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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칸뉴뉴 Danny Feb 14. 2024

'죽음'으로 위장한 축복.


설연휴 끝나고 아침 수영 수업 간 날,

반을 옮겼다. 


원래 있던 레인에 수강생이 너무 많이 몰려서

강사님이 몇 명을 찍어 윗 반으로 올려주셨다.

감사하게도? 그중에 한 명이 나다.


선입견


초급반: 깊이 0.75m / 길이 12m

중급반: 깊이 1m / 길이 16m

상급반: 깊이 1.5m / 길이 25m


수영을 처음 배운 지 1개월 만에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또 강사님의 칭찬하에 2개월 만에 상급반으로 조기졸업 했지만,

상급반에서 레벨이 또 나뉜다.


몇 개월 동안 초보상급반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옆에 있던 중간상급반은 레인이 2개였는데, 

강사님이 다르셨고, 매번 엄청 쉬지 않게 돌리셨다.

'뺑뺑이'돌리는 저 반은 정말로 올라가기 싫었다.


나는 여러 가지 영법은 이제 제법 하지만 

체력이 아직 딸리고 숨이 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을 가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다가오다.


설연휴가 뱃살만 주고 떠난 것은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죽음'의 반으로 나를 보내버렸다.


매번 '승진'할 때 솔직히 설레고 기뻤는데 

정말 이번은 살짝 긴장되었다. 

처음 25m 레인으로 온 날, 숨이 차서 '이대로 죽는구나'하는 그때가 너무 생각났다.


강사님은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신다. 

원래 반 강사님보다 경력이 많아 보이셨다.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발견


기본 발차기, 특정 영법 발차기, 특정 영법 등 다양한 지령을 내리셨다.

근데 특이하게 몇 바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전에 강사님은 항상 두 바퀴 혹은 세 바퀴 이렇게 요구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강사님은 두 레인을 번갈아가면서 한 분 한 분 동작을 잡아주신다. 

수강생이 꾀나 많은데도 빠르게 다들 봐주셨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자, 천천히 갑니다~!"를 계속 강조하셨다.

속도보다는 동작에,

완성한 바퀴수보다는 움직임의 퀄리티에 집중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몇 바퀴가 지났는지조차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나는 숨이 차지 않았다!! 

어라??


천천히 꾸준히


나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옆 라인에서 보았던 '뺑뺑이'의 현장은 

빨리빨리 숨차게 돌아가는 '죽음'의 현장이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수영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현장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수영의 방식을 발견했다.

스피디한 수영이 아니라

천천히 디테일한 수영은 숨 안 차게 오래 할 수 있다.



설연휴는 뱃살만 주고 떠난 것이 아니라니까요...

이것은 축복이다.

나, 수영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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