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지도 않은 카페 사장에게 쫓겨났다.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한심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가장 큰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압구정 쪽에 있는 유명한 츄러스 집을 방문하고, 근처에서 같이 작업하기로 한 날이다.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츄러스를 먹으러 갔는데, 매장 웨이팅이 1시간이나 필요하여 기다릴 필요 없는 포장을 선택했다.
마땅히 먹을 자리가 없어, 근처 카페를 찾는 와중에, 바로 옆 건물에 꽤 큰 카페가 있어서 혹시 츄러스 반입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문 앞으로 갔는데, 문에 "츄러스 반입 금지!"라는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유명한 츄러스 집 옆에 있어 저희 같은 고객이 많이 있었나 보다.
보통 카페는 외부 음식 반입 금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문을 열지 않았고, 그냥 길가에 서서 먹고 들어가 작업하자고 했다. 이때 카페 앞 테라스를 지나가던 사장처럼 보이는 50대 남성분이 오시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츄러스 여기서 드시지 마세요, 저리 가세요."라고 하셨다.
한심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우리는 이미 길가에 있었다.
<디테일한 발견>이란 책에서 본 사례가 생각났다.
카페에서 오래 머무르는 고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카페가 대다수인 환경에서,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서는 카일족과 카공족을 기피하는 대신 오히려 카페의 '팬'으로 만들어내는 '오피스 멤버십'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1개월 이용료 9,900원에, 가입 당일 아메리카노 1잔/ 빵 10% 할인/ 프린터 이용/ 8시간 무료 주차.
나와 친구 둘이는 아주 작은 숫자다. 둘이 들어가서 소비하는 금액이 기껏해야 2만 원도 안된다. 하지만 문에 '츄러스 반입 금지!'를 써 붙일 만큼의 츄러스 가게에서 오는 고객들이 많다면, 이런 고객들을 쫓겨내는 대신 오히려 '팬'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 앞 테라스나, 실내 지정 테이블에 '츄러스 존'을 만들어 음료 주문을 유도한다든지, 츄러스 가게와 콜라보 하여 고객이 상대 가게의 영수증을 가져오면 서로 소정의 할인을 해준다든지... 원치 않은 쓰레기나 혹시나 떨어질 빵 부스레기가 싫어 도저히 저희 같은 고객을 받기 싫다면, 최소한 안내하는 태도라도 그토록 나쁘지 않게 할 수는 있다고 본다.
우리처럼 매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할 고객을 안 받고 말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우리 역시 평생 다시는 이 카페를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게를 운영한다면 어떤 사장이 될까?
내가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어떤 사업가가 될까?
다행히 츄러스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