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끝나고 아침 수영 수업 간 날,
반을 옮겼다.
원래 있던 레인에 수강생이 너무 많이 몰려서
강사님이 몇 명을 찍어 윗 반으로 올려주셨다.
감사하게도? 그중에 한 명이 나다.
선입견
초급반: 깊이 0.75m / 길이 12m
중급반: 깊이 1m / 길이 16m
상급반: 깊이 1.5m / 길이 25m
수영을 처음 배운 지 1개월 만에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또 강사님의 칭찬하에 2개월 만에 상급반으로 조기졸업 했지만,
상급반에서 레벨이 또 나뉜다.
몇 개월 동안 초보상급반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옆에 있던 중간상급반은 레인이 2개였는데,
강사님이 다르셨고, 매번 엄청 쉬지 않게 돌리셨다.
'뺑뺑이'돌리는 저 반은 정말로 올라가기 싫었다.
나는 여러 가지 영법은 이제 제법 하지만
체력이 아직 딸리고 숨이 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을 가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다가오다.
설연휴가 뱃살만 주고 떠난 것은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죽음'의 반으로 나를 보내버렸다.
매번 '승진'할 때 솔직히 설레고 기뻤는데
정말 이번은 살짝 긴장되었다.
처음 25m 레인으로 온 날, 숨이 차서 '이대로 죽는구나'하는 그때가 너무 생각났다.
강사님은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신다.
원래 반 강사님보다 경력이 많아 보이셨다.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발견
기본 발차기, 특정 영법 발차기, 특정 영법 등 다양한 지령을 내리셨다.
근데 특이하게 몇 바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전에 강사님은 항상 두 바퀴 혹은 세 바퀴 이렇게 요구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강사님은 두 레인을 번갈아가면서 한 분 한 분 동작을 잡아주신다.
수강생이 꾀나 많은데도 빠르게 다들 봐주셨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자, 천천히 갑니다~!"를 계속 강조하셨다.
속도보다는 동작에,
완성한 바퀴수보다는 움직임의 퀄리티에 집중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몇 바퀴가 지났는지조차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나는 숨이 차지 않았다!!
어라??
천천히 꾸준히
나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옆 라인에서 보았던 '뺑뺑이'의 현장은
빨리빨리 숨차게 돌아가는 '죽음'의 현장이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수영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현장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수영의 방식을 발견했다.
스피디한 수영이 아니라
천천히 디테일한 수영은 숨 안 차게 오래 할 수 있다.
설연휴는 뱃살만 주고 떠난 것이 아니라니까요...
이것은 축복이다.
나, 수영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