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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Sep 23. 2015

디자인. 독(毒), 약(藥)

디자인과 디자이너란 이름의 가치에 대하여..

종종 디자인 견적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거나 불합리한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디자인이란 단어와 문화가 너무 일찍 '상품'가치를 높이는 표면적 수단으로 인정받아 그런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원래 번쩍이는 영감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감성의 산물이 아니라 정확한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성의 산물이다. 초기 디자인 이론을 세웠던 바우하우스를 보더라도 공방생활을 통한 혁신성을 우선이긴 하였어도 많은 부분 건축이론을 발전시킨 이론수업이 많았고 그에 따른 결과물도 작도와 수치에 따른 논리적인 작업들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디자인'이란 단어는 몇 가지 대표성을 갖는다.


첫 번째가 상품가치를 높이는 감성적 결과물.

두 번째가 트렌드에 편승한 홍보의 수단.

세 번째가 일반인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용 결과물.


아마도 예전에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프로젝트 런웨이'와 같은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자가 아니어도 파이널 라운드에 올라가고 오히려 전공자들이 죽 쑤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디자이너 별거 없네?', '내가 해도 저거보단 났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달기까지 많은 전공자들이 최소 6년 최대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만 회사에서 대리라는 명함이라도 달 수 있다. 대리라는 명함을 달더라도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만나며 경력을 쌓아야만 자기만의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다. 그들의 노고를 옆에서 본 적 있는가? 내 경우에 빗대어 봐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 4년을 거쳐 첫 취직을 하고 3년이란 세월을 보낼 때까지 선배들 또는 은사들 앞에서 내 디자인이란 것을 어디 감히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항상 도전해 왔으며 항상 더 노력해야 했고 잠을 잔 횟수와 시간을 따지고 여가시간을 따져도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은 시간을 쉬며 배우고 일해왔다. 그 오랜 시간을 거치고 다듬어진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작업비'에 비춰 볼 때 과연 합당한 것일까? 아무나 할 수 있으니 적은 돈으로 가치 매겨도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린 건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되실 분 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흔한 사회경험과 본인의 낮은 취향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물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보다 더 정확한 눈으로 작업물을 평하 하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 경험자들이 너무 쉽게 일을 맡기고 그에 해당하는 보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 많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 디자인이란 것이 이론적 프로세스를 통한 결과물이 아닌 한번 번쩍이는 감각으로 만드는 결과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최근 디자이너라 소개하는 많은 디자인 종사자들이 생각과 이성의 깊이를 더하고 작업하기보다 해외의 좋은 사례를 무단 카피하거나 트렌드에 편승한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처럼 무가치한 작업물을 빠른 시간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경험하며 터득한 노하우는 왜 필요한가? 경력이란 소용없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더욱이  터무니없는 '디자인 작업비'를 책정하고 기존에 대학생 정도의 아마추어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기다가 우리 같은 경력 디자이너에게 일을 의뢰할 때는 더 그렇다.


종종 친구들이나 지인분들을 만나며 너무 정직해도 탈이니 적당히 대강 '박리다매'로 작업하고 금전적으로 라도 편히 살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게 잘 안된다. 아마도 굶어 죽어도 못 버릴 쟁이정신이 피 말리는 배고픔과 고집을 만들어 줬을 것이다. 고민 없이 돈만 보고 움직였다면 현재의 고생은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작업물에 대한 긍지는 낮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디자인'이란 단어가 주는 문화적 가치는 생각보다 깊이가 없다. 작업물을 보는 이들의 옳은 판단과 디자인 안에 감춰진 가치와 작업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가치는 점점 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디자인 코리아를 꿈꾸고 애플 같은 디자인주의적 기업이 탄생하길 바란다면 비즈니스 쇼에 스타가 될만한 광대만 좋아할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제대로  평가받을 만한 문화적 기반이 탄탄한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을 보는 많은 이들의 미학적 취향이 좋아져야 좋은 디자인을 많들어 옳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나쁜 디자인 또는 카피가 심한 인스턴트 디자인을 판별할 눈이 생길 것이다.


디자인은 상품 홍보를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디자인은 문화를 창조하는 인고의 과정이며 결과에 가치를 더하는 경험의 산물이다.

디자인이 오랜기간 묵은 독이 되거나 당신을 더 건강하게 해줄 약이 되거나.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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