격이나.. 고통을 덜기 위해 좀비 같은 더미만 남긴다.
3. 소울 잼은 마력을 사용할수록 혼탁해진다. 또한 저주하는 마음이 강하면 더 빨리 혼탁해진다.
4. 소울 잼을 정화하는 방법은 마녀를 죽이고 얻는 그리드시드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5. 마법소녀가 마녀를 죽일 때마다 엄청난 량의 엔트로피가 발생한다. 비정상적 엔트로피 증가는 에너지로 전환되고 우주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6. 소울 잼이 혼탁해지면 마법소녀였던 소녀는 마녀가 된다.
7. 마법소녀-마녀의 관계는 무한루프.

기존 마법소녀물의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의 연출

여기서 중요한 건 마녀가 원래 마법소녀였다는 충격적인 소재보다 왜 그렇게 되는가 하는 인과율이다. 인과율이란 쉽게 말해 '나쁜 짓 하면 벌 받아~', '좋은 일하면 복 받아~'식의 간단한 인과관계부터 전생의 업보와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업보까지 이어지는 불교적 윤회사상에 기반한 길흉의 척도법이다. 마마마라는 애니는 아동을 대상으로 시작한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그 인과율에 대해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논리를 잔혹하게 펼친다.


소녀는 화려한 공주풍의 코스츔입고 소원을 이루며 악을 처단한다는 정상적인 결과에 매혹되지만 그 소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소녀가 성인으로 성장하며 겪어야 할 사회보다 더 추악한 개개인의 고통과 본인의 소원보다 더 큰 타인의 염원을 등에 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들 앞에 기다린다. 또한 마법소녀가 악을  처단할수록 느끼는 건 스스로가 악이 되어간다는 처절한 결과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실 속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복(福)


우리는 종종 뜻하지 않게 이뤄낸 결과를 통해 생소한 우연을 경험한다. 또한 행운(복)을 경험하며 보이는 것 외에 다른 에너지가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느낀다. 보인다고 또는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행동하는 우리들의 소소한 선택적 삶이 나중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운명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복잡한 인과율을 파악 못하는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 말한 패러다임이라거나 엔트로피라거나 인과율을 복잡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작은 선택이 운명을 결정한다. 그리고 모든 행동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라는 법칙은 절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과연 마마마이후에 어떤 마법소녀물이 이만큼의 철학적 질문을 할지 모르겠지만 마법소녀물이 이만큼 진화했다는 건 그걸 지켜보는 오타쿠로써 놀라운 경험이다.

현재 마마마는 티브이에서 방영한 12편을 2편의 극장판으로 묶은 것이 한국에서 상영되었고 티브이판 외에 이후의 스토리를 담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가 정식 개봉했다. 에반게리온 Q만큼의 반전과 충격이 이 극장판에 담겨였다.

 



PS.1 

각본가인 우로부치 겐은 마마마를 통해 일약 스타작가로 떠오른다. 

마마마에는 우로부치가 즐겨 쓰는 스토리의 클리쉐가 많이 녹아있다.
 

PS.2 

마녀가 나타날 때 뒤바뀌는 배경과 원화들은 소녀들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 게 많다.

미술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기괴하고 아름답다. 
 

PS.3 

처음 마마마를 접하는 시청자들이 취향 타는 캐릭터들의 그림 때문에 보기를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꾹 참고 4회까지만 보면 스토리텔링의 엄청난 흡입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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