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가장 쉽고 빠르게 만족(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맛있는 먹거리를 통한 포만감이다.
또한 그 먹거리를 본인이 직접 해먹으면 그 만족도는 배가된다. 물론 싼 가격에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노포들을 찾는 것도 시간 대비 투자비용에 대한 만족도를 상승시킨다.
인간의 삶을 '의식주' 만족도로 포괄하자면 '식(먹다) < 의(입다) < 주(집을 사다)'순으로 투자 비용이 높다. 또한 그 행복에 관련된 순환 사이클 중 먹는 것은 하루 세 번씩 약 5시간 간격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가장 짧다. 한마디로 빠르게 만족한 후 빠르게 잊게 되는 것이다. 이상(장기적 안정)보다 본능(단기적 행복)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리라.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어려운 시절에 목표를 높게 잡으면 나오는 결과가 '좋은 집에 살기 위해 입고 먹는 것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바로 이 마인드가 우리 부모세대들의 삶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던 집을 사기 위해 근검 절약하였으며 그 눈물 젖은 노력이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아파트를 사면 2배 이상의 이익을 봤으며 땅을 사면 10배의 이익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어떠한가?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보며 우리는 '집구입=행복'이란 공식이 성립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 먹방이 많아진 것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만족(행복)도가 지극히 낮아졌기 때문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이어지는 불황과 현저히 떨어진 삶의 질에 대해 잠시나마 보상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내일 어찌 될지 모르고 몇 달 후, 몇 년 후의 삶은 더더욱 어찌될지 모르니 그냥 하루 한 끼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버블경제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이 집중한 건 먹거리였다. 더 싸고 맛있는 곳을 찾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따지며 진정성을 논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정보를 소개하는 방송이 늘어났으며 'B급 구르메'가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통상적으로 천대받던 요리사들의 위치가 쉐프까지 격상되었다. 그런 일본의 과정이 지금 한국이 모습 아닌가 싶다. 거의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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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힘들 때 먹었던 먹거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떡하면 주머니에 있는 단돈 2000원으로 배불리 먹을까? 하는 고민이 이어졌던 나날이 있었다. 그러면서 깊이 빠져들어 보았던 것이 해외의 요리프로였고 싼 가격에 따라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둘 따라하며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그렇다 보니 요즘 한국의 요리프로와 먹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 쉽고 빠르게 따라할 수 있는 재미가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먹방이 나날이 각광받는 요즘.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한쪽으론 씁쓸한 생각이 든다. 위에 이야기했듯 희망할 것이 줄어든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먹방 전성시대. 과연 냄비 같은 한국의 여론과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하지만 지금처럼 불황이 이어진다면 이러한 먹방은 더 호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나마 장사가 되던 식당들은 하나둘씩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게 다시 현실에 반영 될테고 말이다... 먹방 속에 숨은 아슬아슬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