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칸뉴뉴 Danny Dec 25. 2023

세이노 추천도서 중, 제목 때문에 일단 구매한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독서후기

도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작가: 김경일



이 책은 오늘(23.12.25)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에 완독 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티크리스마스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보시다시피 집안 한 켠에서 조용히 노트북에 글이나 끄적이며 보내고 있네요~ ㅎㅎ


이 책은 제목에서 마저 드러나듯이 읽기 전부터 뭔가 느낌이 셀 것만 같고, 쉽지 않을 것 같은 감이 컸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세이노의 추천도서 중 한 권이었고, 제목이 이목을 끌어서 일단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받고 저를 놀라게 한 부분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1. 책의 출간이 무려 1999년도였다는 점. 그 시기에 이렇게나 '강렬한' 말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책으로 출판까지 한다니? 

2. 책의 초판 발행이 1999년도였고, 그다음 발행이 2023년도였습니다. 근 24년간 숨죽여 있던 책이 역주행한 것입니다. '입소문'과 '추천'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하다니?

3. 작가 김경일 님이 '유교문화'와 주변 나라들에 대한 다양한 역사와 스토리를 이렇게 많이 연구하시고 이해가 깊으시다니?


작가 김경일 님의 글을 읽으면서 세이노 님과 비슷한 '성향'을 많이 봤습니다. 20여 년 전 이런 풍자스럽지만 강렬하고, 본인 스스로들의 견해와 조예가 깊은 글들이 조목조목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표현해 주는 능력은 두 부분 모두 탁월하시다는 생각입니다. 

이 두 분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극단적'이거나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는 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널리고 널린 문학책이며 자기계발 책들 속에서도, 유난히 자신들의 뾰족한 뜻과 해석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글들의 매력에 홀딱 젖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생각보다 가벼운 책들이 많다는 느낌?)


그 시대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했거나 '무지'하게 몰랐던 부분을 주저 없이 밝혀주고자 하는, 그래서 자칫하면 쓴 '욕'을 먹을 만할 정도의 글로 표현되는 부분 또한 세이노 님의 'Say No'과 일맥상통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님 개인의 학술적 및 정서적 관점이 다수여서 불호라고 하는 평도 없지 않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197쪽에 있는 '칼마다 맛이 다르다'라는 제목 하의 내용은 중국, 한국, 일본이 사용하는 칼을 비교하면서 삼국의 문화적 차이를 말해주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이 저에게 건네준 다른 얻음은 우리와 관련된 근현대 역사적인 스토리들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관심이 생기지 않던 역사가(그래서 이과생이 됨) 이 책에서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살까요? 김경일 작가님의 해답을 통해 그 시대를 여행하고 현시대를 빗대어볼 수 있는 책 --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기록해 봅니다.



(책 관련된 전반적인 후기는 윗글들에 녹였고, 아래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들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한국인으로 사는 열 가지 괴로움


. 같은 말을 시간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나중에는 그게 그런가 보다 하게 되는 게 인간이다. 치밀한 계산이 없이는 행동하지 않는 게 일본인 아닌가?


. 수출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수입은 신토불이 조항 때문에 언제나 조심스럽다. 한국에서는 법보다 무서운 게 언제나 이런 분위기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 폐쇄적 '민족적 아이덴티티'는 그것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더 우리를 불행하게 할지 모른다. 오히려 열린 마음과 유연한 태도로 나의 문을 열고 타인의 문화와 공존할 수 있을 때, '우리 것'이 그 나름의 생존 공간을 얻게 될 것이다.


.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는 하나의 뿌리에서 성장한 서로 다른 가지에 불과하다. 이것을 제대로 알고 인정할 때 우리는 올바른 우리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것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서로의 동질성을 공감할 때 우리는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문화란 카멜레온보다도 민감하게 주변에 반응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의 집합체다.


.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끼리야 토론이 가능하다. 서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토론이며 화합이다. 하지만 유교 근본주의자들은 토론을 원천 봉쇄했다. 가장 완벽한 경전의 '진실'만이 아랫사람에게 일방통행으로 하달될 뿐이다. 


. 혁명은 제 나름의 정의를 위한 최악의 정치적 선택이다. 혁명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구호를 동원하는 정치적 행위는 없다.


. 유(儒)는 은나라 출신의 무당 집단들로 주나라의 제례 문화를 관장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하는 일 중 농업과 관련이 깊은 '비'를 들어 문자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 유교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바로 공자의 교훈이다. 공자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요약하면, '과거 무결점주의' '조상 숭배' '수직 윤리' '인과 의' 등인데, 동중서는 이 중에서 '인과 의'에 대한 교훈은 완전히 들러리로만 써먹었다.


. 나는 우리 사회 병폐의 원인을 유교에서 찾았고, 그중에서도 주자학(윤리와 과학을 혼란스럽도록 뒤섞어놓은 사상)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 짱시의 깊은 산 속에서 별을 헤며 끼적였던 한 불면증 환자의 에세이(주자학)가 불러온 파국치고는 너무 비참한 것이었다. 


. 孝(효)는 노인을 아들(딸이 아니다)이 업고 있는 모습인데 이건 단순히 '어부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죽어도 나의 존재는 자식들을 통해 연속되고 싶다는 기원이 담긴 것이 바로 효라는 글씨였다.


.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효도할 자식만'을 키워온 노인들은 이제 당혹해하고 있다. '효도할 자식들'은 전혀 효도할 능력도, 시간도, 공간도 없다.


. 시대는 변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도의 이름 아래 빚어지는 억지가 아니다. 노인과 자녀들 모두의 사랑이 상처를 입지 않을 균형 있는 제도다.


. 우리는 조선시대의 높은 담 들을 기웃거리며 세 여인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 여인들은 다름 아닌 신사임당황진이 그리고 춘향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유교는 이 세 가지 모델만을 제시하고 여인들에게 그 틀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3. 일본이여 들어오라! 중국이여 기다려라!


. 한국사회가 일본 만화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일본만화가 갖는 폭력과 선정성에 앞서서 유교적인 엄숙주의의 가치관 때문이다.


. 일본의 성개방 문화는 기후와 칼 때문에 빚어진 것들이다.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노출이 많고, 그 끈적이는 일본의 여름을 지나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주 씻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성적인 유혹과 접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4. 공부는 끝났다



. 이제 공부를 위한 공부는 끝나야 한다. 그것을 끝내지 못하면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


. 어느 사회나 지식을 소유하는 계층이 그 사회의 상류층, 지배층으로 군림해 왔다.


. 교육이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 이제는 실력이 도덕이다.


. 우리 사회는 유교적 수직윤리로 지탱되는 사회다...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을 단지 나이가 많다거나 자리가 위라는 이유로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국인의 이중인격은 이래서 형성된다. 


.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이 집안에만 들어서면 왜 갑자기 피곤해지는가?


. '그래도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잘 들어.'라고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선생님과 동시에 나도 불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5. 한국인을 넘어서


. 유교는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가르치겠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 평생 죽어라고 벌어 집 한 채 장만해 보는 꿈이 정녕 사람이 꾸어야 할 꿈이란 말인가? 


. 모두가 공감할 시대정신이 이 사회에는 없다. 자신의 조그만 이익을 모두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여유가 이 사회에는 없다.


. 진실에 기초한 말은 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대화는 타협을 초청할 것이며 타협은 발전된 해결책을 가져다줄 것이다.


. 허리가 동강 난 남녘에서 우리가 쓴 '역사'와 잊혀진 땅북에서 쓴 그들의 '력사'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다사다난한 2023년. 그래서 기대되는 2024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