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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스런낙엽 Jan 23. 2023

제일 좋아하는 거는 취미,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건 직업

나의 직업 선택 기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거를 직업으로 삼으려고요."


이 말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확고히 갖고 있던 나름의 직업관이다. 제일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버리면 취미가 사라지는 것이니 안 된다,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지. 단순해 보이지만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래서 직업으로 삼으려 했던 분야가 일본어였다. 첫 번째로 좋아하던 그림 그리는 일은 취미로 남겨두고 두 번째로 좋아하던 일본어를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대학원도 전공은 다 일본어였다.


거진 10년을 일본어과로 있었으니 마음 잡고 일본어를 살리려 했나 보다 할 수 있지만 방황은 대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끊임없이 전공이 아닌 쪽 직업을 찾아 헤맨 것이다.


첫 번째는 네일아트였다. 창작하는 걸 좋아하고 셀프 네일아트도 즐겨했고 일본어도 할 줄 아니까 네일 강국인 일본에서 일을 할까? 바로 네일아트 학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재료비며 뭐며 생각보다 비싼 초기비용, 학원비 때문에 바로 단념했다. 그게 대학교 2학년, 21살 때의 일이니 돈이 없을 시기이긴 했지만 실행력이 좋은 만큼 단념도 빨랐던 나였다.


그다음은 풍물 쪽이었다. 뜬금없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풍물놀이를 배워왔고 조기교육의 효과인가 꽤나 잘했다. 일반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한예종 전통연희학과로 새로 입학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분도 참 실행력이 좋았지 싶다. 결과는 역시 빠른 단념. 입학하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입학한다고 진로가 쉽게 정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왜 그토록 전공이 아닌 다른 길을 가려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나 말고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년 이상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내가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일본어라는 전공은 특정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물리치료를 전공하면 전공이 잘 맞는다는 가정하에 자연스럽게 물리치료사를 고민하게 되겠지만 일본어는 그런 게 없었다. 그나마 통번역 쪽인데 그쪽은 첫 번째 이유로 인해 생각도 안 해봤다. 그렇게 일본어가 주는 막연함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취준을 할 용기와 에너지가 없었다는 것. 꼭 일본어 원어민처럼 써먹는 통번역만이 길일까? 아니다. 일본어를 하는 것이 유리한 직종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통번역 쪽으로 나가는 학우들이 훨씬 적었다. 하지만 스펙, 자소서, 1차 면접, 2차 면접, 인적성, 임원진 면접 등 n차로 이어지는 취준의 과정이 무서웠다. 시작도 전에 한숨 먼저 나왔다. 그래서 배우면 직업으로 이어지는 일을 자꾸만 찾아 헤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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