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벌써 내 생에 32번째 설이다.
예전 설
기억이 쌓이기 시작할 때부터 설은 한 해중 가장 성대한 명절이다.
살이 에이는 듯 추운 엄동설한에 단란하게 둘러앉아
다 같이 먹는 떡국 한 그릇.
소리 지르며 던져대던 화토장.
희희낙락 떠드는 옛이야기들.
그 와중에 가장 신이 난 부류는,
그 며칠만큼은 어떻게 까불어도 덜 혼나는 특권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
예전 설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절이겠다.
지금의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절이었다.
지금 설
지금도 설은 단연 한 해중 가장 성대한 명절이다.
그런데
살이 에일 듯 추운 겨울은 이제 없다.
지구온난화에다 각종 '따듯함'을 선사하는 기술이 생겨났다.
다 같이 떡국을 먹는 것이 별일이 아니게 되었다.
평소에 언제든 먹을 수 있고, 설에도 집밥을 안 먹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지금 설은
내가 가장 기대하는 명절이 아니다.
지금의 내가 어른이 되어서 그럴까?
지금의 설이 예전 설이 아니어서 그럴까?
좀 그립다.
그때 그 시절과 그때의 내가.
그래도 새해니까, 복(福) 많이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